인생의 각 시기마다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제 각각의 시기는 그 자체만으로 온전하고 전체이고 목적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특히 노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젊음만이 삶의 가치라고 여기는 풍조에 쪼그라들 필요가 없고, 노년기는 완성이고 마침표를 제대로 찍는 시기라는 것. 청년들이 이상을 실천하는 무분별은 경험부재에서 나오고, 노인의 꼰대는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을 지켜 축소와 소멸을 늦추는 노력이고, 뒤떨어지는 정신적 능력대신 원초적인 욕구에 안주하려고 한다는 것과 노쇠하는 건강으로 금방 무너질 삶이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그렇다해도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의당 누려야할 삶의 권리로 받아들이면서 올바르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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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나이 - 완성된 삶을 위하여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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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루하루, 모든 한 해 한 해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생생한 시기들입니다. 이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 것입니다. 모든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옵니다. 이 충동을 느끼지 못하면 곧바로 단조로움의 감정이 생겨나고, 이 감정은 절망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한 그러한 유일무이함 때문에 지나간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와 함께 상실의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지요. (11-12쪽)

모든 시기는 그 자체로서 고유한 특징을 지니며, 앞서 시기나 뒤따르는 시기에서 연역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모든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가지고, 또 삶 전체를 향해 작용을 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17쪽)

따라서 선은 결코 그냥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선 세분화와 분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시 상황이 필요합니다. 선은 항상 어떤 상황 속에서 특별한 절박함을 띠고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 특수한 사정 속에서 요구되는 선으로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그럴 때만 선을 인식하고 명명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46쪽)

전체는 오로지 독립적인 개인들에 의해 형성될 때, 그리고 독립적인 개개인의 인격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공간을 열어줄 때 비로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역사는 모든 개인에게서 각각 새로이 시작될 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58-59쪽)

이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경험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위대한 이념의 타당성에 대한 신념과 올바른 것과 고귀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간직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내고 자기 자신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73-74쪽)

우리 시대에 나타난 가장 수상쩍은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가치 있는 삶을 단순히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입니다. (99쪽)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존재해야 하는 것(당위)을 만들어내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물어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노쇠한 인간으로서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과제가 됩니다. 그는 그러기에는 너무 빈약해져 있지요. 기껏해야 체념, 즉 자신의 무기력을 인정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완숙한 지혜에 이른 노년기에 이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때부터 벌써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고, 자시넹게 아직 주어진 시간과 힘, 역량을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137-138쪽)

이 시기들이 모여 삶 전체를 만듭니다. 그렇지만 이 시기들을 다 거쳐야 비로소 전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체는 원래부터 늘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도 있고, 마지막에도 있고, 삶의 모든 시기 각각에 전체는 늘 현전합니다. 전체는 각각의 시기를 떠받치며, 해당 시기가 그 시기 자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역으로 각 시기는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나머지 모든 단계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떤 시기가 손상되면 그것은 삶 전체에, 그리고 다른 모든 시기에 손상을 가져옵니다. 가령 청년에게는 올바르게 살아온 혹은 잘못 살아온 유년기가 남아 있습니다. (143쪽)

청춘의 삶만이 인간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라는 위험한 유아적 사고방식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노년기도 인간의 삶에 대한 우리의 관념 속에 하나의 가치 요소로서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삶의 전 과정이 완전한 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맘에 드는 한 조각만을 진자 삶이라고 여기고 나머지는 쓰레기처럼 버리는 식이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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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이름도 예쁜 절기, 소설이었다. 흐린 날에 조금 쌀쌀한 날씨는 과거의 시간과 자꾸만 맞닿으려 했다.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가 떠오르면서 따뜻한 아랫목과 빨강 담요. 만화책과 삼중당 문고, 언뜻 쪽창으로 보인 눈발등이었다. 지금 여기로 다시 끌고 온 의식과 감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몇몇 사람들과 긴 통화도 하면서 그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쓴 내가 보였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라, 감정을 추스리고 선택과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상담자가 필요하다. 상담의 장을 잘 펼쳐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상담의 장으로 들어오는 내담자의 용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수많은 일들이 살아가면서 일어난다. 어떻게 정리하든 그 일들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늦은 시간까지 읽은 글은, 일곱명이 실제로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감정조절 장애와 섭식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및 자기 파괴적 행동을 치료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쓴 심리치료 소설이었다. 그리고 장예모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도 보았다. 그리고 번역하는 책의 한 파트를 끝내고 함께 하기로 한 파트너에게 보냈다. 그리고 자전거도 탔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너무나 많은 일을 했다. 과도하게 집중하고 몰입한 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실지로 나에게 벌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배려심이 없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과잉친절을 베풀고 있지는 않은지. 과도한 책임감 등이 내가 만들어 놓은 높은 기준까지 넘치고 있다. 글 속의 내담자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산사나무 아래라는 영화는 심플한 내용을 두시간 정도로 풀어서 만든 감독의 역량이 대단했다. 순수한 그들의 사랑은 보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자전거는 죽을 때까지 내가 가장 잘 아는 내가 되고 싶고, 죽는구나를 알고 죽고 싶은 마음에 매일 타려고 노력중이다. 번역은 좋아 하는 일이지만 어렵다. 영어를 한글로 얼마큼 잘 번역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번역한 우리말이라도 말이 되게 오역 및 의역을 했다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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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방 - 심리치료소설
조용범 외 지음 / 더트리그룹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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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신호예요. 감정이 없으면 우리는 소통할 수 없어요." (74쪽)

"감정은 우리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알려줍니다.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게 유도하기도 하고요.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기에 우리 몸을 숨기고 보호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어떤 장애물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하지요." (75쪽)

인간이 가진 ‘기억‘이라는 능력은 학습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억에만 얽매이면 몸은 현재를 살지라도 마음은 계속 과거를 살게 됩니다. 물론,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우리를 괴롭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에 충실하려 노력한다면, 지나간 과거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시간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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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소설, 촌철살인으로 미소가 나오다가도 씁쓸한. 그래, 그 까이 껏, 이까지 꺼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많다는 것. 일의 경중이나 부피를 누구의 잣대로 가늠할 수 있을까마는, 글을 읽으면서, 뭐 그리 바둥하게 살 일이 있을까, 쉬이쉬이 그냥 흘러가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될 거 같은 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다시 눈비비고 드려다 보면 하나같이 무겁고 옮길 수 없는 발등의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어쩔거야, 웬만해선 눈깜짝도 안하는 우리들, 아무렇지 않게 마비된 마음들, 그럼 어떤 일에 눈이 깜빡여지고, 마음이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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