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름도 예쁜 절기, 소설이었다. 흐린 날에 조금 쌀쌀한 날씨는 과거의 시간과 자꾸만 맞닿으려 했다.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가 떠오르면서 따뜻한 아랫목과 빨강 담요. 만화책과 삼중당 문고, 언뜻 쪽창으로 보인 눈발등이었다. 지금 여기로 다시 끌고 온 의식과 감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몇몇 사람들과 긴 통화도 하면서 그들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쓴 내가 보였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라, 감정을 추스리고 선택과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상담자가 필요하다. 상담의 장을 잘 펼쳐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상담의 장으로 들어오는 내담자의 용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수많은 일들이 살아가면서 일어난다. 어떻게 정리하든 그 일들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늦은 시간까지 읽은 글은, 일곱명이 실제로 겪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감정조절 장애와 섭식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및 자기 파괴적 행동을 치료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쓴 심리치료 소설이었다. 그리고 장예모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도 보았다. 그리고 번역하는 책의 한 파트를 끝내고 함께 하기로 한 파트너에게 보냈다. 그리고 자전거도 탔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너무나 많은 일을 했다. 과도하게 집중하고 몰입한 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실지로 나에게 벌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배려심이 없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과잉친절을 베풀고 있지는 않은지. 과도한 책임감 등이 내가 만들어 놓은 높은 기준까지 넘치고 있다. 글 속의 내담자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산사나무 아래라는 영화는 심플한 내용을 두시간 정도로 풀어서 만든 감독의 역량이 대단했다. 순수한 그들의 사랑은 보는 내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자전거는 죽을 때까지 내가 가장 잘 아는 내가 되고 싶고, 죽는구나를 알고 죽고 싶은 마음에 매일 타려고 노력중이다. 번역은 좋아 하는 일이지만 어렵다. 영어를 한글로 얼마큼 잘 번역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번역한 우리말이라도 말이 되게 오역 및 의역을 했다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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