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이 - 완성된 삶을 위하여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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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루하루, 모든 한 해 한 해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생생한 시기들입니다. 이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 것입니다. 모든 삶의 시기가 전례 없이 새롭고 유일하며 또한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이라는 사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 삶의 긴장, 즉 바로 그때 그 시기의 삶을 살려는 아주 내밀한 충동이 나옵니다. 이 충동을 느끼지 못하면 곧바로 단조로움의 감정이 생겨나고, 이 감정은 절망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한 그러한 유일무이함 때문에 지나간 어떤 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와 함께 상실의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지요. (11-12쪽)

모든 시기는 그 자체로서 고유한 특징을 지니며, 앞서 시기나 뒤따르는 시기에서 연역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모든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가지고, 또 삶 전체를 향해 작용을 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17쪽)

따라서 선은 결코 그냥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선 세분화와 분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시 상황이 필요합니다. 선은 항상 어떤 상황 속에서 특별한 절박함을 띠고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여기, 특수한 사정 속에서 요구되는 선으로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그럴 때만 선을 인식하고 명명하고 또 실천할 수 있는 것입니다. (46쪽)

전체는 오로지 독립적인 개인들에 의해 형성될 때, 그리고 독립적인 개개인의 인격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공간을 열어줄 때 비로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역사는 모든 개인에게서 각각 새로이 시작될 때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58-59쪽)

이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경험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위대한 이념의 타당성에 대한 신념과 올바른 것과 고귀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을 간직해야 합니다. 돈과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내고 자기 자신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사라지지 않아야 합니다. (73-74쪽)

우리 시대에 나타난 가장 수상쩍은 현상 가운데 하나는 가치 있는 삶을 단순히 젊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입니다. (99쪽)

존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존재해야 하는 것(당위)을 만들어내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물어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노쇠한 인간으로서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과제가 됩니다. 그는 그러기에는 너무 빈약해져 있지요. 기껏해야 체념, 즉 자신의 무기력을 인정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넘어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완숙한 지혜에 이른 노년기에 이미 죽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때부터 벌써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고, 자시넹게 아직 주어진 시간과 힘, 역량을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137-138쪽)

이 시기들이 모여 삶 전체를 만듭니다. 그렇지만 이 시기들을 다 거쳐야 비로소 전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체는 원래부터 늘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도 있고, 마지막에도 있고, 삶의 모든 시기 각각에 전체는 늘 현전합니다. 전체는 각각의 시기를 떠받치며, 해당 시기가 그 시기 자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역으로 각 시기는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나머지 모든 단계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떤 시기가 손상되면 그것은 삶 전체에, 그리고 다른 모든 시기에 손상을 가져옵니다. 가령 청년에게는 올바르게 살아온 혹은 잘못 살아온 유년기가 남아 있습니다. (143쪽)

청춘의 삶만이 인간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라는 위험한 유아적 사고방식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합니다. 노년기도 인간의 삶에 대한 우리의 관념 속에 하나의 가치 요소로서 포함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삶의 전 과정이 완전한 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맘에 드는 한 조각만을 진자 삶이라고 여기고 나머지는 쓰레기처럼 버리는 식이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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