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사람 공부 공부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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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란, 내 고통을 누군가에세 토해내는 일이란 기본적으로 모모가 마음의 이완과 함께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를 바닷속에 둔 채로 숨을 쉬고 있는 엄마 아빠들에게는 그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죠. 당연한 얘기예요. 내 자시그이 생사 여부에 온몸의 신경이 빨랫줄처럼 팽팽하게 곧두서 있을 때죠.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아이를 찾고 나서 죽자는 마음이 드는 상태죠. 아이를 찾을 때까지는 자신에게 최소한의 이완도 허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상황입니다. (31쪽)

그래서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히믕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내가 가진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있다면 오로지 그걸 하는 데 모두 쏟아야 한다고 느껴요. 내 지식, 내 힘, 내 명민함, 나의 분석과 계몽, 내가 배운 치유기법 등으로 사람이 구해지지 않더라고요.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고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니까요. (56쪽)

그래서 그런 갈등을 털어놓고 나면 또 내 고통은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데 내가 엄살을 부린다는 자책감이 들면서 괴로워지기도 하죠. 그런 갈등과 딜레마를 유지하면서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거예요. 제대로 된 사람이라서 그런 겁니다. 남들보다 공감을 잘한다는 증거예요. 건강한 갈등과 모순을 견뎌야 오래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나 하나만 돌볼 수 있겠어, 지금 내 삶은 좀 희생해야지‘ 그러면 길게 가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요. 심리적 공익근무만으로 오래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욕구와 욕망을 완전히 탈색하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102-103쪽)

그러다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더 늦어지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몰라서 못 돌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충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슬퍼할 수 있으면, 슬픔도 그리움도 충분히 느꼈다는 느낌이 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빨리 잊어야지, 내가 그러면 안 되지, 빨리 털어버려야지, 정신 차려야지, 하다보면 오히려 충분한 애도과정을 거치지 못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더 오래 걸립니다. 그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133-133쪽)

전문가를 이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에 그닥 관계없는 분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일상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삶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빛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그걸 아는 게 사람 공부의 끝이고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그게 사람 공부에 대한 제 결론입니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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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살기보다 자꾸 예전으로 가서 후회를 반복하고 있고 앞으로 일은 걱정을 하고 있다. 최근 엄마의 생신을 조율하면서 이제야 많은 걸 알았다. -언제나 늦게, 그것도 아주 늦게 알게 되는 주변과의 관계- 언제부터 맏이라는 나의 말이 규준과 규칙이 되어 버렸고, 말 하나에 많은 무게가 실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시선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는데도, 지나보니 타인들의 이해로 이만큼 관계가 유지된 것이다. 일단 가족내에서 부터 조금씩 권력?을 분산시키려 애쓰고 있다. 눈치보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끝에 가서 한마디 뱉고 나면 다시 힘의 균형이 기우려고 하여, 다시금 지원하고 인내하고 있다.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일부의 나의 미성숙한 부분으로 지금의 현상보다 주관적이지 않도록 감정을 잘 조절하려고 한다. 이미 주어지고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는 건 아주 어렵다. 실지로 내가 할 수 있는게 나에 대해서조차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데도...  낮은 인문학도 한 몫 단단히 했다. 타인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배움의 목적은 남의 입장이 되는 것과 행복은 실로 주관적인데 객관적인 수치로 따지려 들다니. 우리의 삶에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결국 싸움의 목적은 소중한 것을 찾으려는 걸까. 과거는 끊임없이 기억하고 반성하고 성찰과 교육하여야 온전한 치유의 기회를 맛보고, 특히 부끄러운 기억까지. 타인을 보는 새로운 눈은 나의 경험의 눈과 사고의 틀이 아니라 그들의 눈으로 현실적 맥락으로 볼 수 있는, 나의 욕망의 투사로 바라 본 타인과 다른 문화가 아니라, 특히 라틴아메리카를 바라 본 시선을 주변의 타자로 배치시켜보면 나의 프리즘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로부터의 탈출은 과연 될 수 있을까. 머물러 힘을 유지하고 행사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존재양식의 삶을 추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알아채는 거까지. 지금 여기에서 이전의 존재와 결별하는 상징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지금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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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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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문학적인 소양은, 내가 더 강해져 남을 쉽게 이기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일생 동안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배웁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배우는 이유는 나 자신을 벗어나 남의 입장에 서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인간 마음에 내재한 ‘컴패션‘을 ‘밖으로 꺼내기e-ducation‘ 위함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적 소양이란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암기나 이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없애고 타인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컴패션‘입니다. (35쪽)

즉 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배경에 있는 가장 큰 요소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내가 컨트롤하지 못합니다. 손 하나 다친 것도 내 맘대로 어떻게 해보지 못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내 생각에 대해서도 적용시켜야 합니다. 즉 내 생각이라고 해서 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믿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됩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생각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안 돼서 우리가 다 고민하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미운 감정 하나도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77-78쪽)

또한 일본 문제와 별개로 과거에 대한 우리들 자신의 자세에 대해서도 성찰을 해볼 만합니다. 우리는 치욕적인 친일 매국의 과거에 대해, 군부의 쿠데타와 독재의 과거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요? 50년대 독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화합‘의 미명 아래 지나간 과오를 성급하게 덮어버림으로써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71쪽)

사람들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서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것들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예속된다. 따라서 소유양식은 주체와 객체 모두를 ‘물건‘으로 만들어버리고 여기에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는 죽은 관계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소유양식의 반대가 존재양식인즉, 존재양식의 삶을 살 때 사람들은 다른 인간들이나 사물들과 대립되는 협소한 자아에서 탈피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자의 신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다른 인간드들과 사물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며 그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합니다. (304쪽)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전 존재와의 결별, 혹독한 오늘의 시련과 고통이 필요한즉,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할 것임을 굳게 믿어라. (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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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지, 어떻게 살고 있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 거지, 지금 하는 일은, 사람은, 어떻게 관계 맺고,  앞으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맴도는 질문에 답을 낼 수가 없다. 오지선다도, 사지선다도, 양자택일도 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현재의 나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고 다행이다. 음, '여자의 문장'이라, 저자의 인생을 바꾼 문장들이니,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면... 어느 순간 답답함이 조금씩 차오르면 마음을 점검 할 싯점인데, 지금이 그때이다... 그래서 잡은 책이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는 답답함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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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문장 -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
한귀은 지음 / 홍익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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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선물 자체에 남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에 더 진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정말로 콘텍스트주의자인 셈이다. (51-52쪽)

달리기나 걷기는 삶의 메타포metaphor, 은유이며, 내가 이겨야 할 것은 과거의 나 자신이다. 뛰거나 걷기는 온전히 자기 몸에 집중하게 해 준다. (66쪽)

사랑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이 있어야만 둘이 만나서 재밌을 수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고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사랑은 변해야 한다. 물론 이 변화는 ‘퇴색‘이 아니라 ‘갱신‘의 의미다. 상상력을 통해 관계를 갱신.심화.발전시켜야지만(사랑이 그래서 어렵다) 재미와 행복과 자아계발까지도 가능하게 된다(사랑이 그래서 위대하다). (82쪽)

‘괜찮아‘ 따위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남자를 위해 소위 착한 거짓말을 하는 여자는 착한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음흉한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원망만 많은 여자, 더 나아가 재미없고 매력 없는 여자가 될 수도 있는 거다. (144쪽)

앙드레 고르의 말대로 쾌락이란 상대에게서 가져오거나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자신을 온전히 내어줌으로써 상대에게서 받는 ‘그 어떤 것‘이다. 그래서 섹스는 영혼의 작업인 것이다. (161쪽)

‘방‘이 아니라면 ‘틈‘이라도 가져야 한다. 온전히 자신에게 올인할 수 있는 틈.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틈. 그 틈이 개성이 되고 자유와 자존감이 되고 품위가 된다. (222쪽)

환대란 타자를 무조건 내 집에 끌고 들어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타자가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면 그를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환대다. 또 하나의 주체로서의 타자를 인정하는 것이다. 주체인 ‘나‘와 또 하나의 주체인 ‘너‘가 만나 가장 자연스러운 조합을 이룰 때 아름다운 관계가 된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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