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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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대충 파악했다고 믿었다. 답답한 것은 문제를 안다는 것과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113쪽)

그것이 인혜의 함정이었다. 사랑과 연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 늘 연민이 앞서고 사랑이 뒤따라 온다는 것. (181-182쪽)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내게는 제대로 된 대상을 향해 정당하게 분노하는 기능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거절하는 기능, 부탁하는 기능, 내 것에 애착하는 기능 등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의 성향일 것이다. (230쪽)

배우자와 애인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연인을 찾아 눈길을 두리번거리는 사람, 통장에 십 억을 넣어두고도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비만이 분영한 체형인데도 과식, 폭식 습관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 숨 돌릴 틈도 없이 약속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 다음 날 일상이 망가질 게 뻔한데도 도박판에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돈이나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비어 있는 구멍, 그것을 채워 줄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이라고 했다. (290쪽)

인혜는 처음부터 인간 사이의 소통이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아무리 서로를 껴안는다 해도 끝내 솜털 한 올 섞일 수 없는 엄연한 현실, 아무리 서로의 입으로 혀를 밀어 넣는다 해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체액밖에 간질할 수 없는 육체였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자신의 입에서 나와 자신의 귀로 들어가는 소리일 뿐이었다.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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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하기 전 참석한 강의 중에 역자가 지속적으로 언급한 책이 새학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이들을 상담하며 소위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스스로를 점검하기 위해 펼쳤다. 심리학은 아이들 편이 절대 될 수 없다. 이유는 사용자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조정하고 관리하여 어른의 시스템에 가장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최적이란 아이가 바라는 상태가 아니라 교육하는 어른의 편리성에 맞춰 온순하고 착한 아이로 만드는데 부드럽고 친절한 심리학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리고 발달이라는 개념도 완전히 다르다. 개인의 발달 상태가 만들어진 척도와 기준에 들어가고 벗어나고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선별하는 심리검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이의 내면보다는 밖에서 생긴 것이 크다. 그런데 아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감정을 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의 문제를 부모의 양육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아이가 호소하는 내용은 아이가 속한 환경과 기분을 포함한 자신의 '생활'에 관한 것으로 잘 들어야 한다. 아이가 발을 딛고 있는 생활과 상황등 전체적 시야에서 보고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아이의 말한 내용에 관심을 둬야 한다. 나의 주관을 개입하여 재해석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말고, 오로지 아이가 말한 내용만 잘 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말한 이가 표현한 대로 온전히 듣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상담자라면서, 전문가라면서 상담과 심리검사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기존의 것을 옹호하고 미리 싹을 잘라 어른이 보기좋고 살기편한 모습으로 만드는 과정이지 않을까라는 의심으로 시작해 본다.     

 

'학교는 정말 숨쉬기가 힘든 곳이에요'라고 아이가 호소해도, 상담자는 '네 학교는 어떤 곳이야?'라고 묻지 않는다. 상담자는 아이가 당면한 학교가 어떠한 상황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관심은 아이의 감정에 있다. '학교에 있으면 숨쉬기 어려운 모양이군요.'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125쪽)   

 

*책의 내용은 신선, 구성은 나와 맞지 않지만, 그 정도야 내용으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

아쉬운 점은 97쪽, 동일어를 띄어쓰기가 제각각, 괴기전시회/괴기 전 시회

101쪽, 동일어를 골턴(Galton)/갈톤 표기. 일반적으로 갈턴으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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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 교육으로부터의 해방, 제2판 오자와 컬렉션 1
오자와 마키코 지음, 박동섭 옮김 / 서현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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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와 치료는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있어서 무엇일까? 어쩌면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닐까? 정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낫게 한다는 것은? 낫는 것은? 이러한 물음과 함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부각되었다. 그것이 불리한 입장에 놓인 약자에게 어떤 일의 결과로 생긴 모순이나 불리한 조건 등을 떠넘기는 구도, 심리학(지금까지는 임상심리학과 교육심리학)이 지배자 측의 기대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가를 좋든 싫든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8쪽)

예를 들면 심리테스트는 아이의 발달이나 내면 측정에 목표를 두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를, 예컨대 정상/비정상, 건강/장애 그리고 우등/열등 등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또 심리치료는 여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문제의 ‘사회적 측면‘을 경시하고 그 문제를 개인의 내면문제로 환원시켜버리는 경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심리학이 사회가 낳은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전가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들이 바로 그것이다. (12쪽)

발달과제라는 것은 개인이 정상적인 발달을 성취하는 데 있어 각각의 발달단계에서 달성하는 것이 기대되는 과제라고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정상을 결정하는 것은 전문가이고, 달성을 기대하는 것은 지배하는 측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나는 이대로 좋습니다. 제발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말해도 그게 통용되지 않는 구도이다. (40쪽)

내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학교 과제를 안다는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사상=현상의 어느 한 측면이 보이게 됨과 동시에 다른 측면이 보이지 않게 되며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이 선이라는 것은, 따라서 우리를 어떤 의미에서 기만하는 주문이고 그 주문에 취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49쪽)

학교는 ‘공‘이 ‘사‘에게 어떤 특정한 지식의 체계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 ‘특수성‘을 ‘그것‘이라고 느끼지 안고, 그 대신에 ‘당연한 것‘이라든지, ‘평균적인 것‘이라든지 ‘중립‘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공이 사로 침투해 들어간다는 증거이다. (64쪽)

상담이 과학적이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중립적이며 인간적인 관계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그것은 확실히 부드러운 자세와 특성을 갖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부드럽게 붙잡아 묶어둔다는 의미에서 한층 더 상대하기 벅찬 무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상담이라는 방법의 부드럽고 친절한 스타일 때문에 상담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 문제성, 기만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23쪽)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과 자기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든 조정하면서 아이도 살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일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어른도 아이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마치 왕처럼 취급하여, 어른이 아이에게 종속되는 것 또한 역으로 아이에 대한 굴욕이다. 어른에게는 어른의 생활 사정이, 아이에게는 아이의 그것이 있다고 서로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어른보다는 약자의 입장이므로 신중하고 현명하게 반응하는 데 어른 이상으로 진지하다. 따라서 아이가 선택한 방식은 그 나름대로의 무게를 갖고 있다. (155-156쪽)

어느 아이라도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넉넉함과 여유로운 시선이 사라져버리고 보다 바람직한 아이상과 그것을 키워내는 바람직한 부모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과 분단, 그리고 배제되지 않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다른 배제를 낳는 구도가 확대되고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심리학은 개개의 전문가의 선의와 노력과는 별개 문제로서 구조적으로 앞의 도식을 지지하고 강화시키는 데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166쪽)

누군가의 탓, 그것도 어릴 때의 엄마-아이 관계 탓으로 돌려버리면 엄마 이외의 관계자는 문제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입장에서 쉽게 도망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등교거부는 아이의 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학교가 앓고 있는 병 때문이라는 것을 정면에 내세우는 학교관계자가 적은 것이 이러한 점을 잘 대변해준다. 어릴 때의 양육방식으로의 환원은 현재관계자와 위정자, 그리고 사회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편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책임지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면죄되기 때문에, 심리학기 과학성과 전문성이라는 미명으로 이 구도를 지지하며 부모들을 억압해온 것은 아닐까라고 전문가이면서 부모인 나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169-170쪽)

굳이 ‘부모교육훈련‘ 테크닉을 빌리지 않더라고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화합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의 기본이다. 우리 어른끼리는 언제나 그렇게 해 왔고,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왜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는가? 왜 전문가가 제공하는 기법이 필요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부모는 훌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 미숙한 아이 위에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뿌리 깊은 생각이 부모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179쪽)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인간적이 활동은 인간 자신보다 큰 체계를 끌어오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고, 그 활동의 기원은 아동의 인격 내부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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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결혼한 날, 이 날을 기억하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보다 얇다는 사람의 마음(178쪽)'

'사람의 마음은 깊고 또 이상할 만큼 얕다(257쪽).'

 

: 마음이 이리 얇고 얕으니 안팎이 바뀌기 쉽고, 쉬이 달아 오르고 가라앉아, 그 절묘한 타이밍에 결혼을 했으니, 그래도 우리의 만남으로 적어도 남자1, 여자1은 구하지 않았을까. 서로의 지랄맞은 성격으로 이만큼 살아 가족이 되었으니, 잘 살아 온거에 지금은 한표 던진다.     

 

*군대 간 아들을 만나러 오가며, 엄마가 되는 일은,

'내 몸밖에 또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139쪽)'

: 아주 중요한, 무엇에도 비교가 안되는, 그 존재만으로 내게 족한 내 몸밖의 나의 심장, 아들을 다시 보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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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읽는 시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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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다른 세상에서 나는 행복했다. 배낭을 메고 길 위에서 있는 한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었다.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은 얼굴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날들이었다. 내가 웃으면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웃어주었다. 가끔씩 외롭기도 했지만 외로움은 내가 지닌 자산이었다. 외로움은 여행을 계속하고, 글을 쓰고,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게 하는 근원이었다. (36쪽)

성큼성큼 다가와 열렬히 달아오른 마음을 드러내고, 상대가 그 뜨거움에 데일까 두려워 머뭇거리다가 조금씩 따뜻해질 무렵이면 이미 식어버린 심장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있다. 찰나의 뜨거움보다는 오래도록 식지 않는 따뜻함에 위로받고 싶은 이에게 독이 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 그 심장의 온도차는 사람의 시차를 만들어내고 끝내 이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112쪽)

심장에서 뇌까지의 거리가 멀어 고혈압을 달고 산다는 기린은 다리를 천천히 벌려가며 물을 마실 때 가장 치명적으로 위험에 노출된다고 했다. 뒷다리는 포식자의 목뼈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긴 몸은 기린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기린은 늘 단독자였다. 무리를 지어 세력을 만들지 않았고, 기껏해야 두세 마리가 함께 다닐 정도로 기린은 강인해 보였다. (162쪽)

사랑이 끝난 후 많이도 늙어버린 것 같고, 세상의 이치를 다 알아버린 것 같은 그런 시간을 우리도 건너오지 않았던가. 한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을 빠져나와 다른 마음에게도 가는 일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이라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토록 가벼운 마음에 의지해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은 상처를 자처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6쪽)

‘사람의 마음은 깊고 또 이상할 만큼 얕다. 사람은 그 얕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출렁이는 얕은 마음. 책 한 권으로 설레어 잠 못 이루고 괜히 막 마음이 충만해지는 밤이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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