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 모를 불안정한, 몸은 또 한번의 갱년기를 맞이하는 것 같고, 마음은 허둥대며 흔들리고 뿌리가 뽑히는 것을 보고 있는, 머리맡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빤히 보고 있고, 가방에서 들어있는 책도 있는데, 스도쿠만 계속 하였다... 그토록 잘되던 집중은 어디로 갔는지... 주말에는 명상관련 연수도 갔건만, 명상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이 여지없이 깨진 경우였다. 사이비 집단같은, 이것도 편견일까... 이리저리 치이고 정리가 도무지 안되는 -부유물처럼 떠다니는 생각들- 마음으로 '고민하는 힘'을 펼쳤다.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글을 가지고 고민해야 될 것을 저자가 알려주었다. 삶의 노하우나 정답이 아니라 방법을 알려준다. 매순간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늘 늦게야 알게 된다... 이미 선택지를 정해 놓고 그쪽으로 고민해 나가는 상황에서 괜찮은 결과와는 한참 동떨어질 수 있다. 늦게 안다는 것은 후회를 동반한다는 의미일건데, 선택과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과라는 것을 알 수는 없다. 결과의 종류 또한 나에게만 보다는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라면, 그런 상황이 얼마나 자주일까마는... 그냥 제목에서 큰 의미를 얻는 정도에서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의 글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이 책에서는 '늙어서 '최강'이 되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이들어 저자가 버킷리스트로 하고 싶은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는, 그 이면에는 '뻔뻔함'이라는 태도가 있어서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보니? 점잖과 타인의 시선보다는 이러한 뻔뻔함이 필요할 수도. 이때껏 하지 못한 것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 본다, 나의 버킷리스트... 어쩌면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가 만든 벽이 너무 높고 넓을 수 있다. 그 누구의 시선은 잠깐이면 그만인데... 스스로에게 뻔뻔함을 허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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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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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했습니다. (26쪽)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39쪽)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벌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돈을 사용하고, 그러면서도 돈 때문에 마음을 잃지 않도록 윤리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본의 논리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너무 평범할까요? (62쪽)

‘인간은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를 묻는 물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77쪽)

인간의 자아 속에는 즉물적 지의 측면도 있고 원초적 생각과 감정 같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 모두 모여 형성된 것이 자아입니다. 본래 청춘은 타자와 미칠 듯이 관계성을 추구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공연한 생생함은 적극적으로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87쪽)

타인과 깊지 않고 무난한 관계를 맺고, 가능한 한 위험을 피하려고 하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모든 일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그런 ‘요령이 뛰어난‘ 젊음은 정념과 같은 것은 사전에 잘라낸, 또는 처음부터 탈색되어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습니다. (90쪽)

사회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집합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자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동료로 인정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한 수단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을 통해서 비로소 ‘거기에 있어도 좋아‘라는 인정을 얻게 됩니다. (118쪽)

‘인간적인‘ 고민을 ‘인간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지요.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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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지만 음, 꼬리에 무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심사위원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침전되어 있는 작고 희미한 소리들, 마치 웅웅거리는 소음과도 같은 소리들을 불러내어 서사시적인 필체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7-8쪽).' 여기 저기에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산재해 있는 것들, 즉 필요한 부분을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않은 채, 소음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실지로 가장 가깝고, 잘 알고 있다고 믿는이에게 조차 전혀 모르는 상황과 외면당한 그런 일들이 담담히 들어있다. 소음을 소리로 만들어 내기 위한 일들은 혼자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도움은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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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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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하고 딸년은 내 사는 꼴이 지저분하다고 부끄럽다지만...... 그것이 무엇이 부끄러운가? 내가 아는 부끄러운 것 중에 그런 것은 없어. 산 사람의 살림이 오만 잡종인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25쪽)

청계천을 사이에 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고 그 위를 사람들이 오가게 만들어 도심에 활력을 부여하고 기술자들을 발굴해 세운상가 일대를 새로운 명소로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여소녀가 이해하기로는,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을 늘리려는 프로젝트였다. 지나가다가. 그것이 다시 가능해질까? 지나가는 사람 자체가 없어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접었지만 여소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미적지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오간다고? 흠. (66쪽)

여기를 재생하려면 거짓말하지 말고 그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들이 되살리려는 것을 그들이 제대로 알아야 했다. 제대로 알려면 말이지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이 공간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는 펼쳐져야 하는 거 아니냐...... 그들이 각자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여행은 몇 번을 가보았는지를 알아보고 가족도 다 만나고 그들의 자녀는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직업을 얻었는지, 그중에 비정규직은 몇퍼센트인지까지도 다 알아봐야 했다. 그 이야기들로 두루마리를 만들어 이 거대한 상가의 내벽과 외벽을 몽땅 덮어버려야 했다. (68쪽)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움직일 때,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을 때, 나는 죽음을 느껴요. 매우 정지된 지금을요. 너무 정지되어서, 지금 바로 뒤를 나는 상상할 수 없고요. 궁금하지도 않아요. 지금이라는 것은 이미 여기 와 있잖아요. 그냥 슥...... 그렇죠 아저씨 말대로 이미 슥...... 따로 상상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이 세계 이후의 저 세계라는 것을 상상하지 않습니다. 내가 현재나 과거를 생각할 때, 그것은 매번 죽음이고, 죽음을 경계로 이 세계와 저 세계로 나뉘는 것이 아니고 죽음엔 죽음뿐이며, 모든 죽음은 오로지 두 개로 나눌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목격되거나 목격되지 못하거나. 그렇지 않나요? (80쪽)

같은 모델이라도, 그 기기를 다룬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고 여소녀는 말했다. 세상에 그거 한 대뿐이니까, 빈티지를 고치려는 사람들은 고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살린다고 말하지. (101쪽)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라는 말을 간신히 삼키고, 그녀는 사진에 눈길을 주었다. (113쪽)

그녀는 그에게 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고통을 낱낱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그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의 고통에는 어떻게 그렇게 무감각할 수 있는지. (140쪽)

그는 누군가에게 분노하기 전에 항상 그것이 부당한 것인지 아닌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자신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므로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60쪽)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250쪽)

어린 시절의 환경이나 유전적 기질로 원인을 추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일부일 뿐이다. 폭행 사실이 밝혀졌다는 건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뜻이다. 딱 한 번의 순간적인 실수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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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이 [장정일의 독서일기 1-7]을 재 가공해 만든, 순전히 자신의 판단만으로 만든 책이다. 또 그 안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다시 읽고 받아들인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다시 읽는다는 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단숨에 읽었다. 김영훈이 말한 '중립적인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7쪽)'와 마찬가지로 나또한 편파적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스트가 들어 간 건 확실하다.  

책을 열면, 나오는 시, "삼중당 문고[길안에서의 택시잡기](민음사, 1988)"는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었다는 동질감으로, 몇번을 곱씹어 읽게 했다. 150원 했다는 삼중당 문고가 나의 기억에는 300원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최소 두세권씩 구입해서 그랬는지, 또는 친구들이 두권씩 선물 준 기억으로 그랬을까... 암튼, 얼마큼 알고 알아야 남의 글을 읽고 가타부타(?)는 아니더라고 소견이라도 첨부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시대에 함께 살아 그의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위로받는다... 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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