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들이 수업에 헌신하기 바랐으며, 학습 중 가장 높은 단계, 곧 내적 몰입commitment의 단계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학생들이 독립적이며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면서 동시에 자기에 대해 성찰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포용해 내면서 협동적 지식을 만들어 내기 바랐다. -19쪽
주변을 늘상(참여)관찰하고 냉철한 추리력으로 사유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곧 지혜로운 삶을 사는 태도다.-37쪽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특수한 사회적 상황이나 배경,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라들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07쪽
중립된 시각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존재와의 지속적인 접촉과 진지한 소통 끝에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112쪽
우리는 배움이라는 것을 스스로의 삶과 연결시킨 지식이 아니라, 암기해야 할 무엇으로 '처리'해 버리고 있으며,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제 행동과 말은 다른, 정해진 답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151쪽
자의식 과잉의 시대에, 제각각 자기가 보고 싶고 볼 수 있는 만큼만을 보며,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힘없이 고꾸라지며 피해 의식을 키워 가는 개인이 제법 많은 세상, 병적인 활력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현 세상에서, 미래를 꾸려 나가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전 손택의 말처럼 '타인의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191쪽
'의지적 인간' '합리적 근대인'으로 남아 있기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중 소비 사회, 지식 정보 사회,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는 너무 복잡하고 비합리적이다. 의지로 바꾸어 내려고 버둥거리기보다 조건 자체를 바꾸어 보는 것, 문체 자체, 말하는 형식 자체를 바꾸어 보는 노력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231쪽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공동체적 소통이 쉽지 않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영화다......우리들이 얼마나 피상적으로 말하고 적당히 생각하며 감정적인 의견을 이성적인 척 가장해서 둘러대고, 그래서 잘못된 결론을 내리면서 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주는 영화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집요한 탐정처럼 얼마나 세심하고 정확하게 관찰하고 유추해야 하는지, 또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보는 훈련을 해야 하는지를 절감하게 해 주는 영화다. 현상은 "있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선택적으로 본다"는 현상학적 명제를 영화를 통해 확인하면서 이제 헤어질 차비를 한다. -283쪽
자신의 고민이 자기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사회적 맥락에서 풀어 가는 것을 배우면서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 동시에 그런 행동 자체가 '로컬 지식'을 생산하는 작업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 가는 것이 대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란 뭔가를 배워 가고 가르치는 창조적 공공재이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한 곳이 아니었던가요?-333쪽
나는 고상한 척하고 용기 있는 척하며 함부로 세상을 진단하는 사람들이 자꾸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38쪽
체험을 통한 현자의 은유야말로 살아 있는 시를 만드는 새로운 질료라고 생각했다.-45쪽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60쪽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시가 불이야?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안 보이는 사랑의나라 中에서--68쪽
물빛 1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127쪽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였다. 다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크고 작은 것의 차이에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차이에서 떠나고, 살고 죽는 것의 차이에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내게도 어려운 결심이었다. -이 세상의 긴장 中에서--165쪽
사랑은 아무런 보장 없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고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믿음의 행위로서 믿음이 부족한 자는 사랑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뵈거나 말거나, 당싱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당신과 함께한다는 믿음으로 살아왔다.-196쪽
그렇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다는 것. 그 확인 말고는 세상의 끝장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203쪽
정말 아껴가면 읽은 글이다. 마음이 환해지고 순수해지는 글이다. 아니 詩다. 말과 삶이 하나가 되어 녹아 있는, 어떤 말이 필요하랴, 지금까지의 나도 조금이라도 비슷하다면 좋겠다... 절로 가만가만 탄성이 나온다.
구름산을 다녀오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산에게 미안했다. 이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네이버가 말하길 '구름 속까지 솟아 있다고 해서 구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운산(雲山)이라고도 한다.'
스위스의 심리치료사인 테오도르 보베는 "중독은 늘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는 그 무언가"라고 말한 바 있다.-42쪽
어머니로부터 받은 자신의 상처를 토대로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타인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타입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일에 너무나 치중해서 자기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5쪽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은 늘 권위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권위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61-62쪽
"대부분의 거식증은 엄청난 죄책감을 동반하는 과잉보호와 과잉애정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103쪽
사랑하는 사람사이에 건강한 경계가 없으면 무의식적으로 공격심이 커져 언젠가는 서로 헤어지게 된다.-155쪽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자신과 어머니에 대한 나의 생각뿐이다.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181쪽
사람들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람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 아닌 신을 믿어야 한다.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준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심리치료사의 무의식적인 태도에 정확히 반응한다. 의뢰인들은 심리치료사가 의뢰인의 치유 가능성을 믿고 있는지 아닌지, 혹은 의뢰인 안에서 치유의 희망을 발견하였는지 못하였는지를 정확히 감지한다. -221쪽
인도의 예수회 수도자이지 심리치료사였던 안토니 데 멜로(Antony de Mello)는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는 도움을 찾는 것보다 관계를 구속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248쪽
제대로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이 자기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을 뜻하며, 서로 간의 관계를 성장시키고, 신뢰가 생겨나도록 이야기하는 것을 뜻한다.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