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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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거, 많이 벌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 같지?
아냐... 벌면 더 벌기 위해 더 바빠져.
신분이 상승할수록 그 신분에 걸맞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은 더 늘어나거든. 그게 자본주의야.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것...-87쪽

돈도 재능이야.-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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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간 커피조차, 화장실조차 갈 시간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곤지암리조트까지 다녀왔다. 밖은 봄이다. 강의를 듣기 보다는 밖을 거니는 게 훨씬 좋았다. 공기가 다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무얼할 때 가장 끌리는지. 무엇이 재미있는지. 요즘 관심가는 게 무엇인지를 나누었다. 번역도 부탁받았다. 새로운 일에 정신을 쏟으며 임박하게 긴장을 하면서 일하는 게 재미있다. 재미있으면 행복하다.  

 

ps)고민정씨가 프로포즈 받은 시.(p92-94) 

'청혼'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 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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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9월
품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며 교양 있는 척하지만 문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모든 종류의 예술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서이 가치를 먼저 따진다. -17쪽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참 외롭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 길을 걸은 이가 없기에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기에 갈림길을 만날 때면 항상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도 없다. -69쪽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계획한 첫 번째 도전은 샹그릴라香格里拉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유토피아처럼 이상향을 뜻하는 샹그릴라.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천국처럼 묘사되어 있는 샹그릴라 말이다. -125쪽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 기쁘고 힘들 때 떠오르는 사람,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204쪽

너무나 막막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이 날 그토록 힘들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난 한국에서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할 때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어보니 그 말이 얼마나 빈껍데기였는지, 가족과 친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게 얼마나 큰 언덕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든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던 게 얼마나 쓸데없는 자만심이었는지 그저 한숨과 헛웃음만 나왔다. -242쪽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나를 둘러싼 하나의 환경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저 내 안의 나를 믿으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날 아끼는 누군가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손을 잡아준다면 그 손길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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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가 들려주는 48개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너와 우리를 드려다 본다. 간간히 '망각과 자유'에 나온 글들도 보인다. 친절하게도 더 읽어볼 책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모른 척하며 타인의 손과 입을 빌려 말하는 것, 자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직함과 솔직함을 내내 유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일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스쳐갔다. 조카가 자퇴를 했다. 전공이 맞지 않고, 학교의 수준이 낮고, 20년 가까이 살아온 지역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를 스스로 개탄하며 문화적 충격또한 만만치 않음에서 애석함과 안타까움을 엄마에게 고스란히 드러냈단다. 동생은 혼란스러움 자체로 캐나다, 대전, 서울로 서로 통화하며 위로를 주고 받았다. 결론은 조카에 초점을 두느냐 동생에게 초점을 두느냐로 모아졌다. '인간은 금지된 것과 결여된 것을 욕망하는 법이다.(p198)' 동생은 자신이 공부했던 방식으로 조카를 키웠고, 자신의 대학생활에 비추어 하숙(하숙하면서 무지 쓸쓸했다함)을 싫어했다. 조카는 강제로 공부를 좀더 시키지 않았던 점과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던 점, 어디에서 사는가등이 무한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남았단다. 우린 언니 동생으로서 조카보다는 동생의 마음을 드려다 보기로 했다. '넌 나의 동생이니까, 언니니까' 힘을 내야한다고. 이때껏 위로한답시고 조카편에 서서 동생의 마음을 마구 헤집었던거다. 시어머니, 남편, 두딸 모두가 동생에겐 폭탄이었다. 이십년이 지나면서도 가족을 '가구(p86)'같은 존재로 보지 않고 배려하면서 생각하고 있는 동생이 대견하다. 조카때문이 아니라 동생때문에 조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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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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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많다. 인문학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당연히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삶의 위기와 동의어라고 하겠다.-69쪽

아내는 남편에 대해, 혹은 남편은 아내에 대해 부단히 자신을 새롭게 가꾸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낯섦, 혹은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나 긴장감도 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대가가 필요하다. 더 이상 친숙한 상태로 상대방을 만날 수 없을 것이고, 당연히 정서적 안정도 심하게 훼손될 것이다. 그렇지만 [가구]라는 시에서 도종환이 말했던 가구와 같은 관계를 벗어나려면,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무서운 일 아닌가? 없을 때는 찾게 되고 있을 때는 서로 무관심한 관계, 즉 가구와 같은 관계라면 말이다.-85-86쪽

비트겐슈타인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에서 언어를 숙고했던 철학자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윤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그가 혐오했던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함부로 말하는 인간의 허영이나 과시욕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속내레 대해 당사자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함부로 이야기하고 있는가?-99쪽

공자에게 예절은 중요한 것이다. 그는 꿈에서나마 예를 만들었던 주공을 만나기를 기대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없다면, 예절은 아무도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통찰 때문에 공자는 예절의 맹목적인 추종자가 아니라, 최초의 동양 철학자로 남을 수 있었다. -143쪽

타자와 차이를 포용하는 여성적 경험이야말고 구체적인 현실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와 차이가 우글거리는 곳이 바로 현실이자 구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체험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여성은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남성의 담화를 통해서만 표현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성의 담화가 논리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삶의 중요한 대목은 대부분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애매한 것 아닐까?-187-188쪽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의식적 정서, 즉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따. 표면적으로 상대방은 나의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옳다고 인정할 수는 있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타당한 주장, 즉 논리적으로 옳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방을 실제로 움직이도록 할 수 없는 이유는, 나의 이야기가 그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비판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상대방의 역린을 읽을 수 있는 수사학적 감수성이 없다면 빛을 발할 수 없는 법이다.

*역린逆鱗: 용의 목에 있는 거꾸로 된 비늘-208쪽

자신의 삶이 예기치 않은 마주침에 의해 요동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인간을 깨우려는 것, 그래서 그들을 삶의 진실에 이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왕충이 하려는 것이었다. 왕충의 시선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싸늘하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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