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 다양한 분야의 학문까지 범위가 아주 넓다. 그야말로 백과사전이 따로 없다. 관점이 새롭다.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보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야가 고정되고 머리가 굳어지고 마음에는 억지가 생기는 거다. 지나침이 없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걸어 '빨래 너는 여자'가 생각난다. 이참에 찾아적어 본다.
빨래 너는 여자
-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어 빨래통에 담겨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래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