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 다양한 분야의 학문까지 범위가 아주 넓다. 그야말로 백과사전이 따로 없다.  관점이 새롭다.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보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야가 고정되고 머리가 굳어지고 마음에는 억지가 생기는 거다. 지나침이 없고 발끝으로 사뿐사뿐 걸어 '빨래 너는 여자'가 생각난다. 이참에 찾아적어 본다. 

 

빨래 너는 여자

-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어 빨래통에 담겨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래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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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만화 상상력 사전 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수박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8월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와 닮지 않은 것을 경계하며, 우리와 다른 것은 무엇이든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을 없애려고 우리는 파괴자가 되기도 하죠. 우리에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세계를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른 문명과 만나기만 하면 어느 쪽이 더 강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죠. 나와 남 사이의 차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에도 활용할 줄 모릅니다. 우리는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합니다. 하지만 진정 이로운 것은 모든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입니다. -16쪽

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특유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아과 의사들은 그것을 아기의 애도(哀悼)라고 부릅니다. 어머니가 자기 곁을 떠날 때마다 어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죽었다고 믿는 아이는 울음을 떠드리빈다. 어머니가 돌아와도 아기는 어머니가 또 떠날 것을 걱정하며 다시 불안감에 빠집니다. 그 나이에 아기는 세상에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기의 애도'는 자기가 세계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 다르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입니다. 아기는 엄마와 자기가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기 혼자 남게 될 수도 있고,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때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죠. 아기는 생후 18개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와 일시적인 이별을 범상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128-129쪽

아기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될 그 밖의 많은 불안-고독에 대한 두려움,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적대적인 이방인과 마주칠 때의 공포 따위-의 대부분은... 맨 처음 겪는 이 고통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입니다.-129쪽

지구의 주인은 잡식 동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종류의 먹이를 먹어 치울 수 있다는 것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종을 퍼뜨리는 데 필요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지구의 주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형태의 먹이를 삼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먹이에만 의존하는 동물은 그 먹이가 떨어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한 종류의 곤충만 먹고 사는 많은 종류의 새들은 그 곤충들이 이동하는 것을 따라잡지 못한 채 멸종해 갑니다. 유컬립터스 잎만 먹고 사는 코알라들도 산림의 나무를 베어내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개미, 바퀴벌레, 돼지, 쥐들처럼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들 다섯 종은 거의 모든 종류의 먹이, 심지어 찌꺼이조차 맛보고, 소화시킵니다. 또 이 다섯 종은 주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언제라도 먹이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먹이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게 되거나 독성에 치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먹기 전에 반드시 실험을 해봅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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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단다 - 작은 나무 사람 펀치넬로 이야기 너는 특별하단다 1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세르지오 마르티네즈 그림, 맥스 루케이도 글 / 고슴도치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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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25쪽

"왜 냐 하 면, 내 가 널 만 들 었 기 때 문 이 지. 너 는 내 게 무 척 소 중 하 단 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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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보고 싶은 사람 뿐 아니라 기억속의 있는 사람까지 언제든 어디서든 닿을 수 있다. 아니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타인의 형편과는 무관하게 아무때나 연락 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지속적인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불쑥 전화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이 들까, 여러가지가 생각나면서 불쾌하고 불편한 일이다...최규석의 만화는 있는 그대로의 말과 내용이라서 불편했다. 이도저도 못하는 아이들, 그들의 능력과는 무관한 일들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 그들의 틈새에서 나는 일하고 있다. 그 아이들 중 한명이 스스로 죽었다. 거짓말같이 만우절에 죽었다. 눈에 띄지도 않았고, 드러나지도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으리라.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필요로 했을 거고, 나름의 눈짓과 몸짓을 했을거다. 촘촘한 마음의 채가 부족했다. 제때에 알아차리지 못함이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온종일 무얼했는지 모른다. 마음이 바닥을 칠 때 몇번씩 중얼거린다. 'YOUARESPECIAL' 'YOUAREMINE' 그런데도 여전히 불편하고 아프다.   

ps)금요일은 잠을 설쳤고, 토요일은 어디론지 가야만 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교보문고와 일산의 호수공원까지 스파이더맨과 다녀왔다. 안개인지 황사인지 모르겠지만 호수가를 한바퀴 돌아보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아침, 점심을 먹지 않은 걸 알게 되었다. 수박 몇조각과 맥주로 저녁을 먹었다. 잠자는 내내 심한 두통과 알지 못한 꿈에 시달렸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커피한잔 마시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코끝의 향내, 커피를 내린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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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 하나를 처리하는 데 오전을 다 사용했다. 소란하다... 시간과 사람과 일의 틈새, 이럴 때는 만화책을 읽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최규석의 만화를 동시에 들었다. 모든 게 애매하다. 그 와중에 걸려온 전화, 도무지 말소리만 들리고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몇번의 문자를 보냈는데 내가 답을 해주지 않았다나... 글쎄? 뚜벅뚜벅 오는 길, 기분이 애매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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