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와 닮지 않은 것을 경계하며, 우리와 다른 것은 무엇이든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을 없애려고 우리는 파괴자가 되기도 하죠. 우리에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세계를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다른 문명과 만나기만 하면 어느 쪽이 더 강한지 확인하고 싶어 하죠. 나와 남 사이의 차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에도 활용할 줄 모릅니다. 우리는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파괴합니다. 하지만 진정 이로운 것은 모든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입니다. -16쪽
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특유의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아과 의사들은 그것을 아기의 애도(哀悼)라고 부릅니다. 어머니가 자기 곁을 떠날 때마다 어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죽었다고 믿는 아이는 울음을 떠드리빈다. 어머니가 돌아와도 아기는 어머니가 또 떠날 것을 걱정하며 다시 불안감에 빠집니다. 그 나이에 아기는 세상에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기의 애도'는 자기가 세계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 다르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슬픔입니다. 아기는 엄마와 자기가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기 혼자 남게 될 수도 있고,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때도 있음을 깨닫는 것이죠. 아기는 생후 18개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와 일시적인 이별을 범상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128-129쪽
아기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될 그 밖의 많은 불안-고독에 대한 두려움,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적대적인 이방인과 마주칠 때의 공포 따위-의 대부분은... 맨 처음 겪는 이 고통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입니다.-129쪽
지구의 주인은 잡식 동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종류의 먹이를 먹어 치울 수 있다는 것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종을 퍼뜨리는 데 필요 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지구의 주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형태의 먹이를 삼킬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먹이에만 의존하는 동물은 그 먹이가 떨어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한 종류의 곤충만 먹고 사는 많은 종류의 새들은 그 곤충들이 이동하는 것을 따라잡지 못한 채 멸종해 갑니다. 유컬립터스 잎만 먹고 사는 코알라들도 산림의 나무를 베어내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개미, 바퀴벌레, 돼지, 쥐들처럼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들 다섯 종은 거의 모든 종류의 먹이, 심지어 찌꺼이조차 맛보고, 소화시킵니다. 또 이 다섯 종은 주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기 위해 언제라도 먹이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먹이 때문에 전염병에 걸리게 되거나 독성에 치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먹기 전에 반드시 실험을 해봅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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