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국어책 - 중학교
지식공작소 편집부 엮음 / 지식공작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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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만나 보길 바랍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청춘의 소나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마른 가슴은 촉촉해지고 거친 피부에는 홍조가 돌아오면서 거부할 수 없는 희망의 물결 속에 잠겨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추억은 그렇게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할 것입니다.-4쪽

옛날, 우리 고향에선 설이 돌아오면 엿을 고는 집이 많았다. 밖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데, 부엌에선 가마솥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탔고, 할머니와 어머니께선 번갈아 가며 엿을 저으셨다. 엿고는 날의 어린이들의 그 기쁜 조바심, 왜 저렇게 더딜까? -김성배 '엿단지'중에서--66쪽

단발머리를 나폴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웅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니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긲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 '소나기'중에서--96쪽

황진이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메라.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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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잘못 입어 권력을 놓친 마리 앙투아네트(키워드 인문학 p101), 역사에서 욕심이 금욕을 이긴 적은 없다(p195), 평등한 사회일수록 자신의 뛰어남을 증명하기에 안성맞춤인 명품(p223) 이야기등 50개의 키워드와 100권의 읽을 책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보물을 캔 기분이다. 몇권의 책을 보관리스트에 담아둔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고 나자신에 대한 고민을 한번 더 하게 한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몇일 동안 내내 우울모드, 그 속엔 욕심과 인정욕구, 온전히 나만 바라 봐 주기를 원하는 맘과 잘난 척하는 마음이 섞여 있었다. 무심히 지나쳐도 되는 어떤 동인이 한순간 마음을 빼앗아 버린다.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 올라오면서. 이건 예전의 나의 상처이거나 미해결과제이기 때문이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있으니까. 좀 나아져야 되지 않을까. 또 책도 이렇게 많이 읽고 있는데도 쉽사리 화가 불컥나고 속이 뒤집어진다. 이럴때는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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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사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안광복 지음 / 한겨레에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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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는 탐욕은 불안에서 온다고 말한다. 모두가 써도 될 만큼 넉넉한 처지에서는 내 것부터 손에 쥐려는 조급함도 사라지는 반면에, 모두가 내 것부터 챙기려는 분위기에서는 쓰고도 남을 만큼 쌓인 물자도 늘 부족하기만 하다. -29쪽

우리네 삶이 왜 신산스러운지는 식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넓은 집고 자동차, 사치스러운 취미 등등,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욕망 가운데 삶에 꼭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허기 채우기를 넘어 식탐으 부리는 순간, 건강은 망가진다. 생활도 마찬가지다.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는 끝이 있지만 욕망을 채우는 데는 끝이 없다." 톨스토이의 말이다. -106쪽

어떻게 해야 나를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 프롬은 무엇보다 '정신 집중'을 강조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집중하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모으지 못하면 관계는 절대 깊어질 수 없다. 한때의 즐거움이 사라지면 애정 역시 스러져 버리기 때문이다.그런데 인터넷은 집중력을 흩어지게 만든다. 조금만 지겨워도 손가락은 여지없이 '클릭질'을 시작하지 않던가. 사랑은 집중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122쪽

생활 속에서 '과학적'이라는 말은 어느덧 '옳고 이롭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과학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설명은 되레 위험하다.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도, 명쾌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145쪽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른은 교사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른이 될 만한 교사'를 길러 내고 있을까? "훌륭한 교사는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평범한 교사는 '규칙'에 매달린다. 가장 무능한 교사는 규칙을 어겼을 때 어떤 '벌칙'을 줄지에만 신경을 쓴다." 토트 휘태커의 말이다. -157쪽

우분투란 '인간은 다른 사람 덕분에 인간이 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우분투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203쪽

내가 부러워하고 얻고자 하는 것들을 나는 진짜로 원하고 있을까? 철학자 라캉은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바라는 일을 했을 때 기쁨을 느낀다. 부모의 바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셈이다. 남들이 부러운 눈초리로 보기에 나 역시 좋은 차, 훌륭한 집을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233쪽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인생의 가장 큰 죄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내 시간과 마음을 채워 줄 것들로 넘쳐 난다. 노예에게는 노동 없는 시간이 무섭다. 세상에는 그 두려움을 없애 주기 위한 중독거리들이 가득하다. 과연 우리는 노예보다 얼마나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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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그다지 높지 않는 산, 삼성산에 갔다. 그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적당했고, 진달래와 울긋불긋한 사람들이 곳곳에 넘쳐 생기가 넘쳤다. 최근 자전거를 탔던 보람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올라가다가 내려 오는 사람들이 있어 같이 되돌아왔다. 그런데 출발점과 종착점이 다르단다. 4시간 걸었다. 일행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같이 가다가 다시 기다리고를 반복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시간으로 마련하였지만 역시 끼리끼리 올라갔다. 일하는데 불편을 끼치는 사람은 이곳에 와서까지 불편하게 했다. 참으로 이상했다. 적어도 사람과의 만남을 갖는 순간만이라도 바로 앞, 옆사람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되지 않을까. 그 시간과 그 공간에서는 마주하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필요할 거 같다. 그런데 우린 그렇게 친해서(?) 함부로 하고 불편하게 한다. 사람과의 소통을 어디까지 해야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면서 만든 길, 분명 그 길이 편하고 지름길이겠지만... 서로의 뒷꼭지만 보고 갔다... 몇권의 책 속에 연필들이 꽂혀있다. 읽다 만 책들이다. 헬렌니어링과 스코트니어링부부는 '조화로운 삶(the Good Life)'을 추구하는 과정이 어떻게 조화롭지 못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만나 가는 길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겠죠... 방법은 작은 것부터 찾아보기다...       

오늘은 부활절이다. 같이 떡을 나누며 축하했다.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에만 즐거워했다. Sorry, J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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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갈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
스코트 니어링 지음, 이수영 옮김 / 보리 / 2004년 6월
품절


하나를 고르면 하나는 버려야 한다. 제때에 분명히 행동하면 하나는 고를 수 있다. 머뭇거리거나 옆걸음질치거나 미적거린다면 둘 다 놓치고 만다. -14쪽

자급자족하는 삶을 찾는 이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털어 그런 기호품을 비롯하여 건강과 안녕을 망치는 물건들을 사라고 꼬드기는 것에 견뎌야 한다. 오늘날, 스스로 충만한 삶이란 늘 그랬던 것처럼 절제하고 금욕하는 삶이다. 온갖 기호품을 끊고 꼭 필요한 것만 누리는 삶이어야 한다. -35쪽

지금의 모든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지금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 -87쪽

한 사람의 실직은 자기 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실직 상태는 사람 하나가 거의 손댈 수 없는 원인에서 시작된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대량 생산 경제의 이윤 추구 원리에 있다. -107쪽

상황이 제멋대로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냥 무시하기, 일상에 집중하기, 위기를 얕보고 과소 평가하가, 한 대상을 골라 이렇게 어려운 때를 겪게 한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우기, 유흥으로 문제 잊기 따위가 방법이다. 이는 지성이 성숙하지 못했거나 상황에 맞닥뜨려 결단을 내릴 능력과 결단을 내린 뒤 그대로 실천할 의지가 모자라는 사람들이 쓰는 방법이다.-153쪽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살고자 하는 이들은 날이 갈수록 오랫동안 지켜온 질서나 풍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양심과 지성을 삶을 바꾸는 일에 바친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책임과 의무에 따라 움직인다. 그것은 바로 조화로운 삶으로 스스로 들어서는 일이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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