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쓸쓸하고 외롭다. 검정옷을 사계절 입고 있다. 바로 옆에 있어도 눈 한번 주지 않는 날이 많다... 초등학교 2학년때 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드디어 피아노를 갖게 되었다. 70년대 소도시에서의 피아노는 굉장한 의미를 주었다. 단발머리에 피아노를 치는, 지은이가 말한 요정들이 멋진 춤을 춘적도 있었다... 삼십대를 지나 오십이 되면서 피아노는 무겁게, 두껍게, 탁하게 놓여있다... 아직도 옆에 있지만, 점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시한번 요정들을 단번에 만나고 싶었다... '누구나 일주일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이 여기 있다.

-운동회에 갔다. 상담자에서 엄마가 된 날이었다. 무용을 하는 아이에게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꾸만 곁눈질로 확인하는 아이에게 안심의 눈짓을 보내줘야 했다. 물병에 채워준 물도 제대로 못마셔 쏟고 있었다. 세상의 따뜻한 손길을 삐딱하게 말고, 감사히 받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듣고 있다... 조규찬, 임재범, Westlife, 브아걸, 박정현, 박지민버전까지...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 while with me.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I am strong, when I am on you shoulders.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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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전지한 지음 / 에듀박스(주) / 2008년 2월
절판


피아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피아노는 누군가 와서 자신을 연주해 주기 전까지는 점정 망토를 뒤집어쓰고 구석에 웅크려 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49쪽

피아노는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악기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의 소리는 항상 수줍고, 미안해하고, 자신감이 부족하게 들린다......나는 피아노처럼 크거나 무겁지는 않지만 다른 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누군가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릴 뿐, -50쪽

"7개의 코드는 마치 7명의 요정같아. 자 내가 C코드를 치는 순간 C코드 요정이 나타날 거야. 어때 느껴져? 소리가 사그라들면 요정도 사라져 버리지." 민재는 C코드를 부드럽게 눌렀다. "이게 바로 C라는 코드야. 요정같지 않아?" 민재의 예는 아주 닭살스러웠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기에도 좀 그랬다. "이놈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귀로는 확인할 수 있지. 이게 바로 코드의 요정들이야."-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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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지만, 햇살이 들지 않는 상담실은 쌀쌀하다. 더욱이 아이들이 오지 않고 기다림을 더할 때는 더 춥다. 신경숙의 글은 실핏줄같이 가는 신경세포를 일깨우고, 그 아래 가라 앉아 있는 소소한 감정까지 톡톡 건든다. 어떤 상황에서 이런 느낌이었는데, 도저히 글로나 말로 표현 못하는 그런 느낌을 꼭 집어 드러내 준다. 일상을, 만나는 사람을, 보이는 사물들을, 현재와 과거와 추억으로 직물을 짠듯이 보여준다. 그녀의 글들을 읽으면 담담, 잔잔, 담백, 유유, 관조, 슬픔, 우울에 젖게 되지만, 빠져나올 수 있는 힘과, 나를 돌볼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봄인데,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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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네 슬픔아
신경숙 지음, 구본창 사진 / 현대문학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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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기다리며 원망하는 무엇인가를 얹어놓은 레일을 지켜보는 동안의 두근거림은 파멸을 향해 치달아가는 욕망의 마음이기도 했다.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한순간에 어느 지점을 관통해가는 레일 위는 누군가를 여기에서 저기로 데려다주는 길이기도 하나 시간이 영원히 정지해버리는 무덤 속으로 치닫는 길이기도 했다. -63쪽

사는 동안 아주 낯익은 것이 갑자기 다른 것으로 느껴진다든가, 너무나 익숙한 곳이 처음 와보는 곳처럼 여겨지는 경우는 허다하지만 실제로 너무나 잘 아는 길에서 헤매다보니 나 자신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이런 나를 믿고 어찌 살 것인가, 과장된 회의마저 든다. 문득 진짜 내가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는가? 내가 잘 안다고 여기고 있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내가 잘 알고 있는가? 하는 반문이 생긴다. 그런가? 정말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가? 그 길을? 그 사람을? 그 일을?-88쪽

봄은 신발 밑에 밟히는 땅의 느낌으로 온다. 겨우내 꽝꽝 얼어 있던 땅이 어느 날 폭삭폭삭하게 밟히면 그것이 봄이다. 아직 얼어 있는 개울이나 묘지 근처에 버들개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겨우내 기척이 없던 다리 밑 움막 속에서 거렁뱅이들이 나와 냇가에서 세수를 하기 시작할 즈음이면 진달래나 생강나무 따위에도 물이 오르고 가만가만 붉거나 노란 움이 트다가 어느새 꽃을 확확 피어올려 걷잡을 수 없게 되곤 했다. 어던 혹독한 겨울 끝이라도 그러했다. -149쪽

여름은 커다란 통 속에 들어 있는 화려한 꽃다발 같다. 닫힘 없이 열려 있다. 세련되었고 소박하다. 애오이처럼 신선하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무기력을 전염시키는 계절이기도 하다. 시들지 않는 꽃과 같이 영원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람을 집중시키다가 어느덧 가버리는 게 여름이다. 한없이 게으름을 부려도 좋을 것같이 긴 것 같으나 금세 입추를 맞이하게 되는 계절이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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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만, 그까이 껏하면 되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아껴가며 불편한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가면서 읽었다. 깨알같은 글을 가는 눈을 하고서야 읽게 되는, 더 가까이 가면 마음의 채도 촘촘해져 그 어떤 것도 놓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사는 게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더도 덜도 이만큼이면 딱인 데, 감정에서조차 욕심을 부리고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사람과 일에서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두는 일이다. 자꾸만 집착하게 되고, 소소한 거까지 바라는 어처구니 없는 욕심, 슬몃 자리잡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도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는 건 아닌가. 그 정도는 눈치를 채야 되지 않는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 나의 생일을 내 손으로 차려 먹어야 하나, 이 나이까지. 사랑한다면서. 유치하지만 아직도 생일타령이라고 치부하면 안된다. 그건 단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니까.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용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지요. 도시 때문에 생긴 일이고요.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고요. 혼자서 밥먹고, 이사하고, 터미널에서 서성이기, 정리하기, 출근하기등등 제목이 내용을 깍아 먹는 느낌이다. 이렇게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 올 수는 없는 내용이다. 각각의 일상에서 '어떻게 사느냐'와 중첩되면서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글이다. 그대도 책을 잡는다면, 조금씩 천천히 읽게 되면서 겸손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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