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피아노는 누군가 와서 자신을 연주해 주기 전까지는 점정 망토를 뒤집어쓰고 구석에 웅크려 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49쪽
피아노는 움직일 수 있는 다른 악기들을 부러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의 소리는 항상 수줍고, 미안해하고, 자신감이 부족하게 들린다......나는 피아노처럼 크거나 무겁지는 않지만 다른 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누군가 먼저 다가오기만을 기다릴 뿐, -50쪽
"7개의 코드는 마치 7명의 요정같아. 자 내가 C코드를 치는 순간 C코드 요정이 나타날 거야. 어때 느껴져? 소리가 사그라들면 요정도 사라져 버리지." 민재는 C코드를 부드럽게 눌렀다. "이게 바로 C라는 코드야. 요정같지 않아?" 민재의 예는 아주 닭살스러웠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기에도 좀 그랬다. "이놈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귀로는 확인할 수 있지. 이게 바로 코드의 요정들이야."-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