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목요일에 꺼내 읽은 책은 하루쯤 쉬고 싶은 생각으로 금요일 내내 읽고, 주말엔 평창으로 휴가를 갔다. 동네사람왈, 여름엔 이곳이 천국이란다. 그런데 겨울엔 아니란다. 불볕의 더위를 강조하는 tv와는 달리, 이불을 덮고 유쾌하게 잠을 잤다... 다만 그 유명하다던 '테라로사'에서는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찻집이 있을 수 없는 그곳에,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알만한 사람만이 온다는데, 그래서 찾아갔는데... 그리고 경포호와 바닷가엔 물반 사람반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고 끈적했다. 뜨거운 물 속에 사람들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전나무 숲을 또 한번 걸었다... 그런데도 난 좀처럼 마음을 끄집어 낼 수 없었다... 툴툴대고 불쾌한 기분이 밀려올 때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아주 조금. 깔끔하게. 메밀전을 맛봤다...내 식탁위의 책을 읽으면서 몸전체가 맛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머리. 심장. 팔다리. 피부까지. 음식을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방과 설탕을 마음껏 맛보면서도 다이어트가 가능한 내 식탁위의 책들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정동진을 뒤로 하고 경주로 출장을 갔다. 목소리는 갔고,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다... 지친 목요일도 지나간다. 책을 맛본다. 이와 같이 비슷한 책을 두권읽었다. 슬프다. 가볍다. 감흥의 정도가 얕다. 웬만한 충격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것, 무지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