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P78-79)에 나오는 글을 그대로 옮겼다. 새롭게 안 사실이다. 점점점 무(無)의 상태로 나아가는게 아닐까. 죽을 때 보면 몸만 남는 것처럼...  홀가분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싶다.

 

홀가분하다

 

언어분석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은 430여 개랍니다. 그것을 불쾌와 쾌(快)의 단어로 구분하면 7대 3정도의 비율이고요.

그중에서 사람들이 쾌[긍정]의 최고 상태로 꼽은 단어는, 다시 말해 쾌를 표현하는 단어 중 그 정도가 최고라고 꼽은 것은 '홀가분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성취나 물질적 획득 혹은 짜릿한 자극에서 비롯하는 '죽인다, 황홀해, 앗싸'같은 단어가 쾌의 최고 경지일 듯싶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이란 그와 달리 무엇이 보태진 상태가 아닌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거지요.

미치 그 사실을 알지 못해 자꾸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심리적 헛발질을 하고 있을 뿐. 알면, 당연히 홀가분한 길을 택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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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구판절판


누군가는 나이 들고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의 핵심을 너그러움으로 정의합니다. -35쪽

살면서 무엇보다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자기를 잘 보듬지 못하고 귀히 여기지 못 하는 자기애와 관련된 나태함이라고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49쪽

언제나, 인간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헤아리는 모든 행위는 가장 근본적인 동시에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입니다.-77쪽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신이 화를 낼 수 없는 이유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자각하게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120쪽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개인의 삶 자체를 중시하는 사회는 생각만으로도 근사합니다. -128-129쪽

한 상담가의 말에 의하면 딸과 문제없이 소통하는 아버지라면 이 세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으며 일상의 모든 관계에서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군들 그런 아빠가 되고 싶지 않겠어요. -142쪽

살다 보면 나이, 지위, 경험, 직업 등의 요인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치 부모님처럼 훤히 볼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은 '훤히 볼 수 있는 이'의 날선 비판이나 지적이 아니라 아량(雅量)입니다. 속으로 씩 한번 웃어주거나 어깨 한번 두드려주면 그것으로 그만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148-149쪽

일 시작 전에 매사를 꼼꼼하게 따지고 의심하는 것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동시에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삑사리'는 소통 전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고 그 결과 공유와 공감의 통로가 막혀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런 통로가 막혀 버릴 경우 상대방이나 나나 각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모두가 억울합니다. -152-153쪽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프로세스입니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 자체보다 그 내용을 펼쳐 보이는 과정에 그 사람이 가진 문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188-189쪽

사람이 온전히 온자 서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섬세하게 정의한 한 베테랑 심리치료사의 육성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이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집중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게 진짜배기 독립입니다.-199쪽

한 번도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 한 소설가는 '낚시의 손맛'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낚시의 손맛처럼 내가 모르는 세계가 수두룩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문제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찬.찬.히.깊.게.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 없이 지례짐작만으로, 자신을 불필요하게 핍박하거나 괜한 연민을 갖거나 턱없이 과시합니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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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내내 읽은 '느낌의 공동체'를 덮었다.  시, 영화, 소설, 사회, 정치, 노래 부분에 대하여 저자의 느낌(?)을 옮긴 산문이었다. 나의 느낌만큼 읽었다. 

 

'언니네 이발관'이 부른 노래, '가장 보통의 존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이지 않는, 아니 내가 안보고, 안들었던 그들의 노래도 있더라. 이 책에서는 내가 눈감고, 귀막은 부분을 많이 건드려 주었다.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너는 내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나는 니가 웃은 만큼의 웃음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 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나에겐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이곳에서 우린 연락도 없는 곳을 바라 보았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나를 너에게 준게

나에게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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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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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레 몇 시간을 자야 개우낳ㅁ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9쪽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42쪽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내에게 그의 친구가 이렇게 위로한다. "이봐, 그 여자 말고도 세상에 여자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걸 위로라고 하고 있다. 사내가 잃어버린 것은 '이 여자'다. 포인트는 '여자'가 아니라 '이'에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어떤 다른 '한' 여자도 사내의 '이' 여자를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위로는 허름하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은 그렇게밖에는 위로할 수가 없다. 유일무이한 '이 여자'가 세상에 얼마든지 있는 '한 여자'로 전락할 때 고통은 사라진다. -85쪽

시절은 가을, 너절한 슬픔들의 침투에 심신이 허약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하마 나는 너를 잊었다. 그리고 이제는 너를 잃은 슬픔까지도 다 잊었다. 그런데 왜 즐겁지가 않은가. 뭔가 한 뼘 더 타락한 듯도 하고 영혼의 뱃살이 늘어난 듯도 한 이 기분은 뭔가. 슬픔이 유통 기한을 넘기면 씁쓸함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거, 씹어 먹으면 아마도 이런 맛이겠지.-95쪽

강압적 일제 고사 시행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해임해버리자. 정부정책을 냉소하고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잡아들이자. 낙하산 사장 취임에 반대한 한국방송 직원들은 취임직후에 잘라버리자. 그리고 이제는, 생존권을 주장하며 저항하는 철거민들은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자......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치자. 놀라운 것은 그들이 '한번 생각해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행에, 옮긴다. 이 사태는 이제 정치학이 아니라 정신병리학의 소관처럼 보인다. 이 정권은 환자다. 그들에게는 초자아(Super Ego)가 없는가. 민주화 이후 그토록 더디게 우리 내면에 겨우 자리잡은, '이런 일은 이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그 초자아가 그들에게는 없는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죄의식도 없는 것이다. 이드(Id)만 있는 권력이라니. 꿈이 곧 현실이고 소망이 곧 실천인, 그런 권력이라니.-163쪽

지방 선거가 끝났다. 4년 만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느라 진땀 뺀 정치인들은 다시 생각 없는 삶으로 복귀했고, 4년 만에 공화국의 주인 대접을 받느라 머쓱했던 우리는 다시 힘없는 백성의 자리로 복귀했다. '그들만의 축제'가 남긴 결과는 해괴하다. -234쪽

그러나 자식의 잘못을 아비의 잘못으로 돌리는 유교 문화권의 전통이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법'이어야 한다. 자식이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정도의 효과만을 발휘할 때 그 방법은 가치가 있다. 문제를 일으킨 개인이 스스로 책임을 떠맡을 때 역설적이게도 그 개인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반대로 아비가 책임을 질 때 자식의 개인성은 소멸된다. -245쪽

우리가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은 공인(公人)이다. 한 개인의 업무과 공익(公익)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경우 그 개인의 판단과 실천은 공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연예인은 공인인가?-260쪽

당위와 현실이 팽팽하게 긴장할 때 고뇌가 생겨난다. 당위의 힘이 과도하게 커지면 억압이 생겨나고 현실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면 마비가 올 것이다. 그러니 자주 흔들리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고 고뇌는 건강한 사회의 증명서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어렵고 옳고 아름다운 것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고뇌하는 법을 잊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275쪽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건, 그것이 한 생이 함유하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배합 비율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방식이겠지요. -338쪽

이렇게 생각한다. 시는 엇갈림과 사무침의 화석이다. 세상과 나의 조우는 실패해야만 한다. '너무 빨리'가 세상의 시간이고 '너무 늦게'가 나의 시간이다. 그 시차(時差)가 서정일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나 자신과도 엇갈리고 사무쳐야 한다. 술에 취하면 그런 시들을 찾게 된다. 술 깨고 싶지 않은 것이고 계속 아프고 싶은 것이다. 술자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극복과 위로와 깨달음이 아니라 그것들과의 애틋한 거리다. 서정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빤하고 애틋한 수작이다.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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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추리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다.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오더니 어느새 햇살이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는 감정을 가장 만만한 사람에게 드러내고 있다...  날씨도 마음과 같다... 아닌 척 말간 얼굴을 내밀고 있는 햇님, 아니 원래 그 모습이었는데 물리적인 환경, 사람들 때문에 가끔씩 흙빛을 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도 괜찮은 환경과 좋은 사람들 가운데 있다면 아주 선하고 맑은 얼굴을 보이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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