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나이 들고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의 핵심을 너그러움으로 정의합니다. -35쪽
살면서 무엇보다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자기를 잘 보듬지 못하고 귀히 여기지 못 하는 자기애와 관련된 나태함이라고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49쪽
언제나, 인간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헤아리는 모든 행위는 가장 근본적인 동시에 가장 구체적이고 실용적입니다.-77쪽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자신이 화를 낼 수 없는 이유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자각하게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120쪽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개인의 삶 자체를 중시하는 사회는 생각만으로도 근사합니다. -128-129쪽
한 상담가의 말에 의하면 딸과 문제없이 소통하는 아버지라면 이 세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으며 일상의 모든 관계에서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누군들 그런 아빠가 되고 싶지 않겠어요. -142쪽
살다 보면 나이, 지위, 경험, 직업 등의 요인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치 부모님처럼 훤히 볼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은 '훤히 볼 수 있는 이'의 날선 비판이나 지적이 아니라 아량(雅量)입니다. 속으로 씩 한번 웃어주거나 어깨 한번 두드려주면 그것으로 그만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148-149쪽
일 시작 전에 매사를 꼼꼼하게 따지고 의심하는 것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동시에 소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삑사리'는 소통 전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고 그 결과 공유와 공감의 통로가 막혀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런 통로가 막혀 버릴 경우 상대방이나 나나 각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모두가 억울합니다. -152-153쪽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프로세스입니다. 정신분석 치료에서,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 자체보다 그 내용을 펼쳐 보이는 과정에 그 사람이 가진 문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188-189쪽
사람이 온전히 온자 서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섬세하게 정의한 한 베테랑 심리치료사의 육성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이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집중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게 진짜배기 독립입니다.-199쪽
한 번도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 한 소설가는 '낚시의 손맛'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살다 보면 낚시의 손맛처럼 내가 모르는 세계가 수두룩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문제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찬.찬.히.깊.게.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 없이 지례짐작만으로, 자신을 불필요하게 핍박하거나 괜한 연민을 갖거나 턱없이 과시합니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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