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책은 도움이 된다. 잠이 안올 때 뿐 아니라 화가 머리까지 올라와도 책은 위로가 된다. 오늘은 엉망진창으로 꼬인 하루다... 책은 달빛처럼 스며들어 스르르 풀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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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책방 -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독서 처방전
조안나 지음 / 나무수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지금보다 생의 무게(고민)가 무거워서 영화 한 편,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보지도 먹지도 못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사랑이었다. 마주칠까 봐 마주치지 못할까 봐 두려운, 어디든 있고 어디 에도 없는 신神적 존재가 이제는 사라졌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건 그가 아닌 그 시절의 나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든 자기 자신만큼 치명적인 존재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46쪽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앟ㄴ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87쪽

평범한 행복을 막는 시선, 사건들이 책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데이트를 한 후에도 쭉 같이 있다가 나중엔 데이트 자체가 없어지는 것. 그게 바로 결혼이다'와 같이 무시무시한 정의도 가득하다. 테이트란 개념이 없어지는 남녀의 관계라......, 무섭지 않은가? 누구나 "결혼은 생활이다"라는 말을 한다. 생활은 곧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12쪽

추억이란 그것이 슬픈 것이든지 기쁜 것이든지 그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의기양양하게 한다. 슬픈 추억일 때는 고즈넉이 의기양양해지고 기쁜 추억일 때는 소란스럽게 의기양양해진다.-136쪽

'사는 것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 거창한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타인을 만나고, 책을 읽고, 사진을 보고,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빌딩을 올려다보고, 이벤트에 가는 것이 여행인지도 모른다.-181쪽

도시인들이 외롭고 쓸쓸한 이유는 모든 게 너무나 쉽게 사라지고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화려했던 조명도 다 꺼지고 내 노래를 들어주던 관객들도 모두 떠난 무대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이 공허함을 장정일과 함께 나눠 먹는다. 언제나 다른 사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찼던 이들이라면 명상이 꽤 길어질 것이다.-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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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옮겨 쓴 '물의 가족'이다. 주인공들의 마음 속이  빤히 보이는 글이다. 주인공들의 마음을 내가 추측 할 필요가 없다. 글을 읽는 데 불편했다. 글을 따라 읽어가는 눈이 글과 그림을 동시에 본다고 할까. 형식 뿐 아니라 내용도 새로웠다. 일본어를 배워 원어로 읽고 보고 싶다. 번역이...

-3월이 끝나고 있다.  나는 그간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이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편안하고 해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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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가족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사과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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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는 아주 만족한 모습으로, 그러한 손녀와 자고 있는 증손자를 교대로 보고 있다. 그것은 힘이 없는 자를 지켜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나이의 눈이고, 아무런 구애 없이, 이성과 감정의 상극도 없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눈 깜짝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눈이다.-51쪽

아버지는, 바다로부터 이 고통에 찬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남김없이 배운 사나이고, 허둥댐을 억누르는 방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일일이 당황하는 일의 어리석음을 바다한테서 깨우친 사나이다. 아버지는 지금, 분명히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한테는 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씁쓰레한 추억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다음 한순간, 다음 하루, 다음 일 년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없다.-133쪽

이젠 장남의 자리를 포기하겟어,라고 형은 피투성이인 입 속에서 말하낟. 이엉지붕의 낡은 집, 그 집을 둘러싼 봉숭아나무와 아주 약간의 논밭,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근성, 시대에 뒤떨어진 돛단배, 그러한 것에 의지해서 오랫동안 핏줄을 남겨온 이름없는 조상들, 그들의 몸이 빨아먹은 쿠사바 마을의 물과, 쿠사바 마을에 배출한 물, 몇 번이고 되풀이된 극히 평범한 삶과, 극히 진부한 죽음, 혹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과 죽음, 마치 달리 나아갈 길이 없는 것처럼, 그들의 발자취를 충실하게 따라가려고 필사적이 되어 있는 자기자신-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좋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형은 진심으로 생각한다.-201쪽

아버지 노릇 하는 데 있어서는 그저 그런, 말이라는 것에 거의 의지하지 않는 이 사나이는,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도, 그다지 의미도 없이 마모되어 가는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평범한 사나이는, 이미 오래 전에, 아마도 돛단배를 타고 아마노나다로 출항했던 첫날에, 이 세상의 구조와 기능을 체득하고, 죽은자조차 그렇게 간단하게는 깨닫지 못하는 하늘의 이치(天理)라는 것을, 쿠사바 마을의 온갖 물을 통해서, 쉽게 이해해버린 것이다.-240쪽

인간이라는 생물은, 빛과 어둠 사이를 빙글빙글 도는 별 표면에, 아무 의미도 없이, 난잡하게 내던져지고, 수많은 신들의 소일거리로 만들어진, 아니면, 구더기처럼 생겨나버린, 그런 저주스런 암울한 존재는 아닌 것이다. 인간이란 모두, 하나 남김없이, 황금벌레나 야생 붕어나 반달곰과 똑같이, 찔레나 해초나 맹종죽과 똑같이, 인동초라든가 복숭아라든가 오오야마벚꽃과 똑같이, 혹은 해변의 모래라든가 강가의 돌멩이나 거대한 운석이 가져오는 이리듐iridium과 똑같이, 혹은 또, 쿠사바 마을을 한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이나 세월의 흐름과 똑같이, 누구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살아있는 동안은 물론, 죽고 나서도 완벽하게 해방되어 있고, 그 누구라도 그 사실을 막을 수는 없다.-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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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p209-210)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에게 신경숙이 들려준 스물여섯 개의 이야기, 그 중 내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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