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다는 것, 그 일을 안다는 것, 또 서로를 안다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가까운 부모와의 관계조차도 많이 다르다. 소통의 방법도 다르고 표현의 방법도 다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안다고 할 때도 나의 기대와는 여지없이 다르다...그러나 산다는 건 대동소이한 거 같다. 오십보 백보의 걸음으로 그렇게 목에 힘을 주고 기가 꺽이고 필요이상으로 모른 척하고, 포장하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자꾸 특별한 존재로 인식시키고 대우받고 싶다. 금방 드러날 일도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고 아닌 척하고 싶다. 이게 내가 극복해야 할 일이다...이석원은 일상의 일을 담담히 기록했다. 이렇게 우린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는 거 같다. 편안한 글이다. 특히 노랑색의 표지가 마음에 든다. 까칠한 종이의 질감도 좋다. 그런데 글의 내용에 보면(p259) '우선 나는 노란색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칠선녀가 나에겐 노란색이 '멸망의 색깔'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의 엄마의 믿음과 이석원의 믿음은 다르니까.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이 부르는 '가장 보통의 존재'의 가사를 음미하며. 봄날 저녁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