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품절


나이 먹고 기억력이 희미해져 어제 일도 까먹는다 해도 잊지 못할 옛날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엄마한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어린 시절은 나의 일생 중 완벽하게 행복한 시절이었다. 무서운 얘기도 많았지만 결국은 착한 사람이 이기고 못된 인간은 멸하거나 개과천선하게 돼 있었고, 동물이나 식물하고도 교감할 수 있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계였다. 그래서 엄마의 옛날이야기는 엄마처럼 안전했지만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아니 내쫓겨야 할 세계이기도 했다. -185쪽

실종된 신경숙의 엄마를 줄곧 우리 엄마하고 동일시하고 읽다가 그 엄마가 이 세상 어디선가 마지막 정신을 놓기 전에 남긴 독백, "내 새끼. 엄마가 양팔을 벌리네. (중략)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중략)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 엄마가 아닌 나하고 하나가 된다. 나야말로 엄마의 도움 없이는 죽지도 못할 것 같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간이니까.-195-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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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E.H.Carr)' 그럼 문학은 뭘까? '문학은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한 형태이다.(김현)'  인간이 살아온 태도를 표현하는 방법은 문학 뿐 아니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이 어떤 환경에 처해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알 수 있다. 문학이란 허구에 불과하다고 알았건만, 역사와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볼 수있는 장치가 들어있다. 또한 과거의 일들이 현재에 말을 걸고 있다. 문학을 통하여... 일박이일 출장을 에버랜드로 갔다. 그곳엔 벌써 크리스마스준비가 한창이다. 과거에 사람들은 이와같은 놀이동산을 상상이나 했을까. 가끔씩 어른들은 말한다. 핸드폰, 우주여행, 네비게이션등이 신기하다고... 그렇지만 아주 어릴때 상상은 했다고... 각각의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가까운 지인도 만났다. 예전에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나게 해 주는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눴다. '그때는 이랬지' '이젠 말할 수 있어' '지금에야 말하는데~' 현재에서 과거는 여러가지의 감정과 생각을 교차하게 했다. '그게 아니야' '소설쓰지 말고' 등등 이해를 하면서 더더욱 돈독해졌다고 할까... 과거가 없다면야 현재의 관계가 유지될 수 없겠지, 각자의 역사를 풀어 쓴다면서 몇권의 책이라도 쓰겠지. 물론 우리의 이야기또한 적어도 한권의 소설쯤은 거뜬하리라...  

이 책은 개인적으로 읽는데 힘이 들었다. 내용은 굉장히 알찬데 글씨체와 맛깔스럽게 들어갈 참에 다음 내용으로 넘어간다. 암튼 그랬다. 우리나라 이야기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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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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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되돌아보건대 아가멤논, 클리타임네스트라, 또는 오레스테스가 고통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멀고 먼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때문에 그런 고통을 받는다는 신화적인 설명은 지금 우리의 감수성으로는 받아드이기 어렵다. 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뜻에 따라 파멸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이런 문제에 직면하여 결코 부당함을 하소연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은 우리 인식의 한계 너머에서 우래된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재앙에 묶인 존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한탄하지 않고 그것에 당당하게 맞부딪친 다음 장대하게 스러질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은 긍극적으로 선(善)이 승리하는 과정이다. -37-38쪽

[데카메론]은 100가지의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탐구한다. 이 소설을 통해 보카치오가 반종교적, 반도덕적 태도만 주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도덕이나 종교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인간은 물론 운명의 힘에 휘둘리며 고난을 겪기도 하고 고통받기도 하지만 때로 참고 견뎌 내고, 때로 자신의 기지를 발휘하여 역경을 헤쳐 나간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이 아니다. 이제 신의 생각이 어떠한지 더듬어 헤아리기보다는 인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78쪽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형재애)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혁명을 통해 정말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되었을까? 비판적인 논자들은 혁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의 가능성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을 배제하고 억압했다고 주장한다. 형제애는 있었을지 몰라도 자매애는 없었으며, 그 형제들(시민)이 아버지(국왕)를 살해하고 권력을 잡았을 때 나타난 결과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질서였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관점에서 볼 때 혁명은 마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130쪽

양편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국가'이다. 즉, 국가의 편에 서서 해외로 나가 폭력을 휘두르면 해군이나 사업가가 되고, 국가의 명령을 위반하면서 해외로 나가면 해적이 된다. 그 밖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에서 이를 잘 표현하는 구절을 찾을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사로잡힌 해적에게 왜 바다를 어지럽히면서 도둑질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적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세계 각지에 출몰하는 당신과 다를 바 없소이다. 다만 나는 작은 배를 타니까 해적이라 불리는 것이고, 당신은 막강한 해군을 가지고 있으니 황제라 불릴 뿐이오." [보물섬]에서 설파하는 도덕률이 모호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145쪽

자신의 선한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흔히 외부의 악한 모습을 만들어 내서 그것을 거울로 삼아 대조하곤 한다. '서구'는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암울한 측면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뒤집어씌운 사악한 이미지의 '동방'(동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동양 세계)을 필요로 한 것이다. 에로틱한 방식으로 여성들을 유혹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인 드라큘라는 곧 진보하는 사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세기말의 불안한 그림자이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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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가며 읽었다. 시간도 잠도 여러가지를 아껴가며 읽었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를 나도 읽었다. 재미있어서 눈비비며 늦게까지 읽었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격조가 있고 따뜻하면서 맑고 진하다. 적어도 양심있는 인간이라면 이러이러하게 살아야 한다고 책갈피마다 우러난다. 자연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은 곧 사람을 대하는 마음과 동일하리라. 그런데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진정 누구를 위한 일인지, 이 와중에서도 제대로 볼 생각이 없고, 일예로 지하수는 자꾸만 충전된다라는 '회의적 환경주의자'도 있다. '거짓말 중에 가장 고약한 거짓말'이라는 따끔한 일침은 멋졌다... 단풍을 즐기러 들로 갔다. 늦가을 강가를 걸으며 '우리 이정도는 살아야되지 않겠어. 블라블라블라... 이제 골프정도는 쳐야지'하는 말이 책속의 모교수가 '고대 경영대 정도 나왔으면 벤츠나 아우디 정도는 타줘야지'라는 말과 오버랩된다. 지천명을 앞둔 우리들은 아직까지 사회의 시선과 타인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점점 더 그렇다. 수명이 길어져서 그렇단다. 요즘의 지천명은 70살이 맞지 않을까. 어찌 하늘의 뜻을 알리요. 모든 사람이 함께 하는 보편적 기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때, 물리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은 분명 아니겠지요..

 

[www.paran.com] 

지천명 : 

나이 오십을 달리 이르는 말. 하늘의 명령(천명)을 안다는 뜻으로, 《논어》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이다.

주체성이 확립되는 불혹(不惑)의 나이 마흔을 지나 오십이 되면, 모든 사람이 함께 하는 보편적 기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때라는 뜻이다. 여기서 보편적 기준이라 함은 <나>라는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개념을 떠나서 모든 사람이 널리 공유하는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원리를 이른다. 공자는 이러한 보편적 기준을 천명 즉 하늘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七十而從心) 소욕불유구(所欲不踰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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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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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의 경제사상은 최소한의 양심을 지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지닐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비롯된다. "왜 문명이 발달하고 물질적으로 한 사회가 풍요로워지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그뿐 아니라 더욱 비참해지고 가난해지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23쪽

누가 죽였을까. 국가라는 힘이 죽였다. 국가란 '누구'인가? 부국강병이 그 사명인 국가는 팽창과 존속을 위해 군대와 경찰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국가의 물리적 힘이다. 그 힘은 어마어마하게 무섭고 강하다. -75쪽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것이 곧 능력'으로 간주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나는 그런 사회는 신속하게 무너져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133쪽

좁게 살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넓게 생각해야 좁게 살 수 있다. 좁게 사는 일은 싸게 사는 일과는 다르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독서와 문화의 창달, 주체적 경험들이 넓게 생각하기의 도구들이라고 제시한다. -180쪽

이때 저자가 말하는 '저축'은 무엇일까? 단순한 은행 잔고가 아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 친척, 우인, 지인들과 가까운 지역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서는 자연계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등 살아가는 기술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의미한다. 이 사회안전망의 내용이 바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본조건이라는 이야기다. -201쪽

만약 누군가와 관계를 맺었다면, 사람은 노력할 수 있는 한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이 책은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전한다. -237쪽

어플루엔자Affluenza : 명.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으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하는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277쪽

"책을 쓴다는 것은 결국 선행하는 실천적인 작업의 뒤를 쫓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다카기 선생은 매우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353쪽

여전히 필자는 자연에 반하는 채식만이 유일한 비상구인양 극도로 채식이 예찬되는 일보다는 히말라야 구룽족의 자연스러운 잡식문화가 부럽다. 그런 건강한 잡식의 본능이 실현되도록 '좋은 고기' 생산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두말할 것 없이, 그것은 자급자족형 가족농과 거기 수반된 소규모 축산이며, 끝모를 경제적 번영의 유지가 아니라 용기 있는 '자발적 가난'이 고무되는 겸손한 사회의 건설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잘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 일의 실현은 실로 얼마나 힘든 일일까. 일단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밖에 길이 없다. -403쪽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자라는 것'이고, 부분의 유기적 '전체'이고, '유연한' 질서이고,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것이고,'개방된' 체계이고, 순환적인 '되먹임고리'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다. 곧 생명은 우주적인 관계의 그물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면서 연결되어 있으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주의 궁극적 생명과 합일되어 나아가는 것이다. -4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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