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같이 춥다. 식을 줄 모르는 추위다. 몇일간은 강의를 했다. 동일한 내용으로 여섯번을 말한다는 거, 이게 무지 힘들었다. 호응이 좋아 다행이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주말엔 대전에 갔다.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즐겁게 놀다가 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나에게 힘이 된다. 언제 만나도 즐겁고 동일한 내용으로 되풀이 하는 놀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준다. 아이들도 그사이 많이 컸다. 후다닥거리며 시끄럽더니만,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게임하며 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세월은 똑같이 흐르지만 다 같지는 않다... 한가지 일을 한곳에서 하고 있다는 거, 세월이 흘러가도 한결같다는 것, 성공회대학교 교수들의 자랑이(?) 그저 좋아만 보인다. 또한 그들이 즐긴다는 무심과 무변의 축구 경기는 그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우리네 어린 시절, 낮과 밤의 경계가 애매한 상황, 저녘 어스름한 무렵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동네 집집마다 애 이름을 외쳐 부르는 엄마들 소리가 들려오고, 그 와중에도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만,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면 곧이어 골목이 텅 비게 되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밤은 슬며시 가난한 동네로 내려와 거룩한 위로를 드리우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와 같은 경지입니다.(느티아래강의실 p95)' 상상만 해도 된다. 이렇게 사는 거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소통과 상생과 나눔의 축구(p94)' 를 하면 된다. 아, 아직도 이러한 곳이 있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는가! 올해는 이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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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아래 강의실
신영복.김창남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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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대학은 오늘의 사회적 수요에 응하는 현실적 가치를 지향(指向)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비판적으로 지양(止揚)하는 창조적 공간이어야 한다. 대학은 무엇보다도 '오늘로부터 독립'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로부터의 독립'은 물론 다양한 의미로 읽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화폐 가치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경쟁과 효율과 속도라는 신자유주의 담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25쪽

세상을 주류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비주류의 시각에서, 사회적 강자으 시각에서가 아니라 약자의 시각에서 보려는 사람들의 조금 더 있다는 점이다.-84쪽

경험적 인식이 없이 이성적 논리에 의해서만 실천의 동력이 만들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35쪽

서로의 차이가 받아들여지는 순간 차이는 다양성으로 변하다. 차이가 다양성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176쪽

일을 열심히 하고도 '내가 이러저러한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자세, 남들의 칭찬과 인정과 관련해서도 "그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그 사람을 화합과 신뢰, 협력의 중심으로 세울것이라는 '역설적' 진리 말이네. 우리는 성서가 말하는 바로 이 '역설적 진리'를 성공회대학교 교육의 지표(指標)로 선언한 것이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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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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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그 집

-김 용 택

하늘 아래 아름다운 집 그 집은
아버님이 지으셨다.
아버님은 깊은 산 속을 돌아다니며
곧고 푸른 솔나무를 베어 말렸다가
지게로 하나하나 져날라
빈터 그늘에 차곡차곡 쌓았다

기둥과 서까래와 상량 나무와 개보*와 무루 판자감이 몇 년만에
다 모이자
아버님은 목수를 불렀다.

잘 마른 소나무에 검은 먹줄이 까맣게 튕겨지고
하얀 속살이 깎이고 잘리고 환한 구멍들이 뚫렸다.
붉은 조선소나무 무늬가 보이는 대패밥,
붉은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토막으로
모닥불을 놓아두면
동네 사람들이 저절로 하나둘 모여들어
하루 종일 집 짓는 구경들을 했다
어던 어른은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하루 종일 우리 집에서 술도 먹고 밥도 먹으며
온갖 연장으로 지게도 만들고 쟁기도 만들었다.
하얗게 다듬어져 쌓인 나무 옆에서
파랗게 타오르던 연기
꼬물꼬물 조선소나무 무늬가 타던 불꽃.

아버님은 강변에서
보는 족족 모아두었던 주춧돌을 가져왔다
기둥이 검은 산에 하얗게 수직으로 일어섰다. 사방으로 기둥을 세우고
뚝딱뚝딱 나무메로 두둘겨 집을 맞추어 갔다.
-50쪽

방이, 마루가, 부엌이 하얗게 그려졌다.
아, 하얗게 깎인 나무들이 그려내는 집 모양이
깊은 산그늘 속에 둥 떠올랐다
상량떡을 먹고 서까래가 올라가자
동네 사람들이 지게 지고 괭이 들고 삽 메고 모여들었다.
닥채로 지붕을 엮어 덮었다. 다시 그 위에 장작을 얹어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논흙이 올라갔다.
사람들은 텃논에 흙구덩이를 내어
마당에다 쌓고
그 위에 짚을 썰어 섞고 물을 부어 흙을 맨발로 밟아 이겼다.
머리통만한 흙덩어리를 만들어
지붕 위로 휙휙 던졌다.
흙덩이들이 지붕 가득 날아올라
점점 하늘을 막았다.
흙을 밟아 이기는 흙 속의 굳센 발,
어기영어기영 휙휙 흙덩이를 던지며
가뿐가뿐 받던 아름다운 손,
웃고 떠들며 쉬지 않던 입,
공만한 흙덩이 하나가
마지막 하늘을 막았다.
나는 큰방 자리에 서서
잠깐 캄캄했다.

지중에 저릅대로 만든 날개가 올라가 덮였다.
아버님이 달빛이나
새벽빛으로 엮은
닐개가 지붕을 덮자
노랗고 따뜻하고 둥그스럼한 초가 지붕이 되었다.
대나무로 벽을 엮어 흙을 바르고
납작납작한 두들장이 놓여지고
방에 불이 들어가고
굴뚝에서 연기가 솟았다.
-50쪽

방마다 흙에서 뭉게뭉게 김이 나고
흙냄새가 집안 가득 피어올랐다.
집, 아, 아름다운 동네 사람들의 생각과 손과 발, 온몸으로 지어진
그 집, 그 집 지붕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해와 달이, 별들이 떴다
지곤했다
눈이 내려 쌓이고 고드름이 얼고
비가 내렸다.
구렁이, 참새, 쥐, 굼뱅이들이 그 집에 집을 지었다.
그 집에는 소, 개, 돼지들이 깃들어 살고
그 집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와 세 의 남동생과 두 명의 누이가 살았다.

그 집에서는 산이 보였다.
그 집에서는 마루에 누워도 물이 보였다.
그 집에서는 물을 차고 뛰는 하얀 물고기들의 저녁놀이가 보인다.
아이들이 크고 세월이 갔다. 그 집에서 오랜 세월이 더 흐른 후
그 집을 지은 아버지는
그 집 큰 방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솔나무를 베어 왔던 그 산에 둥그렇게 묻혔다.

아, 아름다운 그 작은 집, 그 흙집에서 나는 지금 산다.

-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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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건강과 행복과 즐거움을 서로에게 보내다. 수고한 나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 자신을 더 깊이 생각하고 단순하고 검소한 삶으로 부지런하게 살고 싶다. 아직까지 옆을 돌아보며 먼저 손내밀고 생각해주고 배려하는 부분은 낯설다. 언제까지 자신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자신만' 생각한다고 말하면 굉장히 어감이 달라지고 의미또한 다르다. 타인을 희생시키고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묻기 전에 나에게 정직과 성실을 먼저 요구한다는 의미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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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는데 문자 하나 오지 않더라... 이 전에는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모두들 하더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 모른 척했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불안은 죽음이라고, 예전에 심하게 아팠을 때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병명을 만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던 느낌이 생생했다. 죽음의 끝에 있다면 생시인지, 꿈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을 거같다...엄마의 생신으로 가족들이 모였다. 칠십을 넘어가면 하루하루가 어떤 느낌일까... 자꾸 고집을 부리고 욕심을 내는 엄마의 모습이 싫기도 하고 한편으로 안스럽기도 하다. 내가 그나이 되면 그럴까... 시간은 왜 이리 빨리도 가는지, 아빠는 각자의 나이가 세월의 속도라고 하던데... 당신들은 그럼 얼마나 빨리지나고 있을까. 그래서 당신들의 속내와 행동은, 우리에겐 욕심과 고집으로 보일지라도,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리라. 자식들을 보고 싶고 기다린 마음보다, 얼굴을 대하고 보는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 버리니, 얼마나 아쉬울까... 돌아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백발이 되어버린 그래서 한가지만이라도 붙잡고 있을 수밖에... 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 죽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여기의 삶은 더 풍요롭고 더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나이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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