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이 어느 순간 환하다. 봄이 코앞에 와 있다. 어제만 해도 깜깜했는데, 아침에는 눈같은 비가 내렸는데, 피로감으로 기침을 하고 있고, 코밑이 훨고 있다... 떠나고 싶을 때는 창밖을 내다 본다. 햇살이 길게 사무실 바닥까지 와 있다. 바다, 산, 강, 길, 먼 나라, 누군가가 오고 간 길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따라갔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떠나면서 만났다는 저자, 그런데 나는 지금 이곳에서 만나고 싶다. 노래를 듣고도, 책을 읽어도, 일을 하면서도, 수다를 떨면서, 그 순간을 최고로 만들고 싶다. 휘성의 '살아서도 죽어서도' 들으며, 닉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를 읽으며, 부모교육프로그램도 만들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그래도 가끔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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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품절


희망봉 언덕에 올라서면 바다색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뉜다. 바로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다.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 다른 바다의 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바다는 두 가지 색이 만난다. -55쪽

사진을 찍는 마음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피사체에 대한 욕심이 생겨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셔터를 누른다면 그것은 단지 사진 사냥일 뿐이다. 결국 피사체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진이란 상대방에 대한 테러에 불과할 뿐이다. 피사체를 사냥하는 이기적인 사진가가 될 것인가? 피사체를 존중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분명한 것은 예의를 갖춰 셔터를 누르는 마음이 결국 감동을 주는 사진이 된다는 것이다. -147쪽

그리움은 특별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걸었던 길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기댔던 작은 골목의 오래된 담장도 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 그렇게 기억되는 것들로부터 우린 추억이라는 선물을 얻는다. 특별하지않은 것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알게 된다. -177쪽

"살다보면 스스로 아픔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263쪽

사람에게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인연은 한 사람만의 것일 수도 있다. 바다는, 사람 마음을 흔드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이다.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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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같이 인사동을 거닐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늙어가는 이야기를 했다. 미혼인 그녀와 기혼인 나와의 소통은 관조와 통찰까지, 무지 편안했다. 이야기는 서로를 탐색하면서 중간지점에서 끝났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나에게는 사랑의 미운정 고운정의 부피를 걷어내기에는 무리수가 많지요. 그녀의 사랑은 다시 제자리에 와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랑이지요. 이만큼의 세월이 흐르면 차원이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 이게 사랑일까요. 물론이지요... 수많은 연인들 사이를 오가며 한때의 소소하고 풋풋했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에 서로가 놀랐다... 독립적인 우리, 이젠 여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우뚝 서있다. 이런 부분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연스레 늙어가자... 주름이 얼굴과 목과 손등에 내려 앉아 있는데, 자연스레 감추게 된다... 이성복의 말처럼 '이제 내가 욕망하는 사람의 욕망이 될 수 없다는 것. 이제는 내가 욕망하는 누구도 나를 제 욕망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리라는 것.(p259)'  그래서 피해갈 수 밖에... 음, 씁쓸하지만. 괜찮아. 이정도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예쁘게(?) 늙고 싶다. 가끔씩 그 할머니가 '고우냐?'라는 소리는 듣고 싶으니까. 봄날이 아껴가며 오고 있었다. 젊은 애들은 맨다리로 다니고 있었다. 좋은 시절이다. 많이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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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랑 - 심리학자 곽금주, 사랑을 묻고 사랑을 말하다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절판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어?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정확한 답일 테지만, 가장 공허한 답이기도 하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 우리는 언제나 서투르고, 그래서 사랑을 하면서 수많은 상처를 주고받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 배우고 더 성숙해지는 건 물론이다. -49쪽

행복한 사랑은 신뢰를 바탕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니 사랑이 무르익기 전, 상대를 완전히 신뢰하기 힘들 때에는 사랑의 마음도 자주 불안함에 흔들리게 된다. 그가 정말로 나를 사랑할까. 사랑한다면 얼마나 사랑할까. 혹시 나를 귀찮게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이렇게 사랑을 주면 나중에 나를 우습게 보고 막 대하는 거 아닐까....... 끝없는 의심과 확신 없는 물음 속에 정신은 피폐해져만 간다. -88쪽

이별 후 우리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히 슬퍼하고 지나온 과거를 살펴본 후, 그 관계에서 무엇을 잃고 얻었는지 점검하고, 마침내 홀로 상처를 딛고 일어설 때까지의 시간 말이다. 그 전에 다른 관계를 맺는다면 우리가 이별의 고통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귀중한 경험들을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161쪽

부부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며 여러 자기 문제에 부딪치고, 즐거운 날들과 슬픈 날들을 같이 지나오게 된다. 부부가 싸우고 화해하고, 또 밀쳐내고 끌어안는 동안 쌓이는 '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를 지닌다. 아무리 밉고 싫어도 내 남편, 내 아내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십 년 이상 살아온 부부의 길고 깊은 역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204쪽

많은 여자들이 한 남자와 오랜 세월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건 역시 열정이 식는 것, 그래서 그와 내가 예전처럼 타오르는 눈빛으로 서로를 보지 않게 되는 것, 그리고 이 좋은 젊은 날을 한 사람에게만 바치게 되는 것, 결국 다시는 가슴 뛰는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어떤 연인이든 수십 년이 지나도 늘 처음 같은 설렘 속에 사랑할 수는 없는 법이고, 우리의 젊음은 순식간에 지나가게 마련이니까.-258-259쪽

네 손을 잡으려는데 손이 없다면? 네 몸을 안으려는데 몸이 없다면? 네 밑을 내게 주는데 밑이 없다면?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어. 늙어가는 몸을 찬찬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입가는 내려앉고 손거죽 쭈그려들고 여윈 팔 몹시 후들거리고, 그리하여 이제 내가 욕망하는 사람의 욕망이 될 수 없다는 것. 이제는 내가 욕망하는 누구도 나를 제 욕망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리라는 것, 마주 오던 나를 보도 골목으로 피해 가던 중학교 때 친구처럼, 지금은 묵묵히 생이 나를 피해 가는 시절. -이성복 [지금은 생이 나를 피해 가는 시절],{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중에서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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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하여 공부해 보고 싶은 '가족세우기' 심리치료법이다. 개인의 문제를 영혼의 언어와 대리인을 통하여, 여러세대로 부터 전수되어 온 가족의 문제를 직시하게 하여, 개인의 느낌과 신념이 변하여 진실을 바라보게 하는 치료법이다. 진실된 언어에는 힘이 있다. '한 사람이 믿고 있는 진실이 실제와는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p35)' 우린 서로에게 아주 많이, 자주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다... 진실이라고 여기면서... '진실에 대한 정의, 혹은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물음은 마치 사막에서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는 모래더미나 다를 게 없다. 매일 매일 진실의 모래 물결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어떤 때는 개인적인 진실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모래성을 이루기도 한다......그와 같은 한 알 한 알의 모래들이 곧 단순한 진실들이다. 우리가 세운 구조물이 소멸하고 나면 남는 것은 낱낱의 모래뿐이다.......인류 공통의 가장 단순한 진실은 바로 사랑이라는 진실이다.(p9)' 지금 여기서 스토리를 진실처럼 말하지 않기. 머리가 이해하고 가슴이 느끼는 영혼의 언어 사용하기. 어렵다...          

2. 명동에 갔다. 그곳에 가면 길을 많이 잃는다. 그래도 걷기에 딱 알맞는 운동화를 샀고, 충무김밥을 먹었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층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유독 외국인들이 많았다. 비가 조금 오다가 해가 나왔다. 신발끈을 매고 호수공원에 갔다. 초겨울같았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옷깃을 여미고 스카프로 감싸고 가볍게 걸었다. 파카를 입고 와야 했다. 바람을 뒤로하고 걸으면, 내가 갈 곳과 점점 멀어져갔다. 바람과 맞서서 걷기도 했다. 균형을 이루는 것, 머리와 가슴, 진실과 스토리, 나의 앞의 바람과 뒤의 바람, 해와 비, 외국인과 내국인, 겨울과 봄, 우리집과 호수공원, 걷기와 타기, 사랑과 미움, 소통과 막힘, 영혼의 말과 입술의 말, 너와 나 등등. 양극으로 치달리든지, 이거 아니면 저것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이끝에서 저끝까지 이어져 있는 어느 지점에 있는거다. 이게 지금의 나의 진실이다.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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