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같이 인사동을 거닐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늙어가는 이야기를 했다. 미혼인 그녀와 기혼인 나와의 소통은 관조와 통찰까지, 무지 편안했다. 이야기는 서로를 탐색하면서 중간지점에서 끝났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나에게는 사랑의 미운정 고운정의 부피를 걷어내기에는 무리수가 많지요. 그녀의 사랑은 다시 제자리에 와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랑이지요. 이만큼의 세월이 흐르면 차원이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 이게 사랑일까요. 물론이지요... 수많은 연인들 사이를 오가며 한때의 소소하고 풋풋했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아쉽거나 안타까운 점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에 서로가 놀랐다... 독립적인 우리, 이젠 여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우뚝 서있다. 이런 부분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연스레 늙어가자... 주름이 얼굴과 목과 손등에 내려 앉아 있는데, 자연스레 감추게 된다... 이성복의 말처럼 '이제 내가 욕망하는 사람의 욕망이 될 수 없다는 것. 이제는 내가 욕망하는 누구도 나를 제 욕망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리라는 것.(p259)'  그래서 피해갈 수 밖에... 음, 씁쓸하지만. 괜찮아. 이정도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예쁘게(?) 늙고 싶다. 가끔씩 그 할머니가 '고우냐?'라는 소리는 듣고 싶으니까. 봄날이 아껴가며 오고 있었다. 젊은 애들은 맨다리로 다니고 있었다. 좋은 시절이다. 많이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라, 얘들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