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는 책 몇권을 챙겨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데까지 지리산을 올랐다. 해발 1,000미터 가까이 갈수록 안개가 짙었다. 세상 사는 일도 똑같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그 길을 올랐다. 매일 사는 우리들은 '풋내기들'이다. 인생에서 누가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으리. '풋내기들'은 그곳에서도 펼쳐 읽고 싶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번역을 엄청 잘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연결된 듯하지만 아니고, 뭔가를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정작 듣는 이는 알아듣지 못하고, 여운으로 남아있다가 한참 뒤에 독자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런거였어... 참. 재.미.있.다.

각각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우리들, 삶에 대하여, 특히 사랑에 대하여 우리가 뭘 알겠어. 이것도 저것도 사랑이고, 너의 삶도 나의 삶도, 지나보니 그게 사랑이고 살아온 거지. 

그럼, 이 소소하고 작은 한 순간에도 마음을 실어볼까...

돌아오는 길에는 생일상을 받았다. 먼길까지 미역국을 챙겨 와주신 부모님의 사랑은 이제야 조금 알 거같다. 굳이 마다하는 자식에게 그렇게라도 하셔야 하는 당신들과의 차이, 그런 이야기들이 '풋내기들'에 들어있다. 여기서 옳고 그런가, 좋고 나쁘다가 아니라, 선호와 수용의 정도, 관계에서 최소점을 갖게 되면 사랑하게 되는 거 같다. 최대점으로 가게 되면 멀어지고, 그렇다고 그때 그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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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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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스운 느낌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뭔가가 끝났다는 걸 알았지만, 곧 어떤 일이 일어나서 그 자리를 대신할지는 그녀도 나도 아직 알지 못했다. (73쪽)

나는 삶이니 죽음이니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구나. 한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심에 짐을 지고 살아가는 건 힘이 드는구나. 그러니까 그게, 자꾸 생각나고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 친구가 죽어야 했다는 사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단 말이야. (121쪽)

과거는 불확실하다. 꼭 어린 시절에 얇은 막을 씌워둔 느낌이다. 나는 내게 일어났던 일이라고 기억하는 일들이 정말로 일어났는지 확신할 수 없다. (259쪽)

하지만 그는 계속 창가에 서서 지나간 삶을 떠올린다. 그날 아침 이후 힘겨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다른 여자들이 생기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고, 하지만 그날 아침, 바로 그날 아침에, 그들은 춤을 췄다. 둘은 춤을 췄고, 언제까지나 그런 아침이 올 것처럼 서로를 품에 안았고, 나중에는 와플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바깥에서는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 기대어 웃다가 눈물이 다 났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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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갔다. 오월인데... 서둘러 나가야 한다. 몇권의 책을 챙기고 지리산쪽으로 가려한다. 그간 치과를 다니고 있는데, 발치 후, 만들어 끼운 임시치아로 마음과 몸이 도무지 알수 없는 기분으로 허둥댔다. 

영화도 몇편 보면서(특히, 어벤져스는 영화관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데, 보긴 봤지만 그정도는 아니잖아/ 리바이어던과 뷰티플라이를 보려고 애쓴 거에 비하면), 몇권의 책도 번갈아가며 읽고(어떤 책이 괜찮은 지는 읽기 전에는 모른다.) 있다... 독서일기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쓰고 있는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 쓸모없이 넘치는 글더미를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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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의 서재 -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
임호부 지음 / 산과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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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의 최고 판관`, 즉 신에 의해 권리를 부여받은 인민이 새롭게 창조한 나라, 군주의 지배를 받아본 적도 없고, 심지어는 독재자의 망령에 시달려본 적도 없는 그런 나라에서 인민이 타도해야 할 대상은 없다. `체계`, 즉 시스템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파이의 분배 방식만이 문제일 뿐. "파이 따위는 이제 먹지 않아!"가 아니라 "그럼 내 몫의 파이는 얼마나 되는 거야?"가 문제인 것이다. (38쪽)

그레고르가 죽자 가족은 하숙생들을 내쫓고 하녀마저 나가게 한 뒤 놀랍게도 나란히 식탁에 앉아 각자의 직장 상사에게 하루 결근하겠다는 편지를 쓴다. 그러고는 오랜만에 가족 외출에 나선다.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며. 하지만 치욕은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가족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합의를 이용한데서 비롯된 치욕. 세상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중재자 같은 건 없다는 걸 그들은 그 치욕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치욕이 유지되는 한 세상의 모든 합의는 무효다. (122쪽)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 또한 그들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의 삶과 연결된다. 우리가 우리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의 삶과 연결된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우리 삶에 찾아온 손님들일 뿐이다. (200쪽)

철학인 깊이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철학이나 수학은 사유의 이치를 궁구하고 그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일진대, 이치와 질서라면 표면과 관계되는 것이지 깊이와는 무관하지 않은가. 각자 자기만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앉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게 철학이랄 수는 없을 테니까. 각자의 구덩이와 그 깊이의 차이를 인정하면 철학은 불가능해진다. 그 구덩이의 깊이를 표면의 연장으로 보고 표면 위의 점으로 일반화해야 철학은 비로소 가능해지니까. 따라서 철학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깊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거꾸로 우리의 그 잘난 깊이 때문은 아닐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은 우리의 깊이가 아니라 표면일지도 모르니까. (204-205쪽)

부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의 삶이 징검다리를 건널 때처럼 허방과 마주할 때마다 부사는 마치 누군가가 던져준 징검돌처럼 우리의 바닥을 든든히 받쳐준다. 힘차게, 안전하게 혹은 짜릿하게. 그중에서도 삶의 허방을 채워주는 정도에 머물지 않고 삶 그 자체를 규정해줄 만큼 중요한 부사도 있다. 그 자체로 징검다리인 부사, 접속부사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데도 불구하고). (247쪽)

내가 보았고 내가 겪었다. 나는 본 대로 겪은 대로 썼을 뿐이다. 이 말보다 완고한 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 말은 `나`에 대한 존재 선언인 동시에 다른 해석을 차단하고 더 이상 성찰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배제 선언이기도 하니까.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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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은 '동사의 맛'은 짭짤하고 달콤하고 손이 자주 갔다. 이름 없는 남자와 여자가 오고 간 이야기에서, 나는 제대로 사용하는 동사도 있고, 엉터리로 쓰는 동사도 있고, 처음보는 동사(겹질리다, 접질리다/ 간당이다, 간댕이다/ 눌러듣다, 놀러보다/ 보깨다/ 지르다, 지르잡다/ 앙구다. 등)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동사에는 당하는 말이 있는데도 어법에 맞지 않게 쓰고 있었다. 예로서 '잊혀진 계절'은 '잊힌 계절'이란다. '동사의 당하는 말은 우선 기본형이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있는 낱말인지를 살피고,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두 번 당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써야겠다.(70쪽)'  찢다(찢겨지다), 부르다(불려지다), 보다(보여지다)와 같이 '잊다'에서 '잊히다'로 다시 '잊혀지다'로 쓰고 있다... 말에는 동사뿐 아니라 명사도 부사도 형용사도 있지만, 동사가 없다면 앙코없는 찐방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지루하고 딱딱한 동사에 대한 선입견을 그 남자와 여자를 통하여 소설같이, 수필처럼 읽었다. 동사의 맛에 제대로 빠졌다. 그런데 어렵다. 조금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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