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곁에서]는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 편의 글이 끊어짐 없이 이어진다. 현대사에 일어난 굵직한 세 건의 사건과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이 함께 맞물려 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을 때까지 처음 앞에 선다.'는 말이 맴돈다. 그러고 보니 죽는 것도 처음이다. 작별보다는 이별에 더 가까운 글이다. 글 속으로 점점 빠져들면서 마음 깊은 수렁에 빠진 거 같았다. 아직도 마음에는 웅덩이가 몇 개 남아 있는지... 저자가 말한, 내 말이 구체적인 현장에 있지 않기에 계속 회상이나 추억 같은 것을 갉아먹고 살아가는 시간만 남은 걸까? 지금은 내게도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무언가와 이별하고 버린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묵은 짐이 곁에 있고 감정도 찌꺼기로 남아 있다. 그 간 집안 정리를 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놓아 두었던 것들, 이유는 조금이라도 큰 물건은 신고하고 입금하고 버리기까지 해야 하니 그러한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작고 낡았지만 손 떼 묻은 여행 가방, 입지는 않고 버릴까 말까 망설이던 옷들, 예쁜 커피 잔들, 책들 등등, 이것저것을 과감히 버렸다. 아울러 오래된 연락처는 삭제하고, 아직도 투자하라는 친구라 자처하는 번호는 차단했다. 그러나 회상과 기억과 연관된 사람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하루에도 수 번이나 다양하다. 매일 이별을 감행하자.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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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곁에서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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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말의 구체적인 현장에 살지 않는다면 나에겐 계속 회상이나 추억 같은 것을 갉아먹고 살아가는 시간만 남은 걸까? (99쪽)

나는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매일 조금씩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들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히도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주저앉아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거든. 나는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거 같아. 예상치 않은 곳이라 두렵긴 하지...... (152쪽)

잊을 수 있으면 잊고 지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닙니다. 잊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시간과 함께 모든 게 희미하게 옅어지는 건 가을 뒤에 겨울이 오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맺힌 게 없이 자연스럽게 잊히는 삶을 누구나 살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167쪽)

이젠 여기 없는 존재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다가 곧 저도 광활한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겠지요.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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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책을 통하여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면서 타인의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읽기를 통해 나의 삶과 다른 다양한 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삶은 배제될 때가 많다. 그래서 책 선택의 폭이 좁고 한쪽으로 편향된 책 읽기만 지속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책 읽기의 목적은 무엇일까, 단지 '즐거움' 뿐일까...

부록에 나오는 현재 당신을 빚어낸 책 열 권을 든다면? 지금까지 다시 읽은 책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세 번 이상 읽은 책은? 가장 영향을 준 동화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이며, 삶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등의 질문에 답해 본다.

시월이 다 지난다. 나무들은 다시 초록 옷을 입을 건데, 우리는 다시는 청춘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을까... 홍상수 영화 '우리의 하루'를  보았다. 고양이 이름도 우리, 우리도 우리다. 우리는 잠시 사라지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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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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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앨들러가 말했듯이 "좋은 책의 관건은 당신이 몇 권을 독파하느냐가 아니라 그중 몇 권이 당신을 독파하느냐에 있다." 틀림없이 루이스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10쪽)

우리는 자신의 눈과 상상력과 마음으로만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기를 원한다. (중략) 그러므로 좋은 독서는 비록 본질상 애정 활동이나 도덕 활동이나 지성 활동은 아니지만, 그 셋 모두와 공통점이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아를 벗어나 타인 안에 들어간다. (17쪽)

문학 수업을 하는 참목표는 학생에게 모든 "시대와 실존"까지는 몰라도 그중 태반을 "유람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편협한 관점을 벗어 버리게 하는 것이다. (38쪽)

시대마다 특유의 관점이 있다. 특히 잘 포착하는 진리가 있고 특히 범하기 쉬운 과오가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시태 특유의 과오를 바로잡아 줄 책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고서다. (54쪽)

단어를 죽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그 단어로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는 점점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에 가까워진다. (87쪽)

단어를 죽인 사람은 그 단어가 본래 표방하던 대상마저도 자신의 힘닿는 한 인간의 사고에서 소멸시킨 것이다. 말하는 법을 이미 잊은 내용에 관해서는 사람의 생각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96쪽)

해외를 떠나는 휴가를 관광객으로서만 보내는 일은 내게는 유럽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얻을 것이 그보다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지난 시대의 문학에 우리 자신의 얼굴만 비추어 보고 만다면 그것은 과거를 낭비하는 것 아닐까? (124쪽)

아름다움이 책이나 음악 속에 있는 줄 알고 거기에 의지하면 돌아오는 것은 배반이다. 아름다움은 그 속에 있지 않고 이를 통해 올 뿐이다. 결국 책이나 음악을 통해 오는 것은 그리움이다. (132쪽)

문학의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가볍게 읽도록 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어떤 의미에서 "재미로" 읽어야 한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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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을 수 있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있는지, 자문 자답하면서(how are you? fine, thanks 정답으로 배웠는데), 일본 도야마 공항으로 가면서 펼친 책이다. 시몬 베유가 말한 실제 의미는 프랑스어로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이다. 타인의 대한 관심은 그들의 고통과 관계가 깊다.

서술자의 옛 연인은 지구 멸망에 관한 강의를 하고, 암 환자인 친구는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각자의 고통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고 있다. 

친구는 자신의 죽음을 우아하게 선택하여 죽고 싶어 한다. 그 몫을 서술자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  

: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 고통 받는 사람에게 격려나 조언 같은 말 하지 않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내 삶은 온전히 내가 살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기, 한 때의 전부가 나이 들면 일부도 안된다는 것, 타인의 잣대가 아니라 내 마음으로 살아보기, 나의 삶은 살아보고 난 이후에야 알 수 있으니 지금 이대로 살기... 

타인을 볼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옆자리에 앉은 부부는 도착하기 전까지 떠들었다. 주로 남편이 이야기하고 아내는 간간히 응해줬다. 여행 일행 중 며칠 동안 계속 버스 안에서 식사 시간에도 언제 어디든 떠든 사람이 있었다. 옆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답하고 말했지만. 그 사람에겐 "어떤 고통이 있을까?"싶었다.

혼자 여행은 온전한 혼자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일이 없고, 아무런 관심도 줄 필요가 없이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틈틈이 말을 걸어오면서 저 사람도 혼자 왔던데 나이는 몇 살이다. 많이 아팠다 하더라. 자신과 나이가 같은데 차이가 많이 나죠? 또 누구는 자신이 어디 어디를 여행 다녀왔다. 자식들이 어떠하다. 오십 살은 되신 거죠? 목소리가 어떠하다. 등등..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이들은 혼자 다니는 내가 어디 아프다고 본 걸까. 난 그대들과 이웃 되기 싫고, 이웃도 아닌데. 그들의 말들은 아픈 사람에게 쓸데없는 말과 같다. 진정한 물음이 아니기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 거 같다.   

알펜루트를 온갖 탈 것으로 횡단하고 쿠로베 협곡은 열차로 지나갔다. '와우', 산도 많고 높았다. 계곡은 깊었다. 아름다운 갓쇼무라 합장마을은 조용하게 걸었고 그리 아름답다는 스벅에서는 아아로. 도야마 공항은 소박하고 아담했다. '에게게', 연발하면서 이렇게 작은 마을들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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