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곁에서]는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 편의 글이 끊어짐 없이 이어진다. 현대사에 일어난 굵직한 세 건의 사건과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이 함께 맞물려 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을 때까지 처음 앞에 선다.'는 말이 맴돈다. 그러고 보니 죽는 것도 처음이다. 작별보다는 이별에 더 가까운 글이다. 글 속으로 점점 빠져들면서 마음 깊은 수렁에 빠진 거 같았다. 아직도 마음에는 웅덩이가 몇 개 남아 있는지... 저자가 말한, 내 말이 구체적인 현장에 있지 않기에 계속 회상이나 추억 같은 것을 갉아먹고 살아가는 시간만 남은 걸까? 지금은 내게도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무언가와 이별하고 버린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묵은 짐이 곁에 있고 감정도 찌꺼기로 남아 있다. 그 간 집안 정리를 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놓아 두었던 것들, 이유는 조금이라도 큰 물건은 신고하고 입금하고 버리기까지 해야 하니 그러한 것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작고 낡았지만 손 떼 묻은 여행 가방, 입지는 않고 버릴까 말까 망설이던 옷들, 예쁜 커피 잔들, 책들 등등, 이것저것을 과감히 버렸다. 아울러 오래된 연락처는 삭제하고, 아직도 투자하라는 친구라 자처하는 번호는 차단했다. 그러나 회상과 기억과 연관된 사람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하루에도 수 번이나 다양하다. 매일 이별을 감행하자.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