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당연히 알게 되는 것이고 알게 될 거라 여겼다. 안다는 것은 스스로 익히거나 경험을 하거나 가르쳐 줘서 배우거나, 그래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늦게야 알았다. 그 나이가 되면 이런 상황에서는 적어도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깨어질 때가 있다. 도무지 듣지도 보지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어찌 알까, 그래서 어떤 가정에서 성장하고, 부모 형제가 누구이고 등등을 헤아리게 된다.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스스로 알아 가기를 많이 바랐던 거 같다. 어쩌면 초등학교만 다녀서 당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학교라는 상황이 무척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찌됐던 오남매가 모두 당신들이 바라던 가르치는 사람들이 되었으니, 최강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지만... 그러면서, 가끔은 이제서야 말한다며, 자라면서 섭섭했던 부분들을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그랬다고? 하면서, 네가 그렇게 여긴다면 지금이라도 미안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 그래도 서로 살아 생전 주고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마음' 으로야 얼마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마음'을 알아 주는 이가 있다면, 머리에서 마음까지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 돌아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꼬여가고, 엇갈리고, 때론 비수가 되어 서로를 힘들게 했던 그 마음들, 난 그런 상황이 와도 아닐거야,라는 마음이 누구에게도 비껴갈 수 없다는 것, 스스로를 용인하고 수용하는 범위를 아주 날카롭고, 얇게, 얕아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까지 힘들게 하는 게, 그리고 우리가 서로 만나 같은 일을 할지라도 내마음과 네마음은 비슷할 수 있지만 같을 수는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어떨까... 말 또한 상황, 자존심으로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상처는 부메랑처럼 더 큰 상처로 되돌아 온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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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6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순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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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바다로 나갔다. 낡아서 썩기 시작한 초가지붕 사이를 지나 해변으로 내려오면, 이 주변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지 의아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래 위를 달리고 있었다. 어떤 날에는 바닷물이 마치 대중목욕탕인 양 검은 머리들로 가득 메워져 있기도 했다. (8-9쪽)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렇지만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안아 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었다. (23쪽)

나는 지금보다도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참고 견디기보다는, 외로운 지금의 나를 참고 견디고 싶어. (51쪽)

이것은 방학 같은 긴 휴가 중에 고향에 돌아간 사람들이라면 경험해 봤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일주일 정도는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가족들의 열정도 식으면서 결국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79쪽)

예전엔 사람 앞에 나서거나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부끄럽기 그지없었는데, 요즘은 알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무리를 해서라도 책을 읽으려는 그런 의욕이 없어져 버린게 아닌가 싶네. 간다히 말해 이젠 늙었다고 할 수 있지. (85쪽)

평소에는 모두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네. 적어도 모두들 보통 사람들이지. 그러다가 만약의 일이 발생하면 갑작스레 모두들 악인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서운 거라네. (94쪽)

넓은 도시를 근거지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치 하늘을 향해 걷고 있는 기형의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은 나 역시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괴리감을 갖고 있는 부모님 앞에서 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있을 따름이었다. (142쪽)

아버지는 쓰임이 있는 사람은 모두 세상 밖으로 나가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얻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틀림없이 쓸모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듯했다. (143쪽)

나는 될 수 있으면 그의 행동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네. 나는 그저 얼음을 볕이 드는 곳으로 가지고 와서 녹일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일세. 이제 곧 녹아서 따뜻한 물이 되면, 스스로 깨닫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 (250-251쪽)

다시 말해 나는 정직한 길을 걸을 생각이었느나 그만 잘못해서 발을 헛디딘 바보 같은 사람이라네. 혹은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단지 하늘과 그리고 내 마음뿐이었다네. 그러나 다시 몸을 추슬러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는 미끄러졌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빠진 것이지. 하지만 나는 내가 미끄러졌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다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 다시 앞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고, 나는 이 중간에 끼인 채 주춤거리고 있었던 것이지.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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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시를 읽으면 꼭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거 같다. 설령 사랑하는 중이라면 다시 한번 점검을 당하는 기분이다. 모든 사람과 일에 온맘으로 정성으로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를 느낀다. 그런데, 뒷담화, 계산, 위선, 가식, 모순등등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겨 먹은 이상,

-킬링타임으로, 여럿이 함께 본 영화, '끝까지 잡는다' 웃음밖에 안나온다. 그리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그들도 웃지 않았을까? 소기의 목적이 킬링타임과 웃음이라면,

-오늘은 대설, 지난 밤 눈비내려 집에 가는 길이 힘들었는데.. 일터로 오는 길에 들은 라디오에서는 오늘 태어났다고 이름이 대설이라고... 그리고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부산에 눈온다는 메시지로 디제이가 소개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뻥이라고, 그러시면 안된다는 간곡한 부탁으로... 아침이 즐거웠다.

-이러 저러한 모든 것을 시로 만들 수 있는 김선우, 그녀의 시가 마냥 좋다.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제목 또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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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시선 344
김선우 지음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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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 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 늘 도 다 만 사 랑 한 다......

-[내꺼] 중에서(18-19쪽)

밥이 변해 똥이 되는 게 시간이라는 걸까 밥이 똥이 되는 것처럼 무언가 이 몸 안에서 변해 내가 되는 것을 흔쾌히 저지르는 게 삶이라는 걸까 딱 그런 문장은 아니어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무서운 거겠구나 정신 바싹 차려 살아야겠구나 저의 철학이 거기까지 나아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철학‘ 중에서(25쪽)

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해도 안녕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을 기억할게
사랑에 빠져서 정말 좋았던 건 세상 모든 순간들이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 중에서(45쪽)

이상하지 않니? 식량은 충분한데 한편에선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가. 죽어가는 아이들 옆에서 배불리 먹은 걸 토하다 죽어버린 사람들이 걸어다녀. 색색으로 물들인 죽음들을 쇼핑하는 누군가들---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자의 무덤‘ 중에서(57쪽)

마흔,
나는 이제 세상에 이해 못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그 모두를 사랑할 자신은 없어서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한다

-‘마흔‘ 중에서(61쪽)

쓸쓸하다,는 형용사
하지만 이 말은
틀림없는 마음의 움직임

-‘쓸쓸하다‘ 중에서(91쪽)

있음과 없음
쾌락과 고통
절망과 희망
흰색과 검은색이 반대말인가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게 가르쳐주렴 반대말이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주렴!

-‘여전히 반대말놀이‘ 중에서(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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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레알? 현실을 꿈이라 여기고 싶다. 먹먹하여 몇번이나 책을 덮었다. 마주하기 싫었다. 그 와중에 자기 삶을 오롯이 살아낸 허정숙은 대단하다. 딸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밀어 준 아버지가 있어서 일게다. 그리고 그만큼 받침해 줄 수 있는 지식과 힘, 여유까지... 주세죽, 고명자는 남과 북 어디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속하지 못한 채 죽었다... 표지의 단발머리 세여자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 그런데 근대사를 드려다보면 몇몇 남자들만 있다... 이름없이 사라져간 그녀들을 호명하여 이념의 소용돌이 기간을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로 엮은 작가도 대단한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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