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16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순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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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바다로 나갔다. 낡아서 썩기 시작한 초가지붕 사이를 지나 해변으로 내려오면, 이 주변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지 의아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래 위를 달리고 있었다. 어떤 날에는 바닷물이 마치 대중목욕탕인 양 검은 머리들로 가득 메워져 있기도 했다. (8-9쪽)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렇지만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안아 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었다. (23쪽)

나는 지금보다도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참고 견디기보다는, 외로운 지금의 나를 참고 견디고 싶어. (51쪽)

이것은 방학 같은 긴 휴가 중에 고향에 돌아간 사람들이라면 경험해 봤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일주일 정도는 아주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가족들의 열정도 식으면서 결국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79쪽)

예전엔 사람 앞에 나서거나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부끄럽기 그지없었는데, 요즘은 알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무리를 해서라도 책을 읽으려는 그런 의욕이 없어져 버린게 아닌가 싶네. 간다히 말해 이젠 늙었다고 할 수 있지. (85쪽)

평소에는 모두 선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네. 적어도 모두들 보통 사람들이지. 그러다가 만약의 일이 발생하면 갑작스레 모두들 악인으로 변하기 때문에 무서운 거라네. (94쪽)

넓은 도시를 근거지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치 하늘을 향해 걷고 있는 기형의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은 나 역시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괴리감을 갖고 있는 부모님 앞에서 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있을 따름이었다. (142쪽)

아버지는 쓰임이 있는 사람은 모두 세상 밖으로 나가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얻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틀림없이 쓸모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듯했다. (143쪽)

나는 될 수 있으면 그의 행동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네. 나는 그저 얼음을 볕이 드는 곳으로 가지고 와서 녹일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일세. 이제 곧 녹아서 따뜻한 물이 되면, 스스로 깨닫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지. (250-251쪽)

다시 말해 나는 정직한 길을 걸을 생각이었느나 그만 잘못해서 발을 헛디딘 바보 같은 사람이라네. 혹은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단지 하늘과 그리고 내 마음뿐이었다네. 그러나 다시 몸을 추슬러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는 미끄러졌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빠진 것이지. 하지만 나는 내가 미끄러졌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다네.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 해서든 다시 앞으로 나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고, 나는 이 중간에 끼인 채 주춤거리고 있었던 것이지.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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