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萬壽), 백의 백배인 만을 써서 만수라고 했다. 그게 '복이 많다'는 뜻도 된다... 만수씨는 우리사회의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만수씨의 복은 죽어라, 죽을 정도로 일하는 복이다. 아무리 일을 많이해도 메워지지 않는 구덩이같은 삶, 언저리와 경계를 넘어서 있는 수많은 만수씨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 수 없다. 도대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소외되고 배척되고 밀려가, 끝까지 밀어내어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고 그들이 있을 자리도 치워버리고, 아파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없다... 보. 인. 다... 다만 돌아보지 않고,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을 어떻게 정당하고, 공정하게 대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고,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염치없는 우리가 되었다. 성석제의 투명인간,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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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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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지간 만물지종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상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으리라. 천분을 넘어서는 것을 욕심내지 마라. 욕심이 과하면 탐심이 생긴다. 탐심은 남의 것을 훔치게 만든다. 도둑질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하면 안된다. 필요한 것을 남이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가진 것과 바구어라. 돌려줄 것을 약속하고 빌려라. 먼저 말을 하고 구하면 얻으리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훔치는 건 안된다. 훔치지 마라. 훔치고 나면 너는 네 것을 모두 도둑맞게 된다. 네 삶을 도둑맞는다. 그러면 너에게 무엇이 남겠느냐. (28쪽)

나는 오래도록 신용불량자였고 그때 은행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는 투명인간이었다. 사실 돈 모아서 부자 될 게 아니고 남들한테 자랑할 게 아니면 돈 많이 필요 없다. 투명인간이 되면 어차피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에게 옷 자랑, 돈 자랑, 피부 좋다 자랑할 일이 뭐 있는가. 기본적인 생활만 해결되면 끝이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여전히 사회생활을 하고 댓가를 번다.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그게 편하고 사람 사는 노릇을 하고 산다는 기분을 안겨준다. (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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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한다면 옷입기가 분명 행복할 거라고 저자는 마무리 하고 있다. 나의 상황에서는, 옷을 구입할 때는 마음의 소리 -감정과 이성의 저울질에서- 늘 감정의 손을 들게 된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최종적으로 기분이 좋다, 마음에 든다로 귀착하게 되고 옷을 구입한다. 옷이 내 몸에 오기까지의 누가 만들고 무엇으로 만들며 누가 입는가에 관한 내용들 보다 지금 나의 마음에 드는가가 최우선 된다. 특히, 나에게서 옷은 다다익선의 개념이 크고, 옷을 잘 입는다는 건 결국 옷이 많으면 된다로 귀결되고 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마음의 바탕이 고르게 합리적으로 만들어 진 상태일 때 가능하다. 현재의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도 과감히 하게 되고, 유사한 옷까지, 타인의 눈보다는 나의 마음의 소리는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옷의 다양성, 새로운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이 옷을 만드는 이들의 손길, 섬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환경을 넘어선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옷을 선택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의 소리는 지속적으로 옷을 구입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명품도 사야되지 않을까. 그러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능력을 넘어서는 행동을 제어하고, 옷의 순환을 위해 노력하겠다 정도..... 글의 내용이 담담하다. 위급한 순간에는 큰소리와 된소리가 섞여야 하는데, 눈이 따라 읽는 내용은 급박하고 이러저러해서 하지 말아야 하고 덜해야 해야 하는데. 선택으로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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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에서 나온 인문학 - 작은 옷에 숨은 큰 이야기 푸른들녘 인문교양 1
이민정 지음 / 들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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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더 `정의롭게` 옷을 입고 싶다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불필요한 옷을 사지 말고, 한번 산 옷을 오래 입으며 낡은 옷은 가급적이면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28쪽)

에코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되었던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이 `친환경적`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45쪽)

사람에게는 미지의 것, 이질적인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상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배척하거나 내좇으려 하며, 그러기가 힘들다면 기존 문화에 동화시켜 차이의 간격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다른 것을 존중하고 인정하기 보다는 내게 익숙한 것,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선호합니다. (107쪽)

하지만 그 시설이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그리고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설이라면 어떨까요? 그래도 단순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일단 눈에 보이지 않은 먼 곳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162쪽)

다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항상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민주적 대화의 자세가 그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 아니면 도를 외치거나 찬성과 반대 두 가지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합니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나 자신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 생각해 자신의 입장을 구축해가는 청자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170쪽)

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옷은 입었을 때 자신감과 편안함을 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연대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옷을 입을 때 다른 외부적 영향보다는 나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옷 입기는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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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이 이미지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불편하면 바로 고개를 돌리거나 채널을 돌리면 된다. 그 불편함이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닥치기 전에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그 부분을 끌어들어 고통을 '고쳐야 할 무엇, 거부해야 할 무엇,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무엇으로 여기는(150쪽)'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타인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을 알리는 일환으로 사진을 예로 들고 있는데, 사진은 충분히 조작될 수 있다는 것, 그 곳의 본연의 목적과 동떨어진 부분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연출되지 않고서는 고통의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우아한 사진이 될 수 없다는 것. 사진을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들의 관계가 역전될 수 있고, 지금까지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서의 고통의 사진들이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의 이야기로 국한 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현실감이 떨어지고 연민자체도 사그라지게 된다는 것. 이미지는 싫증나기 마련이고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것. 점점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원하게 되고. 혹은 제각자 이미지가 되기를 원해서 현실이 아닌 재현만이 넘쳐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더아나가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어떤 사람의 고통에 견주는 것을 참지 못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고통의 이미지까지 자신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다. 현실속에서 당하는 실제적인 고통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모두 잊고 있고, 설마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리가 없다는 생각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 세계곳곳에서 일어났던, 일어나는 전쟁들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알아듣지도 못한다. 이해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진 속의 고통받고 죽어가는 그들의 시선에 눈을 맞추고 그들이 들려주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꼭꼭 챙겨야 한다. 그래야 구경꾼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고쳐야 할 무엇이고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은 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보여지는 사람으로 나뿐만 아니라 가족, 우리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기억하기다. 

영화 뷰티플 라이(The Good LIe)를 보았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개인의 상처까지. 그 상황에서의 각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인정하기. 형의 붙잡힘과 암으로 죽은 여동생 대신 나였어야 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등에서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세대의 그분들의 지난하고 고통스런 삶, 일제와 육이오, 베트남참전, 사일구, 오일육, 광주항쟁 등에 대하여 아무도 괜찮다를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라가 사라지고, 남의 나라 말을 사용하고, 서로를 죽이고, 얼마나 불안하고 공포스러웠을까. 그리고 개인적인 상처들 또한 얼마나 많았을까... 모두가 ptsd를 경험하고 있는 듯 하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타인의 고통은 결국 나의 고통이다. 같이 고통을 느끼고 헤쳐나갈 수 있는 감수성과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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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루 2015-04-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세월호 가족들의 삭발식을 보며 슬프고 아프고 답답하고 미안했습니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라걸 우리는 직접 겪지않으면 모르는, 알고 싶어하지 않는 바보들같아요.

JUNE 2015-04-04 20:23   좋아요 0 | URL
어느 시인은 숨쉬기도 미안한 달이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고통을 직접 겪기 전에는 왜 모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