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폭주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팽창 속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어차피 자본주의를 버릴 수 없다면 기업은 돈 버는 고민과 함께 사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30쪽
외모 지상주의는 미모의 기준에 미달되는 여성들에게 박탈감을 제공한다. 물론, 이 기준은 우스꽝스럽게도 사회적 합의나 법률적 토대에 기댈 수 없다. 미모의 기준이란 정서와 문화라는 모호한 공작을 등에 업고 권력과 자본이 일방적으로 정한 경우다. 이 때문에 다수의 의견이 마치 정답처럼 판결을 받는데(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미녀선발대회가 대표사례다) 그 틈새로 편견과 차별이라는 샛바람이 분다.(중략) 열등은 곧 미천한 것, 나쁜 것, 그래서 무시해도 되는 비웃음의 대상이 된 것이다. -39쪽
'무한한 자유에 제공된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낮은 임금, 건강과 안전에 대해 거의 전무한 규제, 무한한 자유'라는 표현은 다국적 기업을 정확히 짚은 말이다. 위법행위를 적발해도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은 단기간에 고소득을 보장한다. 결과는 사냥당한 기업의 헐값 매수와 현지 경제의 파국이다.-45쪽
결국 학교와 사회에서 스펙을 추가하지 못한 계층은 쇠외될 뿐만 아니라 계속 착취당할 것이다. -68쪽
축제가 성공하려면 프랑스 대혁명이 보여준 것처럼 자발적이어야 하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며 흥을 동반해야 한다. 굿판에서 엑스터시를 중요시하는 이유도 '자발적 공감과 교감'을 축제의 성공 포인트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엑스터시가 사라진 축제는 축제가 아니라 전시(展示)다. 히틀러 광장과 5.16광장, 김일성 광장이 그렇고 보수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축제가 그렇다.-84쪽
어느새 내가 아닌 타인의 희생은 슬프지만 금방 안도하고 조용히 발길을 돌리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대신해서 희생할 야만인'이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나는 누구인가.-99쪽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의복이 아니라 유행 혹은 체면을 구입해 오고 있다. 대중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만족을, 의복에 내포된 의미를 구입한다." -113쪽
종자란 무엇인가. 종자는 한 톨의 밀이거나 쌀, 호박, 포도씨앗이다. 풍부한 과육과 풍성한 영양가, 뒤어난 향미를 가진 음식이 식욕을 돋우지만 그것은 작고 볼품없고 거칠고 울퉁불퉁한 씨앗으로부터 왔다. -148쪽
세상에 뒤쳐지는 것 같아 두려웠고 돈 없는 생활 역시 그랬다. 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고독과 번민이 현실과 내면에서 동시에 분탕질을 치면서 차츰 익숙해졌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시골살이에서 얻을 것은 자연에의 경이와 자족이다. '낮은 태도와 작은 규모와 적은 소유'에 천천히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계절과 사람이 섞이고 순환하는 것을 배우고 현금이 없어도 텃밭에서 채소를 가져와 밥상을 차릴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힘들게 몸을 여는 과정도 지켜본다. 분투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 -162쪽
니어링 부부가 추구한 '존재지향적 삶'은 '쓰고 버리는 소비' 행위와 대척점에 있다. 존재지향적 삶은 '시장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여백의 시간을 즐기는 일'이다. 이러면 돈을 못 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유지향적이 아닌 존재지향적 삶을 염원하지만 가난은 두렵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에서 돈은 '달콤한 드라큘라'다.-203쪽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아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204쪽
"진정한 사진은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고민과 사색, 그리고 체험이 수반되어야 한다."-239쪽
"우리는 모든 것을 무릅쓰고 살아왔고, 또 삶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살아갈 거야. 우린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아직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단다. 그건 어떠한 외부의 힘이나 폭군의 탄압으로도 우리에게서 앗아갈 수 없는 것이지. 네가 사랑이라 부르고 나는 공감이라 부르는 것 말이다."-272-273쪽
마음이 마음을 고르고 마음이 마음에게 다가가는 것은 연애다. 책도 다르지 않다. (중략) 자갈길을 좀 걸어본 사람이 공감하는 '세월의 냄새' 같은 것. 세월의 냄새, 영혼의 관절염, 마음의 뼈,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러면 곽재구 시인 에세이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을 읽어야 한다. -298쪽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를 알고 있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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