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딸과 떠나는 여행시리즈 1
이용재 글.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09년 5월
장바구니담기


난 스무 살 때 갈 길을 결정했고, 갈 것이고, 아무도 날 말릴 수 없다.
"딸, 갈 길 결정했니?"
"응, 아빠는 어떤 길 가는 거야?"
"어진 길."
"어진 길 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
"인문학 서적 독서."
"책만 읽으면 되는 거야?"
"문화유적 답사 병행."
"난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길 갈래."
"머라."-9쪽

자네도 잘 알겠지만
어떤 때는 지나치게 과욕을 부린 적도 있었지
하지만 그런 모든 일을 겪는 도중
의심이 생길 땐 전적으로 믿었다가도
딱 잘라 말하기도 서슴지 않았어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난 당당했고, 내 방식대로 해냈던 거야
사랑도 해봤고, 웃기도, 울기도 했었지
가질 만큼 가져도 봤고, 잃을 만큼 잃어도 봤지
이제, 눈물이 가신 뒤에 보니
모두 즐거운 추억일 뿐이야
내가 했던 모든 걸 생각하니
쑥스럽지만 이렇게 말해도 되겠지
(중략)
항상 내 방식대로 해결했어
그래, 그건 나만의 방식이었어
나 역시 내가 결정한 방식이 있어서 그대로 따른 거야
때론 그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그 길을 따를까도 생각했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했어-45쪽

식영정의 건립경위를 적은 [식영정기]를 보자. 석천 왈. 푸른 시내 위 차가운 소나무 아래에 이름 있는 좋은 터를 얻어 작은 정자를 지었는데, 모퉁이마다 기둥을 세우고 가운데는 텅 비었으며 흰 띠로 덮고 대나무 자리로 둘렀으며, 바라보면 그림으로 장식한 배 위에 새가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그대 장자의 말을 들었는가. 옛날에 그림자를 무서워한 사람이 있었다. 낮에 달려가는데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을 보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 역시 쉬지 않고 따라오는 것을 보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 역시 쉬지 않고 따라오다가 나무 그늘에 이르러서야 문득 보이지 않았다. 본래 그림자는 사람을 따라다니므로 사람이 엎드리면 그림자도 엎드리고, 사람이 쳐다보면 그림자도 쳐다보며, 가면 가고 쉬면 쉬는 것이 오직 물체를 따르므로 그늘에서나 밤에는 없어지고 불빛에서나 낮에는 생기게 되니 사람의 처세도 이와 같은 것이다. 옛 말대로 꿈과 그림자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조물주와 더불어 대지 위에 놀며 그림자마저 없도록 하여 사람이 바라보고 손으로 가리킬 수도 없게 함이니 이름을 식영이라 함은 또한 마땅치 않은가.-86쪽

딸을 '인문학적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시작한 여행이라고 들었다. 이용재가 생각하는 '인문학적 아이'는 어떤 사람인가?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재산은 독서임을 아는 아이. 부모에 대한 가장 큰 불효는 자살임을 아는 아이. 돈을 쫓아다니지 않고 덕을 베풀어 돈이 모여들게 하는 아이. 돈을 버는 이유는 좋은 일에 쓰기 위한 것임을 아는 아이. 인문학적 아이는 어떠한 고난과 좌절이 와도 남을 원망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헤쳐 나간다. -141쪽

'이병기 선생 묘.' 1969년 후학들은 전주 다가공원에 시비를 세우고 '시름'을 새겼다.
아아, 슬프단 말 차라리 말을 마라.
물도 아니고 돌도 또한 아닌 몸이
웃음을 잊어버리고 눈물마저 모르겠다.-196쪽

한옥이 과연 현대 건축으로 가능한가?
"현대라는 시대에 맞게 한옥이 지어질 수 있다. 그게 호텔일 수도 있고 레스토랑일 수도 있다. 그렇게 스스로 한옥이 진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옥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전통은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머릿속에 주입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한옥 작업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옥은 스스로 건축으로, 특히 현대 건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3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