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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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이파리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 이양하의 '나무' 중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어요. 퇴계 이황 할아버지께서 아끼신 매화, '어린 왕자'가 사랑한 장미. 나무에는 덕(德)과 미(美)가 있어요. 그러니, 나무가 되고 싶어요. 예부터 아치고절(雅致高節)1, 빙자옥질(氷姿玉質)2인 매화.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라고 한 '어린 왕자'의 장미. 정말 되고 싶어요.


 나무와 옹이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을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 사람은 식물학자예요. 여성이고요. 이름은 호프 자런이에요. 이 이야기는 '랩' 안의 '걸'로 시작해요. 호프의 아버지는 과학자예요. 그래서 호프는 아버지의 실험실에 있고는 했지요. 어머니의 정원에 있기도 했지만요.


 '대학 생활은 문학 전공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는 과학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속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도 대조적인 두 분야를 비교해보면 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가 한층 분명해졌다.' -32쪽.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33쪽.


 '내가 확실히 안 유일한 사실은 언젠가 내 실험실을 갖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34쪽.

 

 '내 실험실은 대학 청사진에 표시된 'T309'호실이 아니라 '자런 실험실'이고, 어디에 자리하든 언제나 그렇게 불릴 것이다. 내 집이기 때문에 내 이름을 담을 것이다.' -34쪽.


 호프 자런은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고자 했어요. '불이 항상 켜진 곳',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 '교회와 같고', '내가 글을 쓰는 곳'인 실험실. 그런 실험실을 갖고자 나아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아요. 대학을 다니며 부족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했고요. 실험실을 갖게 된 후에도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어요. 그러다가, 호프는 학회에 가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몇 명과 자동차로 장거리를 가게 돼요. 그런데, 전복 사고가 났지요. 그래도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왔어요. 고투(苦鬪) 안에서 빛나는 열정이네요.


 '모두의 얼굴에는 이제 내게 익숙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저 여자가? 그럴 리가. 뭔가 실수가 있었겠지.” 전 세계 공공기관 및 사립 기구들에서는 과학계 내 성차별의 역학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결론지었다. 내 제한된 경험에 따르면 성차별은 굉장히 단순하다. 지금 네가 절대 진짜 너일 리가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그 경험이 축적되어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이 바로 성차별이다.' -262쪽.


 그리고 과학계에서 여성이기에 받는 차별을 이야기해요. '유리천장', '새는 파이프라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그 차별. 호프 자런은 담담하게 들려줘요.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가 떠오르네요. 나사에서 근무한 흑인 여성 수학자, 과학자로서 받은 차별을 이야기하지요. 그렇게 차별 받은 여성 수학자, 과학자의 이야기를 더 찾아봤어요3.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네요.


 또, 호프 자런의 아픔도 이야기해요. 긴 가시인 조울증, 출산으로 실험실을 떠났을 때의 절망, 엄마로서 아들에게 부족함에 대한 불안. 그 아픔을 보듬은 것은 믿음과 교감(交感)이에요. 자신과 일에 대한 믿음과 교감. 또 실험실의 지기(知己)인 빌과 남편인 클린트의 믿음과 교감. 그리고 아들의 믿음과 교감이에요.    


 꽃과 열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돌풍을 일으킨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52쪽.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꽃가루 단 한 톨이다. 씨 하나가 나무 한 그루로 자랄 수 있다. 나무 하나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는 수십만 개의 꽃가루를 만들어낸다. 성공적인 식물의 생식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초신성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290쪽.


 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학자는 소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일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 가장 사랑스러운 식물학자는 호프 자런일 거예요. 나무와 과학을 사랑한 호프 자런. 저에게 그 사랑이 이어졌어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었지만, 저에게까지 이어진 거예요. 하나의 씨앗이 기다림의 끝에서 시작하고, 한 톨의 꽃가루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거예요.

 

  영화 '러브 레터'의 한 장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그 시작으로 저도 나무를 심고 싶어졌어요. 영화 '러브 레터(Love Letter, 1995)'에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할아버지는 이사를 가지 않으려고 하지요. 그 이유는 그 집과 이어온 추억 때문이었어요. 그 추억 가운데 하나는 여자 '이츠키'가 태어났을 때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심었다던 나무예요. '어린 왕자'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도 '어린 왕자'가 '어린 왕자'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잖아요. 저도 그렇게 나무와 추억을 잇고 싶어졌어요.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저. 먼저 나무와 추억을 담고 싶어졌어요.


梧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月到千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이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상촌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 중에서


 오동, 매화, 버들. 이 나무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나무들에게 배워서,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고 싶어요. 신흠 할아버지의 이 글을 이황 할아버지께서도 좋아하셨다고 해요. 나무들과 오래 추억을 나누신 분이시라, 그 뜻을 온전히 아신 거겠지요. 또, 그렇게 되시려고 하셨고요. 저 또한, 나무들에게 배워 제 마음에 나이테를 남기며 자라고 싶네요.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랩걸'을 '나누어진 세계'라고 말해요4.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명확한 경계를 그리며 나눠지는 것들 중 그 무엇도 배척하지 않는다. (중략) 그녀의 삶에서는 분명한 구별과 그로 인한 경계들이 어떤 한계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해요. 그 말처럼 호프 자런은 나무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대등한 자리에 놓아요. 서로 배척하지도, 한계가 되지도 않지요. 그런데, 김나영은 '오히려 그 분명함으로 인해 단호한 경계 이면에 모호하게 처리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해요. 호프는 과학을 선택했지만, 문장 사이에서 세상을 문학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호프는 학부 시절, 영문과 담당 교수님께 학기말 논문의 주제가 <데이비드 코퍼필드>(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마음'이라는 단어의 사용과 의미'라고 말하는데요. 그 후, 병원 약국에서 임시로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 소설의 구절들로 이어서 생각해요. 그리고 김나영은 '지금 읽고 있는 이 부분이 나무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녀 자신에 관한 비유적 고백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자신이 없어진다'고도 해요. '랩걸'은 호프 자런이 만든 미궁(迷宮) 같아요.


 문학평론가 김나영의 글처럼, '랩걸'은 '나누어진 세계'예요. 그 나뉨이 분명하지만, 서로 배척하거나 한계가 되지는 않아요. 과학과 문학, 나무와 사람, 객관과 주관. 서로 나누어졌지만, 서로 어우러져요. 마치 하늘과 땅처럼요. 서로 비유로 말하고요. 그 비유가 뒤집어져 있기도 해요. 즉, 여행자에 비유해 나무를 말하지만요. 사실은 호프 자런의 이야기인 거예요. 이렇게 나뉨의 어우러짐! 앞으로도 이어질 거예요. 그 길이 미로(迷路)지만, 밝게 걸어가며, 영롱할 것 같아요.




덧붙이는 말.

 

 

 표지를 펼치면 ‘참나무겨우살이’ 세밀화가 그려져 있어요. 2,000부 한정이라고 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우아한 풍치와 고고한 절개.
  2.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옥 같이 아름다운 자질.
  3. 임수연, '히든 피겨스'처럼 가려졌던 여성 수학·과학자들의 역사', 아이즈(ize) (2017. 4. 4.)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7040400257257268)
  4. 김나영, '나누어진 것들의 세계', 악스트 AXT no. 12 (2017. 05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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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2 - 월드 뉴스로 다양한 표현을 마스터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윤희영 지음 / 샘터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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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오는 신문을, 잠에서 깨어 천천히 읽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으로 주요 기사를 읽을 때가 많지만요. 아침의 신문 읽기는 하루의 시작이었지요. 그러다가 영자 신문을 몇 부 읽기도 했어요. 그런데, 관용구 등 그들만의 표현이 있더라고요. 영자 신문에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표현들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영자 신문으로 영문을 익힘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윤희영의 News English'가 있었지요. 그 두 번째 책이 빛을 보았더라고요. 조선일보에 연재된 글에서 고르고 또 고른 글이겠지요.

 

(사진 출처: 알라딘 책 소개)

 

 이 책은 '1st NEWS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감동', '2nd NEWS 지구촌은 뜨거운 용광로', '3rd NEWS 이토록 위대한 삶', '4th NEWS 아는 것이 힘', '5th NEWS 세상에 이런 일이!'로 나뉘어져 있어요. 또, 이 책에 수록된 원문 뉴스는 《BBC》, 《Daily Mail》, 《we are change》, 《POLITICO Magazine》, 《Fox news》, 《Daily Good》, 《LYBIO》, 《Evoke》, 《Reader's digest》, 《The Sunday Times》, 《the blaze》, 《Us Weekly》 등 다양한 해외 언론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고요. 각 뉴스의 한글 번역은 저자가 정리, 요약, 재구성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은 사진에서처럼 알차게 되어 있고요.


 '2011년에 출간한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는 과거 블로그에 썼던 것들을 선정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실용회화와 직독직해에 중점을 뒀다. 신문에 나온 것들을 선별한 이번 책에선 외신들에 등장하는 영어 표현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 단어와 예문을 설명하고, 관용구와 동의어를 별도 페이지로 구성해 머릿속에서 잊힌 영어 표현들을 자연스레 되살릴 수 있도록 했다.' -<머리말에서>(7쪽.)

 

 'QR코드를 통해 《조선일보》에 게재된 '윤희영의 News English' DB를 연결해 보고, 해외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와 동영상도 찾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머리말에서>(7쪽.)

 

 첫 책과 다른 점은 영어 표현 학습에 초점을 맞춘 거라고 하네요. 또, 이 책은 QR코드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요.

 

 기사는 육하원칙의 정확성과 깔끔한 표현이 생명이잖아요. 저자는 영문 기사에서 영문 익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머리말에서 말해요. 제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신문 사설을 읽으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지요. 사설은 논리가 살아있는 글이잖아요. 이렇듯 신문은 글의 성찬(盛饌)이에요. 영자 신문에서 배우는 영문 표현들! 곱씹을수록 더 고소한 맛을 가진 음식이지요. 차려 놓은 이 음식! 감사하네요.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2> 책 미리보기  http://goo.gl/P4E52W

뉴스 잉글리시 조선일보 연재 중 http://goo.gl/K4L8s5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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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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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아직 교정지였던 책 '호모 데우스'를 처음 본 순간, 어떤 영화가 떠올랐어요. 그 영화는 '아마데우스(Amadeus, 1984)'였어요. 아무래도 '데우스'라는 이름으로 이 책과 그 영화가 이어졌지요.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god’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고 하고요. '아마데우스Amadeus'는 모차르트의 중간 이름으로 '신에게 사랑받는 자'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저는 천재 서양 음악가인 모차르트를 생각하며, '신이 된 인간'을 만나러 들어갔어요.

 

 (사진 출처: 김영사 페이스북)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교정지 39쪽.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이다' -교정지 69쪽.

 

  1장인 총론에서 이렇게 말해요. 경제성장 덕분에 굶주림, 질병, 폭력을 정복한 인간! 이제 불멸과 행복, 신성으로 나아가 신이 되려고 한다고요. 그리고 그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이라고 하고요.

 

 '1부에서는 무엇이 우리 종을 이처럼 특별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와 여타 동물들의 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중략)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미래에 전개될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좋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교정지 100쪽~101쪽.

 

 '2부에서는 1부의 결론을 토대로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천 년 동안 창조한 기이한 세계와 우리를 현재의 교차로로 데려온 길을 살펴볼 것이다.' -교정지 101쪽.

 

 '마지막 3부에서는 다시 21세기 초로 돌아와 인류와 인본주의에 대한 훨씬 더 깊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교정지 101쪽~102쪽.

 

 각론인 1부에서 3부까지 이렇게 이야기하고요.

  

 (사진 출처: 김영사 페이스북)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천재로, 살리에르는 범재로 그려져요. 모차르트는 초인간인 '호모 데우스'이고, 살리에르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겠지요. 영화에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가 될 수 없기에 시기, 질투를 했어요. 그리고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았지요. 그런데, 만약 살리에르가 모차르트가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바둑의 입문자가 9단인 입신(入神)이 될 수 있다면, 어떨가요? 그리고 무협 세계에서 백면서생이 금강불괴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통찰로 나아가야겠지요.

 

 유발 하라리는 초인간의 도래와 인본주의의 퇴색, 데이터교의 지배 등을 예측해요. 매우 설득력이 있어요. 이 책의 작은 이름이 '미래의 역사'잖아요. 역사는 지난날의 기록인데, 미래의 역사라고 했어요. 앞날을 지난날인 것처럼 굉장히 설득력 있게 이야기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어요.

 

 비록 교정지로 만났지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작품! '호모 데우스'는요. 놀라움이에요. 깊은 질문을 통해, 깊은 통찰로 나아간 이야기였어요. 박학다식한 유발 하라리! 앎의 향연! 앞날을 비추는 거울로 이어졌어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길을 찾게 하고 있어요.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우리! 밝은 눈으로 그 물길이 올바르게 가도록 보여주네요.   

 

 

 

 

 

김영사 서포터즈 7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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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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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싶고 춤도 추고, 휘파람도 불고, 세상을 보고 싶어.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고 싶고 자유라는 것도 느끼고 싶어.”'

-'안네의 일기' 중에서

 

 사춘기 소녀인 안네. 마음의 소리를 남겼어요. 나치를 피해 숨어 살아야 했던 안네. 밖에 나가 자전거, 춤, 휘파람, 뛰어놀기, 자유를 느끼고 싶었던 안네. 그런데, 다른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만났어요. 이 소녀는 더 날카롭고, 더 불안하네요. 이 이야기의 이름은 '리허설'이네요.

 

 고등학교에서 선생과 학생의 성추문이 생겼어요. 학생은 빅토리아예요. 선생은 음악 담당인 살라딘이고요. 이런 성추문 가운데 어른들은 빅토리아가 아직 소녀라고 여기지요. 소녀들은 빅토리아에게 부러움과 샘을 느끼고요. 빅토리아의 동생 이솔드를 가르치는 섹소폰 선생은 이 이야기를 듣게 돼요. 이솔드와 빅토리아의 친구들에게서 듣게 되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반인 스탠리. 명문 연기 학교의 오디션을 합격했지만요. 연기 수업을 계속하면서 평범하기만 한 자신을 느끼게 돼요.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 이 성추문을 주제로 연극을 하기로 하지요.

 

 '“하지만 난 핵심을 말하려고 하는 거야. 그저 관객이 꽉 찬 객석 앞에서 무대에 서 있을 때 ‘진짜’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진짜’라는 말은 무대에선 아무 의미 없어. 무대에서는 진짜처럼 ‘보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 진짜처럼 보이기만 하면 그게 진짜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상관없어. 그게 핵심이야.”' -205~206쪽.

 

 '“처녀성이라는 건 신화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도 없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도 없어. 그저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은 첫 번째 경험일 뿐이야. 그걸 둘러싼 모든 것, 모든 조명과 커튼과 특수효과들, 그것들은 그저 신화의 일부일 뿐이지.”' -479쪽.

 

 저는 어릴 적 연극을 해봤어요. 한 번이었지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했어요. 제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건 정말 '진짜'처럼 '보이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대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연기해요. 이 소설. 우리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현미경으로 보여줘요. 물론, 하얀 가짜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검은 가짜의 가면이 두꺼운 사람도 있겠지요. 또,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그 욕망의 단짝인 권력! 그리고 가짜의 가면을 벗은 진짜! 이야기라는 무대 위의 훌륭한 연극이었어요.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쩍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저는 황순원 '소나기'의 소년처럼 소녀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해요. 물론, 어느 곳인지, 어느 때인지에 따라 사춘기 소녀의 얼굴도 다르겠지요. 그렇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때! 불안과 성(性)이 크게 다가오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마치 사춘기 소녀의 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루미너리스'로 맨부커상을 받은 엘리너 캐턴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 이 소설. '리허설'은요. 독창적이에요.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구성. 낯설지만, 관객이 되면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연극의 막이 내려가면 긴 박수가 이어질 거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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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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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5월 10일,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의 스테이지 5. 한 선수가 스테이지 우승을 확신하며, 마지막 선을 넘어 들어와요.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네요. 그래요. 한 바퀴가 더 남은 거였어요. 착각이었지요. 큰 대회에서 한 실수.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자전거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낙차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착각은 좀 드문 일이에요. 그 선수에게 앞으로 기회는 있겠지만, 위로해주고 싶더라고요. 이 선수처럼, 살면서 누구나 위로를 받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만화 '보노보노'에게 위로를 받은 이의 이야기가 여기 있네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지은이는요.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보노보노'를 만났다고 해요. 그리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에서 '보노보노'와 대화를 하며, 알게 됐다고 하고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었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6~7쪽).

 

 이 책의 지은이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고 하네요. 그만큼 작가에게 '보노보노'와의 만남은 특별했고요. 또, 소중했어요.

 

'보노보노: 아빠, 봄이 왔네.
아빠: 응. 그러네.
보노보노: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네.
아빠: 응. 세상에는 정해진 게 있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일이 있어야 하지.
보노보노: 그렇다면 그건 누가 지키고 있는 걸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봄은 온다는 것.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줄 아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얼마나 잊은 채 살아왔는지가 느껴져 멋쩍어지는 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지키는 사람' 중에서(112쪽).

 

 네 컷 만화 안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보노보노'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가르침을 품고 있네요. 가르침은 물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물음에서 가르침으로 나아가고요.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중략)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결국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당신처럼, 그리고 보노보노처럼, 우리는 이상할지는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7쪽).

 

 처음 만나는 아기 해달 '보노보노'였어요.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작가 '김신회'였고요. 그래도 제가 이 둘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 같아요. 또, 좋아하게 될 것 같고요. '보노보노', '김신회'와 같은 주파수로 저와 이어진 것 같거든요.

 

 이 책! 위로해줘요. 지은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이지만, '보노보노'에게 받은 위로를 우리에게도 줘요. 아파서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를 줘요. 우리의 흔들림을 손 잡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이야기 같아요. 삶의 좋은 길라잡이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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