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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선입관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이 눈은 보이는 것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이 눈은 고정된 틀처럼 우리를 가둔다. 갇힌 우리는 성장하지 못하고 움츠러든다. 그렇게 옥죄는 눈이다. 그런 눈은 하나로 시작하지만, 여럿의 동참를 불러온다. 더 크고, 더 무거운 눈덩이가 된 선입관은 우리를 더욱 짓누른다. 진정한 인식을, 올바른 성장을 가리는 이 선입관. 이것을 통쾌하게 타파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사카 고타로의 《거꾸로 소크라테스》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의 눈으로 그린 이 이야기. 따뜻하고, 시원하다. 그 안으로 들어간다.
'적은 선입관이야.' -<거꾸로 소크라테스> 중에서. (28쪽).
다섯 단편의 모음인 《거꾸로 소크라테스》. 그 표제작인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선입관에 찌든 초등학교 교사와 그에 맞선 아이들의 이야기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라고 한 소크라테스 할아버지. 즉, 무지의 지를 설파했다. 그 반대, 즉 거꾸로가 구루메라는 초등학교 교사다. 그는 선입관을 가지고 그 대상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 초등학교 교사는 구사카베라는 아이를 선입관으로 낙인찍었다. 교사 기대 효과의 나쁜 사례다. 이에 반발한 아이들 몇 명이 이 선입관을 무너뜨릴 작전을 세운다.
나머지 단편 넷도 선입관과 대결한다. <슬로하지 않다>는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를, <비옵티머스>는 '언제나 낡은 옷을 입는 아이는 가난하다'를,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를, <거꾸로 워싱턴>은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를 깨뜨릴 선입관으로 보여준다. 이 적들과 멋진 승부를 펼친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거꾸로 소크라테스> 중에서. (25쪽).
선입관은 눈을 흐리게 해서 진정한 인식을 가로막는다. 또, 단단한 틀이 돼서 올바른 성장을 방해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다아시의 사랑을 진정으로 인식할 수 없었고, 그 사랑으로 함께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고친다.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소설 《거꾸로 소크라테스》도 열린 마음의 어린 아이들이 선입관을 부순다. 해학과 재치로. 그런데, 이 어른들의 답답하게 갇힌 선입관. 마치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할아버지가 말한 우상 같다. 그는 우상설에서 네 가지 우상(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을 말하며,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섣불리 단정하지 말자는 그. 이 소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서도 선입관을 '일방적인 단정(28쪽)'으로 규정한다. 그렇다. 프랜시스 베이컨 할아버지도 이사카 고타로 아저씨도 고정 관념을 버리고 하나하나 고찰하라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라고 말하며 행동하라고 한다. 무지의 지를 외친 소크라테스 할아버지처럼. 꿈과 용기를 가지고. 직접 경험하라고 한다. 선입관은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이 소설은 따뜻하면서도 시원해진다. 현실과 몽상이 잘 어우러졌다.
덧붙이는 말.
하나. 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또, 2020년 일본서점대상 4위(띠지에는 2021년이라고 하지만, 2020년이 맞는 것 같다)이고, <다빈치> 선정 올해의 책 2위라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