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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ㅣ 스토리콜렉터 34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8월
평점 :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노부인께서 스파이인가 봐요. 그런데, 원서도 연세가 많으시네요. 1966년에 태어나신 소설이에요. 자매도 많으세요.
열세 권의 책이 더 있으세요. 즉,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열네 권이에요. 1966년부터 2000년까지 저자인 도로시 길먼 할머니께서
쓰셨어요. 그분께서 마흔세 살 때부터 일흔일곱 살이 될 때까지 쓰신 거예요. 영화화도 두 번이나 됐다고 해요. 특히 1999년엔 추억의 미드인
<제시카의 추리극장, Murder She Wrote, 1984~1996년>으로 유명하신 안젤라 랜즈베리 (Angeia
Ranbury)께서 주인공을 하셨네요. 스파이 마담 폴리(The Unexpected Mrs. Pollifax, 1999)라고 TV 영화에서요.
잘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미국 최대 서평사이트 굿리즈닷컴에서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시리즈’로 선정된 시리즈. ‘웃음을 원하건, 스릴을
원하건, 폴리팩스 부인이 정답이다!(뉴욕 타임스)’라는 찬사의 소설! 할머니의 무릎에서 듣는 느낌으로 다가가게 되네요.
폴리팩스 부인은 60대로
작은 우울증이 있어요. 자녀들은 독립했구요. 남편은 8년 전에 사별했어요. 의사가 상담하면서 폴리팩스 부인에게 이런 말을 해요.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하신 일은 없습니까?’ 부인은 대답하지요. ‘어렸을 때는 스파이가 되는 게 꿈이었지.’
스파이가 꿈이셨던 폴리팩스 부인. 저도 얼마 전 어릴 적 꿈에 대해 질문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나 무예의 고수인
협객이라고 대답했구요. 지금 생각하니, 훌륭한 추리를 하는 명탐정도 제 꿈이었네요. 어쨌든 제 꿈은 이루기 어렵지만, 폴리팩스 부인은 그 꿈을
이루기로 하지요. 늦은 나이에 새 인생을 사는 여성의 기사를 보고 자극이 온 것이지요. CIA로 간 폴리팩스 부인. CIA에서는 여행객처럼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비밀 요원이 필요했어요. 착오로 폴리팩스 부인이 임무를 받게 되었구요. 후에 착오를 알았지만, 폴리팩스 부인에게 임무를
주기로 하지요. 폴리팩스 부인에게 어울리고, 쉬운 임무라고 생각해서지요. 임무는 멕시코의 ‘앵무새 서점’에서 암호를 대고 어느 물건을 받아오는
것이었어요. 그 물건은 남아메리카에서 중국 공산당의 활동이 담긴 마이크로 필름이 감추어진 어느 것이었어요. 그리고 멕시코로 가신 폴리팩스 부인.
호기심에 ‘앵무새 서점’으로 며칠 먼저 들어갔구요. 그곳에서 서점 주인이자, 비밀 요원인 드가메즈를 만났어요. 그에게서 ‘솔리테어(혼자 하는
카드놀이의 총칭)’라는 카드놀이 책과 카드를 받게 되지요. 그리고 약속의 그날. ‘앵무새 서점’에 가지만, 드가메즈는 없고, 다른 사람이
있네요. 폴리팩스 부인은 그곳에서 정신을 잃구요. 깨어났을 때는 패럴이라는 또 다른 비밀 요원과 함께 있네요. 그도 ‘앵무새 서점’에서 함정에
빠져 잡힌 거예요. 그들은 잡은 사람은 악명 높은 페르디도 장군이었어요. 중국 공산당에 협력하는 멕시코인이었지요. 그는 그들을 알바니아의 요새
감옥에 데리고 가구요. 심문 당하기 전 패럴은 자결을 하려고 해요. 그렇지만, 다리 부상과 총상만 당하고 실패하지요. 폴리팩스 부인은 그를
치료하구요. 솔리테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부인. 유쾌한 폴리팩스 부인은 그곳에서 간수들과 친분을 가져요. 룰라시 일병으로부터는 영어로 된
알바니아에 대한 책을 받구요. 바소빅 소령에게 마사지도 해주네요. 주변 산책도 허락 받아 주변 지리도 익히게 되구요. 폴리팩스 부인은 탈옥을
결심하게 된답니다. 사실, 롤라시 일병이 준 책에는 알바니아 지도가 있어서 감옥의 위치를 알 수 있었어요. 감옥 안에서 그들을 감시하는
팔자수염의 넥스뎃 대령도 있네요.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어요. 그들과 파티하면서 중국인 훙 대장의 권총을 숨기게 되구요. 탄창, 나침반은 미리
이래저래 구하게 됐었구요. 마지막으로 칼은 넥스뎃 대령이 잘 때, 슬쩍하게 되구요. 그 칼로는 패럴의 목발을 만들었답니다. 페르디도 장군이
베이징에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 탈옥하려는 폴리팩스 부인과 패럴. 그때, 돌아온 페르디도 장군을 만나게 되지만, 우여곡절 속에 도망가게 돼요.
감옥 옆 방에 있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닮은 중국인과 함께요. 나귀를 타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고, 내려와서는 염소치기 남자와 그의
부인, 아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의 도움으로 염소 속에서 네 발로 기어 다니기도 해요.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도 하구요.
호숫가에 숨어있기도 해요. 통나무에 의지해 호수를 떠다니다가, 강에서는 배에 타기도 하구요. 아드리아 해에 가서는 돛단배에 타기도 해요. 지니와
패럴은 경찰로부터 부상을 당하기도 하구요. 지니는 중상이었지만, 원양 예인선을 만나 구조를 받게 된답니다. 나중에 지니의 신원도 알게 되구요.
스파이, 비밀 요원,
첩보원. 이 단어들과 할머니는 쉽게 어울리지 않지요.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에 나오는 스파이는 극한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작고 오동통한 체구, 복슬복슬한 흰 머리, 꽃 달린 모자의 폴리팩스 부인. 그 할머니께서 스파이예요. 엉뚱하고, 발랄하며, 순진하지만,
노련하며, 어리숙하지만, 용기 있고, 유쾌하며, 현명하신 할머니 스파이. ‘추구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모든 꿈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월트 디즈니가 말했다고 해요. 용기 있는 폴리팩스 할머니께서 스파이라는 꿈을 이루었어요. 그리고 모험을 하지요. 그리고 그 모험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멋지게 임무를 완수하지요. 물론 그때와 지금의 국제 정세는 달라요. 중국은 공산당이기는 하지만, 개혁 개방을 했고, 냉전
시대도 아니지요. 그나저나 이 책을 쓰신 도로시 길먼 할머니. 그분은 폴리팩스 부인과 닮으셨을 것 같아요. 2010년 미국추리소설가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셨고, 2012년 알츠하이머 합병증으로 인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작가 할머니. 이 소설은 그분께서 어려울 때
나오게 됐다고 해요. 이혼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실 때, 폴리팩스 부인을 생각해낸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애벌레가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비로 변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잖아요. 폴리팩스 부인이 스파이가 된 것처럼, 도로시 길먼
할머니도 작가가 될 수 있었어요.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용기로 뜻밖의 존재가 될 수 있었어요.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지요. 그리고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가 인간인
거고요. 우리에겐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인생이란 지도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방향도,
경로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니까요.’ - 352쪽.
소설 속, 지니의
말이에요. 우리에게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요. 그리고 그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구요. 지도 같은 인생이니 미지의 길,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지요.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인 이 소설. 정말 아늑한 미스터리였어요. 할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한 소설이었어요. 또 기지개 같은 소설이었어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용기와 위로로 일으키는 소설이었어요. 어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