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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어린 왕자가 물었다.
“나는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말이 무슨 말이지?”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지.”
“인연을
맺는다고?”
“응,
바로 그거야.”
여우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지금 너는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해. 그래서 나는 네가 없어도 괜찮아. 너 또한 내가 없어도
괜찮고. 네가 보기에 나는 수많은 여우와 다른 게 없으니까. 그러나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너에게 있어 나 역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참매 메이블과 저자 헬렌 맥도널드. /민음사 제공
‘어린
왕자‘에서 길들인다는 건 인연을 맺는 거라고 했어요. ’메이블 이야기‘는 매를 길들이는 이야기예요. 다시 말해, 매와 인연을 맺는 이야기지요.
저는 강아지나 물고기와는 인연을 맺었었지만, 매와 인연을 맺는다는 건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지은이인 헬렌 맥도널드는 참매와 인연을 맺어요. 어느
날, 사진 저널리스트인 그녀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충격에 저자가 참매에 손을 내민 것이지요.
야생 매를 길들이는 매잡이가 그녀의 소녀 시절 꿈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삶에 목적이 생겼다. 나는 다른 모든 게 시작될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매잡이를 시작하면서 떠올린 인물은 어린 시절 두고두고 읽었던 ‘참매’의 저자 T. H. 화이트(1904∼1964)였다고 해요.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의 메이블(Mabel). 매와 인연을 맺으며, 그녀는 이제 이렇게 말해요.
‘매는
내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이었다. 혼자이고 냉정하며, 슬픔에서 자유롭고, 인생사의 아픔에 둔했다. 나는 매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슬픔을 놓을 수 있게 돼요. 그런데 결국엔 이런 깨달음을 얻어요.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나는
사색하는 기분에 젖는다. 나는 매를 내 세계에 데려왔고 그러다가 내가 매의 세계에 사는 체했다. 이제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분리된 채
행복하게 각각의 삶을 공유한다. 나는 손을 내려다본다. 손에 흉터들이 있다. 가늘고 하얀 줄들. (…) 다른 흉터들도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메이블이 만든 게 아니라 아물도록 도와준 상처들이다.’
그리고
‘메이블 이야기’의 ‘감사의 말’에서 이렇게 말해요.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분은 내 아버지다. 그는 내게 움직이는 세계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또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
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에게도 감사한다.’
매잡이라고
하니, 이청준의 소설 ‘매잡이’가 처음에 생각난 이 책. 수많은 찬사를 받을 만했어요. 좋은 상을 받을 만도 했구요. 깊은 감동을 주네요. 헬렌
맥도널드의 참매 길들이기 회고록. 이 글은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슬픔과 치유의 노래예요. 저자에게 유일한 존재였던 메이블. 그 인연으로
많은 걸 배우고, 또, 얻게 되었어요. 인연이 다하고, 지금은 메이블을 많이 그리워하는 지은이. 정말 ‘메이블 이야기’는 아름답고, 특별해요.
또, 소중하구요. 제가 ‘메이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인연이겠지요? 저도 메이블을 살짝 길들였다고 생각해요. 저도 참매 ‘메이블’에게
감사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