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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김태웅.김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 출처: 아르테 팝콘양 네이버 포스트)
어느 명절 즈음이었다. 부모님과 나는 외가에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께 문안 인사를 하러 오신 분이 계셨다. 외가의 집안분이셨다. 외가는 전주 이씨인데, 그분의 자부심이 상당하셨다. 왕의 후손이라는 당당함. 그 언행의 바탕에 있는 힘이 느껴졌다. 그 뒷면에는 망국의 한(恨)도 드리워져 있었고. 물론, 왕실과 그분은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그 후로 조선의 아픔을 생각할 때면, 오래전 그분이 떠오르고는 했다. 그리고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의 발자취를 담은 글이 있다. 2019년인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글이리라. 우리의 근대사. 아픔의 역사다. 하지만, 이 글과 함께 그 아픔까지 감싸며 자부심을 갖고자 한다. 예전에 뵌 외가의 집안분처럼.
글은 고종이 즉위한 1863년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까지의 발자국을 담고 있다. 그 당시, 격동의 시기였다. 1910년, 조선은 국권을 상실했다. 이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했다. 어떻게 나라를 잃었으며, 어떻게 나라를 찾고자 했는지 그리고 있는 이 글. 29가지의 큰 질문을 던지며, 그 안에 작은 여러 질문과 함께 그 답을 꼼꼼히 새기고 있다. 3장 '김옥균, 혁명가인가 반역자인가?', 7장 '명성왕후는 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는가?', 27장 '그들은 왜 독립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등의 질문들. 깨닫기에 알맞은 질문들이었다. 그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도 현답(賢答)이었고.
'3·1운동의 출발은 파리강화회의나 고종의 국장 등 특정한 계기에서 비롯되었지만, 이 운동이 한반도 전역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전 계층이 동참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일제와 맞서 싸웠던 1910년대 국내외의 모든 조직이 간직한 내적 역량 때문이었습니다.' -28장 '무엇이 3·1운동을 '세계적인 경이'로 만들었는가?' 중에서. (558쪽)
살다 보면, 상처로 아픔을 받기도 한다. 조선도 그랬다. 결국, 조선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소원이 대한의 독립이었다. 그 소원이 쌓여 3·1운동을 낳은 것이고. 모두의 내적 역량을 담은 그때의 함성. 고귀한 외침이었으리라. 경건한 놀라움이었으리라.
역사는 삶의 스승.
-마르쿠스 키케로의 '변론가론(De Oratore)' 중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정말 뜻깊은 해라고 생각한다. 이때, 이런 좋은 책을 만나서 행운이었다. 질문으로 호기심을 불러 나의 가슴을 뛰게 한 책. 그 질문의 답을 함께 풀며, 깨달음을 얻게 한 책. 우리 근대사를 담은 이 책은 내 삶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외우기만 했던 이 역사.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아픔의 역사인 근대사는 일부러 가까이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아프다고 멀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며 질문하고 이어가고 싶다. 또, 계속 답하고 싶다. 아픔 안에서 자부심을 가지며. 나의 삶 속에서. 스승으로 모시고. 그렇게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하리라.
덧붙이는 말.
이 책은 2017년 9월 7일부터 2018년 10월 25일까지 60회 연재한 네이버 오디오클립 <역사탐구생활>을 바탕으로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까지 충실히 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