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 4
이소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혼은 지치고, 닳는다. 영혼은 항상 충만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넘어지거나 무너질 때마다 영혼은 더 지치고, 더 닳는다. 살아 있는 영혼은 지치고, 닳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영혼을 꾸준히 채우면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 누군가는 취미를 만들기도 한다. 맑은 영혼을 끊임없이 채우기 위해 만드는 취미. 그것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 찬란하게 채워진 그 영혼이 가르침을 주기에.

수필 《검도》검도를 취미로 하는 어느 여인의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 가까이를 한 취미. 4단이 된 지금은 5단 심사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오랜 동반자인 검도. 둘이 함께 걸어온 소중한 길을 뒤돌아본다. 그 길을 걸었던 순간순간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이라고 하면서.




 '내 마음의 일부인 호승심을 다루는 내 태도는 약간 달라진 듯하다. 타인을 깎아내리며 밟고 올라서는 건 나쁜 일이겠지만, 노력한 만큼의 실력으로 누군가를 앞서가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빛나라! 호승심〉 중에서. 39쪽. 


 '흔들리면서 강해지는 사람, 강해지다가도 또 흔들리는 사람. 그런 모습 자체로 하루분의 수련을 해내는 게 나 자신일 뿐 흔들리는 나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지고 싶다. 잘하다가 못할 수도 있고, 못하면 좀 노력하면 되지.' -〈흔들리는 사람〉 중에서. 76쪽. 


그녀의 《검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득도한 고승이 연상된다. 산사(山寺)에서 오랜 세월 수행(修行)의 열매로 얻은 고승의 깊은 깨달음. 그녀도 도장에서 여럿이 검도로 수련하며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호승심을 다루는 태도나 흔들리는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 등. 오래된 깊은 샘물에서 올린 맑은 깨달음이다. 소중한 깨달음이다.

지치고, 닳은 영혼을 채우기 위해 하는 취미.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취미가 영혼을 더 지치고, 더 닳게 하기도 했을 것이고. 더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 상황. 득도한 고승이 아니라 파계승(破戒僧)이 된 자신. 파멸의 길은 넓은 길이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취미로 영혼을 밝게 채운 이들은 경이롭다. 좁은 길로 나아간 그들이기에. 검도의 좁은 길을 계속 걸었고, 걷게 될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수필 《검도》는 검도라는 취미로 오랫동안 영혼을 빛나도록 채운 여인의 참된 고백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익살스러운 그림도 간혹 함께 있어 즐거움을 더한다. 작고 얇은 책이지만, 그녀의 오랜 검도인의 길이 가득 담겨 있다. 아름답게 채워진 영혼이 주는 가르침. 그 목소리가 이 책에서 들린다. 책도, 사람도 더욱 단단하게 한다.

덧붙이는 말.

하나. 인디고 '딴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라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