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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모자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앨러리 퀸 시리즈는 제가 15년전쯤 한번 읽어봤던 작품인데 그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그때 작품이 이집트 십자가 살인사건이랑 드루리 레인 시리즈였습니다. 즉, 앨러리 퀸이 탐정으로 등장한 작품으로는 이집트 십자가 살인사건이 유일하게 본 작품이었던건데 이 작품, 그때는 별로였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되고 작위적이라고 느꼈고 탐정역인 앨러리 퀸도 전혀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뒤 앨러리 퀸에게는 관심을 끊었더랬죠. 근데 추리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수식어처럼 등장하는 몇몇 작가와 탐정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 아가사 크리스티(이 분은 탐정보다 본인의 이름이 더 자주 언급되죠),파일로 번스, 앨러리 퀸등입니다. 추리소설의 소갯글 어딘가에 한번쯤은 등장하는 이름 앨러리 퀸을 볼때마다 항상 의아했죠. 드루리 레인 시리즈도 별로고 앨러리 퀸도 영 아니었는데 이렇게 유명하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첫 인상이 워낙에 좋지 않았던 터라 그리고 셜록 홈즈 시리즈처럼 제대로 된 완역본이 있는것도 아닌지라 읽어볼 생각은 안하고 있었습니다. 요번에 검은숲이라는 출판사에서 앨러리 퀸 시리즈 완역본을 내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때까지만도 긴가민가하고 있었던게 다 나오기는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이런 시리즈들이 나오다 절판되는 경우가 워낙에 많아서 말이죠.
일단 보관함에만 담아놓고 좀 더 두고볼 생각이었는데 시리즈의 첫 권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가 반값할인행사를 하는 바람에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읽은 내용이 아니긴 하지만 전에 읽었을때 받은 인상이랑 너무 다르더군요. 앨러리 퀸 부자가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때는 내용이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트릭도 좋고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도 딱 맞아들어가더란 말이죠.
제목에 나오듯이 모자가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데, 범인은 모자따위라고 생각했겠지만 바로 그 없어진 모자때문에 이 두 부자는 첫 날 바로 범인을 추측해냅니다. 그 모자를 없앨수 있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면 그가 범인일수밖에 없죠. 문제는 범인을 찾았어도 증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모자를 없앨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 범인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봤자 법정에서 먹힐수는 없을테니까요.
추리가 완료된 이 시점에서 아마추어 탐정인 아들 퀸이 빠지고 정식 경찰인 아버지 퀸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어차피 법정에서 필요한 증거를 찾아야 하는 사람은 경찰인 아버지쪽인거죠. 그 점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아마추어 탐정의 활약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작게 평가하지도 않지만 적절한 순간에는 경찰이 나서는점도요. 현실감이 느껴져서 좋더라구요.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따뜻한 유대감도 보기 좋았구요.
내가 이렇게 좋은 추리소설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새삼 반성했습니다.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 너무 믿으면 안되는거 알고 있는데. 사실 저희때만해도 엉터리 번역본이 많았거든요. 정식 라이센스판이 아니라 해적판 같은게 버젓이 정식 출판사에서 나오던 시절이라 번역 상태가 엉망인것도 많고, 당시 우리나라 실태에 맞춘답시고 이리저리 잘라내고 꿰어맞춘 책들도 적잖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런데도 이 명작에 그동안 눈을 돌리지 않았던 점, 정말 통탄스럽군요.
이번에 마침 검은숲에서 전 9권을 동시에 번역출판하였으니 이 시리즈가 도중에 끊길일도 없을것 같고 해서 이번 기회에 앨러리 퀸 시리즈를 한번 장만해볼까 합니다.
다만, 현재 쌓인 책이 너무 많아서리...좀 읽고 팔고 나서 사야할것 같은데...여름이라 창문을 줄곧 열어놓고 있으니 책들에 먼지가 더 잘, 더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비싼 책들에 인정사정없이 먼지가 들러붙고 있는데...여름이라 덥고 기력이 달려서 두껍고 어려운 책들은 읽을 엄두가 안납니다.
그래서 비싼 책 시리즈 계속 가려다가 너무 힘들어서 살짝 눈돌려서 또 다시 추리소설쪽으로 와봤습니다.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이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