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들보다는 싼 편이지만 책 한권의 가격으로는 만만찮은 25,000원짜리 책입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산지라 제 값 다 주고 산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가격이 센 편이죠. 신화를 모아놓은 책이니 저작권이 있을것 같은 책은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비싸다 싶었는데 사보니 판형이 큰데다, 칼라 그림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고, 무엇보다 종이 질이 아주 좋습니다. 이 정도 종이라면 화집 같은 그림 전문책에나 쓰일법한 종이더군요.
책 소개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계의 동화에 이어 또 하나의 대작이 나왔다고 소개되어있는데 이건 좀 허풍입니다. 그림이 그렇게 예쁘거나 좋지는 않고 그나마도 올 컬러도 아닙니다. 컬러는 중간에 몇 장 없고 나머지는 그냥 연필로 그린 스케치 수준의 그림인데다 칼라 크림조차도 그렇게 정교하거나 색감이 훌륭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 딱 잘라 말하기 뭐하긴 한데 누가 봐도 그렇게 멋지다고 할것 같은 그림은 아닌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렇게나 좋은 질의 종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그림이 그저 연필로 그림 스케치 수준의 흑백 그림입니다.
내용으로 보자면 전설이니 크게 재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한건 아닙니다. 전설이란게 원래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라서 책으로 보면 오히려 허무맹랑하고 유치한 내용이 많거든요. 그래도 세계의 여러가지 전설을 제대로 아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산 책인데 아서왕 이야기가 프랑스편에 떡하니 들어가 있더군요. 이건 영국 전설 아닌가요? 베오울프는 영국편에 들어가있는데 이 전설 제가 알기로는 북구쪽의 전설인데. 바이킹과 관련된 전설로 알고있는데 그 당시 이 바이킹이 영국에 살고 있었던가요?
거기다 더해 영웅 전설인데 말이 영웅이지 다들 싸움은 안하고 연애로 바쁜 내용이더군요. 사실 이런 유럽쪽의 오랜 전설쪽에 관심이 없기는 했지만 이런 기사와 숙녀의 사랑얘기가 전설은 아니었던것 같은데요. 이건 좀더 중세로 내려와서 중세 특유의 문학이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서왕 전설 자체도 실제 전설과 달리 후대에 글을 쓴 사람이 만들어낸것이 히트를 치면서 그게 아서왕 전설로 정착하게 되었지만 실제 아서왕의 시대에는 갑옷이니 하는것이 등장하지 않는 시대인것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 그것도 버젓이 들어가 있고요.
제목 그대로 중세쪽의 제대로 된 전설을 좀 알고 싶다는 생각에 산 책인데 그쪽과는 그다지 상관없고, 기사라는데 하는짓은 순전히 사랑싸움뿐이고. 여러모로 실망이 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