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소요 > 박민규 작가님과의 만남
박민규 작가님과의 만남은 꽉 찬 밀도와 집중도로 너무도 행복한 2시간이었습니다.
예의 잠자리 선글라스가 아닌 더블 표지에 나온 복면마스크 차림으로 2시간의 만남자리를 강행한 작가님의 등장부터 놀람이 시작되었죠.
저는 세가지 좋았던 점을 적고 싶었습니다.
하나하나 몸의 운율과 리듬을 생각하면서 소설을 쓴다는 작가님의 말에 따르면 작가님은 단어의 선택뿐만 아니라, 읽히는 리듬감, 문장에서 단어들 사이의 관계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직조해 나가는 세공가였습니다. 그만큼 말씀 하나하나 역시, 정말 고민하면서 신중하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직하고 느린 말이 아주 큰 밀도와 집중으로 참석자들의 마음들 속에 침잠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가양주처럼, 오랜시간 천천히 술을 걸러내고 향기를 더하듯이 작가님의 말 역시 언뜻 들으면 어눌하고 느리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의미가 깊어지는 말들이었습니다.
다음은 역시나 작가님의 부인에 대한 애정표현이 남자인 제가 듣기에도 너무도 좋더군요. 정말 잘해주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한다는 말,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가치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라고, 그래서 수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작 그 당사자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하고 말입니다. 어제 성비에서 살펴보듯이 여성 애독자들이 많으셨는데 앞으로 그 비율이 더욱더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가장 우리를 행복하게 한 작가님의 말은 바로 다음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막 워밍업이 끝났다라는 작품후기처럼, 직접 만나본 작가님은 말과 몸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작가님으로부터 나올지 그 자신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그래서 설레어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여 쓰고 그 것들과 그 것들을 넘어선 무언가와 통하는 채널이 될 것이라는 것. 그러한 메시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저는 작가님의 사인마저 뒤로하고 행복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직 박민규 작가님은 지금보다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기에 작가님의 사인을 섣불리 먼저 받지 않겠다고, 대신 세상을 하나 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독자로서 지켜보며 내 젊은 시절과 그리고 그것이 쇠락해 가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자리 마련해주신 관계자 분들과, 멋진 목소리로 차분하게 진행해 주신 진행자님, 멋진 대담 만들어주신 천명관 작가님, 그리고 정말 내공이 느껴지는 깊은 질문들 날려주신 참석자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바쁜 시간 쪼개어 좋은 이야기 풀어주신 박민규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