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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2018.12.30
-빌린 책
글쓰기 책과 작가에 대한 책은 괜찮다 싶으면 구해놓는 편이다. 그런데 완전히 읽어내기 힘들어 하는 건 아마도 글쓰기를 미루는 심정과 상통하는가 싶다. 글쓰기에 마감이 있듯이, 읽기 마감을 만들고자 책을 빌린다.
이젠 글쓰기도 누구나 하는 취미가 된 세상. 글쓰기를 나름 좋아한다 생각한 내가 쓰기를 미루는 이유는 생각해 보니 1)나를 열어 놓지 못해서 2) 그저 게을러서 3) 위대한 작가들에 주눅들어서 이 세 이유가 겹쳐진 어느 지점에 있을듯 하다
이다혜 기자는 씨네21 시절 뭐 읽어? 코너에서 본 기억이 있는 듯 한데, 당시 김혜리 기자와 헷갈렸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김혜리 기자를 애정한지라, 뭐 읽어도 김혜리 기자가 쓰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다혜 기자셨다.
김혜리 기자의 글이 극강의 감성을 담아 꾹꾹 눌러쓴 수공예 테피스트리 같은 느낌이라면 이다혜 기자의 글은보다 보편의 기억에 기반해 있는 듯 싶다. 마감(또는 회사일)으로 글을 바라는 모니터 앞에 망연자실 앉아 있다 전혀 상관없는데다 지금 필요하지도 않은 다른 일들로 시간을 흘려보낸 기억이 있다면 이 책이 언급하는 글쓰기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사정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 책이 제시한 해결책을 적용해보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글쓰기는 결국 상대방에 가 닿으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상대방에 가 닿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회고하는 신인 작가 시절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쓰지 못했다‘라고 그는당시를 떠올리는데요, 편집자에게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더니 들은 답이 이랬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언제나 내가 정말로 아는 것으로부터 내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임을 알라.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유시민이 지키는 글쓰기의 3원칙을 풀어낸 책이다. "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팔리는 글 쓰기‘를 알려주겠다는 암시가 광고문구에 녹아 있는 셈이다. 21세기의 글쓰기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같은 것이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알리는, 가장 중요한 셀프마케팅 수단이다.
타인이 만들어낸 무엇인가소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매혹이 바로 그 마법 같은 순간‘의 여부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경우 역시도 관객의 반응에 좌우되는 것이니, 연주 자체를 온전히 평가하는 잣대르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평론가가 있는 법이고, 애호가는 자신의 방법으로 예술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간다.
시에서 뉴스를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비참하게 죽는다. 시가 발견한 것을 깨닫지 못하여
<와일드>에서 내가 읽은 것은 용기다. 상처를 글로 옮길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를완주한 때는 1995년이었고 책이 출간된 해는 2012년이다.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풀어’ 설명할 수는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웠다고만 했지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달라.) 너무 어려워서 말하자면 이런 건가요?‘ 하고 자꾸 이상한 비유를 가져다 대는 학생에게 물리학과 교수가 말했다. "세상에는 한 번 정도 어렵게 어렵게 고민해서 이해해야 하는것도 있다. 모든 걸 다 쉽게 설명할 순 없다. 복잡해서 복잡한데 어떻게 쉽게 풀어주느냐." 필자가 이해를 못해서 어렵게 보이게 쓰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쓰느라 어려워진 글도 있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지를 다 쳐내고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 대표적인 경우고, 역사 또한 그렇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해설서(심지어 비전공자의)만 읽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논할 수는 없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것‘을 있어서는 안 될, 문장계의 볼드모트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것’을 더 제대로 쓰기위해서 대체 가능한 ‘것’을 없애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것’은 완벽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인다면,
퇴고할 때, 특히 글 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 문단을 지워보 라고 권한다. 나 자신의 글을 퇴고할 때도 그렇게 한다. 첫 문 단을 지운 뒤에 두 번째 문단을 다소 수정하는 정도로 도입부가 충분히 단단한 인상으로 변하곤 한다.
이 경우 역시, 뜨뜻미지근한 마지막 문장이라면 그냥 지워보기를 권한다.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마무리가 더 긴장감 있는 경우가 많으며, 마무리된 느낌‘은 대체로 진부한 문장일 때가 많다. 영상 인터뷰에서 마지
1. 나는 하고자 하는 말을 썼는가 2. 원하는 정보 혹은 감정이 잘 전달되는가 3. 도입부가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나 4. 주술호응이 잘 맞나5. 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5. 인용은 정확한가 6. 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 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8. 제목은 본문을 읽고 싶게 만드는가 9. 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10.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다. 소리를 내서 읽어도 좋다.
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 의사, 가짜뉴스 같은 지상파 뉴스, 환경파괴 정책을 자문하는 교수, 주례사비평을 하는 평론가. 이전에 문자화된 지식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던 이 들은 소수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권위와 문자는 분리되는중이다. 읽고 쓰기, 혹은 쓰고 읽기는 이전 어느 때보다 개인과개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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