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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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
빌린 책

12시를 넘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바야흐로 2019년 첫 번째 독서의 영광은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에게 돌아갔다.

정세랑 작가의 세 번째 책. 다 읽고 나서 보니 벌써 이렇게 많은 독자가 읽었구나, 그간 한국 소설의 젊은 작가들에게 소홀했었네 새삼 후회가 된다.

정세랑 작가를 알게 된 건 북플을 통해서였나..’옥상에서 만나요’를 소개한 포스트를 보고 무려 창비가 이런 산뜻하고 해사한 디자인의 소설집을 냈다니 하며 찾아봤나 싶다. 그 이후 존경해 마지않는 배명훈 작가님의 ‘순문학에 안착한 정세랑 작가의 성공’을 축하하는 트윗을 보고 찾아 읽어야겠다 마음 먹었었지. 이렇게 만나서 세 권의 책을 연달아 찾아 보았다

지리한 연대기를 왜 이렇게 늘어놓느냐면, 이 작품으로 마침내 정세랑 작가를 애정하는 말랑말랑한 시선으로 신작 ‘옥상에서 만나요’을 읽을수 있게 되어서다. 소설은 작가에 대한 이런 애정어린 시선과 함께 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장르인듯 싶다. 의견의 옳고 그름, 사실의 유무 여부에 기반하지 않고 순전히 작가가 창조해 낸 세계와 인물과 사건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작가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독서가 어려워진다.

이 책은 퇴마?라는 본업을 위해 어느 학교 보건교사로 살아가는 안은영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사건들은 장르소설로써만이 아닌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내 2019년 독서를 여는 소설로 손색이 없다.

이제야 자신있게 말한다. 반갑습니다 정세랑 작가님! 앞으로 계속 부탁드려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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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밥 먹기 싫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2
이민혜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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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 책
아이가 좋아하는 책

특색있는 그림채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밥먹을 때면 어찌나 아이들은 바쁜지, 시간에 맞춰 밥먹은 것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겐 고역이다

엄마가 밥먹으라 부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전기밥솥에 비유해 ‘전기밥솥 괴물’로 부르는 것은 읽어주는 아빠도 백번 공감하는 부분.

아빠도 얼마나 네 할머니 목이 쉴 정도로 수십번 불러야 밥을 먹었는지 이제 알겠네. 그런데 말야, 다시 보니 아이들도 참바쁘구나. 세상을 알아갈 게 이렇게 많은데, 어른들은 그것도 모르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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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사계절 그림책
안녕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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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책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우리도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로 시작하는 정겨운 대사와 푸근한 그림들이 어른도 아이도 기분 좋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마침 고향집에 강아지 한마리 키우게 되어 아이는 시골 할머니 집 강아지 생각하며 눈이 반짝반짝 듣다 스르륵 잠이 든다.

읽어주는 아빠도 추석때 집에 가는 길 골목길까지 나와 보이지 않을때까지 ‘우리 강아지 또 오소~’ 하며 손 흔들어주던 잔정 많던 쭈글쭈글 할머니가 생각나 눈물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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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사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
로버트 C. 앨런 지음, 이강국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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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0
구입한 책

명지대 법경제/경제사 전공 김두얼 교수의 글들을 보고 경제 추세의 장기분석이 흥미로워 ‘세계 경제사’를 찾아 고른 책.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지하철에서 오가며 눈으로만 읽기에는 인용된 사례도 많고 장기분석 그래프들도 다수 인용되어 천천히, 그리고 풍부한 상상을 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산업혁명을 촉발한, 그리고 결과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오랜 격차를 만들어낸 분기점의 원인을 영국의 상대적 고임금에 따른 기술도입과 혁신적용 동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공교롭게도 이 독서가 진행되었던 시기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지난한 비난이 주류 언론들 간에 공유되던 시기였었다.

물론 지금의 대한민국의 제도적 소득상승을 200여년 전 영국에 대입하는 것은 견강부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주류언론의 관점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 건 내게도 좋은 사유의 실마리가 되었던 듯 하다.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소득부분에 대한 논의는 조금 더 독서내공을 키운 후 언급해야 하겠지.

아프리카 대륙들에서 자생적으로 자리잡은 것이라 믿은 부족체제가 실은 식민주의가 진행된 이후 식민행정을 위해 도입된 인위적 행정체계라는 언급도 그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여온 내 지식의 허약함을 드러내주었던 좋은 지점이었다.

독서란 이런 맛이다. 내가 구축해 왔던 세계가 깨지는 즐거운 체험.

일본의 경제성장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도쿠가와 막부 시절 축적된 자생역량을 파악하는 부분은 오랫동안 가졌던 의문을 일정부분 해소해 주었다. 단지 개항의 시점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일의 근대사를 가져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페리제독의 흑선이 에도에 나타나지 않고 강화도를 지나 한강을 거슬러 마포나루에 나타나는 그 시점에 조선이 개항을 했다고 조선이 열강이 되고 일본이 그 식민지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다.

그간 양국의 근대사 책이나 일본의 산업부흥을 이끈 기업들의 이야기 등을 읽어왔던 것도 그런 이유였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된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은 도쿠가와 시대 놀라운 수준의 기술과 행정 역량을 달성해 당시에 이미 제철에 대한 네덜란드 책을 번역한 것을 바탕으로 나가사키에 철강주조소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체제에서 식민지 국가는 본국의 법을 정착민과 도시에만 적용한다. 시골의 토착민에 대한 통제는 그들 ‘종족‘의 관습을 적용하는 ‘족장‘에게 맡겨졌다. 따옴표어들은 이것들이 식민지 이전의 현실과는 식민지 국가의 법적인 개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아샨티같은 왕국부터 가장 조직되지 않은 무리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의 정치 조직체들은 동일한 관습을 가진 동일체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정치 조직체들은 복잡했고배인들의 관습은 제각각이었다.

이전까지 많은 정치 조직체는 유동적이었고,억압적인 체제를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가 폭압적인 지배자를 견제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이상 떠날 수 없는 부족으로 조직되자 이러한 권리는 없어져버렸다. 관습은 식민주의의 목표에 맞게 재정립되었다. 노예제 같은 야만적인‘ 관습은(비록 현실에서는 계속되었지만) 제거되었고 부불노동을 요구하는 부족장의 권리 같은 쓸모 있는 관습은 유지되었다. 이런 식으로 강제노동이 식민지의 삶에서 일반적인 특징이 되었다.
공동체의 토지 소유가 보통 관습이 되었고 사람들은 부족의구성원이 되기만 하면 그들이 복종하는 부족장의 재량권에따라서 - 농지를 얻을 수 있었다. 가능한 곳에서는 부족장을옹위하는 전통적인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에는 식민지 본국의 권력에 의해 부족장이 임명되었다.

부족장은 식민주의 이전의지배자보다 더 많은 권위를 부여받았다. 새로운 형태의 부족장들은 제국의 현장감독이 되어, 세금을 징수하고 노동을 강제하며 개인의 부를 쌓기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 식민주의는농촌 지방을 다스리며 지대추구를 하는 작은 군주들의 체제를 만들어냈다.

이는 어떤 부족원도 비어 있는 토지를 점유할 수 있었던 공동 재산 시스템과 갈등을빚었다.

고임금과 값싼 에너지에 기초한 영국경제에서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혁신적인 기술을 기업들이 발명하고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 되었다.

대중문화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뉴턴의 『프린키피 아』보다 사회의 변화였다. 가장 강력한 변화는 도시화와 상업의 발전이었다. 이로써 읽고 쓰는 능력과 계산력이 더욱 중요해져 대중의 지식이 발전했다. 18세기에는 장인, 기능공, 상점주인, 농부의 아들 대부분과 노동자의 아들 일부가 몇 년 동안의 기초교육을 받았다. 그 결과 전례가 없을 만큼 대중들이신문을 읽고 정치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톰 페인(TomPaine) 같은 급진주의자가 『인간의 권리 The Rights of Man』라는책을 수십만 권 팔아서 유명해질 수 있었을 만큼 새로운 세계였다.

첫째, 도시화와 농촌 제조업의 성장은 노동에 대한 수요를증가시켜 노동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고 임금을 끌어올렸다.
런던과 암스테르담의 생활수준 역시 향상되었다. (그림3)둘째, 도시와 고임금 경제의 발전은 식품 생산을 위한 농업과 노동의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그 결과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모두에서 농업혁명이 나타났다. 두 나라 모두에서 농업 노동자 일인당 산출이 50퍼센트 가까이 증가하여 유럽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셋째, 도시의 수요 증가로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모두에서에너지 혁명이 발생했다.

넷째, 고임금 경제는 전반적으로 식자율(literacy), 계산력,
숙련의 형성을 촉진했다. 표4는 1500년과 1800년의 (자신의 이름을 서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측정된) 식자율의 추정치를 보여준다. 식자율은 유럽 전역에서 상승했지만, 북서유럽에서 가장 뚜렷했다. 프랑스 북동부, 벨기에, 라인 강 계곡 모두 가톨릭 지역이다의 식자율이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와 비슷하 게 높았기 때문에 흔히 이야기되는 것과 달리 종교개혁이 이 상승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식자율 상승은 고임금, 상업 경제의 등장 때문이었다. 상업과 제조업의 확대는 교육을 경제적 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서 교육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 동- 시에 고임금 경제는 부모에게 자식들의 교육비를 지급할 수 있는 돈을 제공했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의 건강,
을 유지하고 교육을 확대하여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역설적으로, 최저생계 수준은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경제적 동기를 제거한다. 하루의 노동으로부터 더 많은 산출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이 경우 노동이 너무 값싸서 기업들이 굳이 생산성을 높일 기계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생계 수준은 빈곤의 덫이다. 산업혁명은 바로 높은 임금의 결과였다. 산업의명은 높은 임금의 원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동차는 엔진, 시동장치, 브레이크,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전기 등 다양한 혁신들을 필요로 했다. 현대적인 자동차는모든 선도적 선진국 사람들이 이룬 발명의 결과물이다. 19001년경이 되자 모든 선진국이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들을 보유했다. 혁신은 그들 사이의 집단적 행동이었다.

새로운 산업들의 또다른 특징은 많은 산업이 자연과학의발전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강력한 대학 프로그램을 가졌던 국가들은 자연과학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1930년대 이전에는 독일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독일의 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은 많은 노벨상을 수상했다. 산업의 핵심 기한 인력들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고 대학 학자들이 산업 생산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을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중요한 발견들을 했다.

대학 연구의 주도권이 독일에서 엄청난 규모로 고등교육 부문을 발전시킨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 정부는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 대학 연구의 발전을 촉진했다. 이러한 연구는 냉전 시기 군사 부문에 집중되었지만, 많은 프로젝트가 경제 전체에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자금 지원도 의료,우주 탐험,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까지 이루어졌다. 이러한 자금 지원이 미국이 전 세계를 주도한 기반이었다.

이는 진보를 촉진하는 연쇄 순환을 낳았다. 높은 임금이 더욱자본집약적인 생산을 촉진했고, 이는 또한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선순환이 선진국에서 소득이 증가한 기초가되었다.

선도국의 발명가들이 고임금 노동 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한 기술 변화의 과정은 세계의 가난한 국가들에는 아무 이득도 주지 않고 선진국들의 경쟁우위를더욱 강화하는 기계들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보다 풍요로운 생활방식을 즐겼다.
인구의 약 15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했다. 인구 100만의 에도(현재의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교토(각각 40만)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에 속했다. 평균수명도 늘었다. 농민들이 휴식일‘을 가지고 여행을 즐기자 여가도 늘어났다. 농업사회치고는 취학률도 매우 높았다. 1868년 소년의 43퍼센트와 소녀의 10퍼센트가 학교에 다녔고 읽기와 산수를 배웠다. 성인 남성의 절반 이상이 읽고 쓸 수 있었다. 가르침과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웬만한 사람들이 사기에는 책값이 너무 비쌌지만 대여가 가능했다. 1808년 에도에는656개의 대여 책방이 있어 (인구의 거의 절반인) 약 10만 가구에 책을 제공했다. 높은 교육 수준은 일본 경제의 상업화 때문이었을 텐데, 이는 훗날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은 놀라운 수준의 기술과 행정 역량

을 이룩했다. 이는 나가사키에 최초로 철강 주조소를 건설한데서 명백하게 알 수 있다. 군사적인 필요가 동인이 되었다.
1808년 네덜란드인들의 선적을 공격하기 위해 영국의 페이 튼호가 나가사키 항에 등장했다. 페이튼호는 식량을 제공하 지 않으면 나가사키를 포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일본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철제 화포가 없었다. 이를 주조할 용광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가사키를 다스린 영주가 되었고 서양 과학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나베시마 나오마사(鍋鳥直正)는 화포주조소를 만들기 위한 팀을 꾸렸다. 이 팀에는 철 기술을 가진장인과 과학자가 포함되었다. 이들은 레이던 주조소를 서술한네덜란드 책을 번역해 이 주조소를 복제해냈다. 1850년 이들은 반사식 용광로 건설에 성공했고 3년 후 철제 화포를 주조 했다. 이 조직은 1854년 최신 기술의 개머리판 장전식 암스트롱 총을 영국으로부터 수입했고, 복제품을 만들었다. 1868년 일본에는 철을 주조하는 용광로가 11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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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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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0
-빌린 책
글쓰기 책과 작가에 대한 책은 괜찮다 싶으면 구해놓는 편이다. 그런데 완전히 읽어내기 힘들어 하는 건 아마도 글쓰기를 미루는 심정과 상통하는가 싶다. 글쓰기에 마감이 있듯이, 읽기 마감을 만들고자 책을 빌린다.

이젠 글쓰기도 누구나 하는 취미가 된 세상. 글쓰기를 나름 좋아한다 생각한 내가 쓰기를 미루는 이유는 생각해 보니 1)나를 열어 놓지 못해서 2) 그저 게을러서 3) 위대한 작가들에 주눅들어서 이 세 이유가 겹쳐진 어느 지점에 있을듯 하다

이다혜 기자는 씨네21 시절 뭐 읽어? 코너에서 본 기억이 있는 듯 한데, 당시 김혜리 기자와 헷갈렸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김혜리 기자를 애정한지라, 뭐 읽어도 김혜리 기자가 쓰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다혜 기자셨다.

김혜리 기자의 글이 극강의 감성을 담아 꾹꾹 눌러쓴 수공예 테피스트리 같은 느낌이라면 이다혜 기자의 글은보다 보편의 기억에 기반해 있는 듯 싶다. 마감(또는 회사일)으로 글을 바라는 모니터 앞에 망연자실 앉아 있다 전혀 상관없는데다 지금 필요하지도 않은 다른 일들로 시간을 흘려보낸 기억이 있다면 이 책이 언급하는 글쓰기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사정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 책이 제시한 해결책을 적용해보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용이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글쓰기는 결국 상대방에 가 닿으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상대방에 가 닿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회고하는 신인 작가 시절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쓰지 못했다‘라고 그는당시를 떠올리는데요, 편집자에게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더니 들은 답이 이랬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언제나 내가 정말로 아는 것으로부터 내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임을 알라.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유시민이 지키는 글쓰기의 3원칙을 풀어낸 책이다. "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팔리는 글 쓰기‘를 알려주겠다는 암시가 광고문구에 녹아 있는 셈이다. 21세기의 글쓰기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같은 것이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알리는, 가장 중요한 셀프마케팅 수단이다.

타인이 만들어낸 무엇인가소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매혹이 바로 그 마법 같은 순간‘의 여부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경우 역시도 관객의 반응에 좌우되는 것이니, 연주 자체를 온전히 평가하는 잣대르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는 평론가가 있는 법이고, 애호가는 자신의 방법으로 예술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간다.

시에서 뉴스를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비참하게 죽는다. 시가 발견한 것을 깨닫지 못하여

<와일드>에서 내가 읽은 것은 용기다. 상처를 글로 옮길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를완주한 때는 1995년이었고 책이 출간된 해는 2012년이다.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풀어’ 설명할 수는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 배우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배웠다고만 했지 이해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달라.) 너무 어려워서 말하자면 이런 건가요?‘ 하고 자꾸 이상한 비유를 가져다 대는 학생에게 물리학과 교수가 말했다.
"세상에는 한 번 정도 어렵게 어렵게 고민해서 이해해야 하는것도 있다. 모든 걸 다 쉽게 설명할 순 없다. 복잡해서 복잡한데 어떻게 쉽게 풀어주느냐." 필자가 이해를 못해서 어렵게 보이게 쓰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쓰느라 어려워진 글도 있다.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가지를 다 쳐내고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철학이 대표적인 경우고, 역사 또한 그렇다. 철학자가 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해설서(심지어 비전공자의)만 읽고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논할 수는 없다!

혼자만 아는 세계에 있는 듯 독자를 배려지 않도록 주의하는 만큼이나 간단하지 않은 내용을 간단하게 ‘오역‘하는 글쓰기도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것‘을 있어서는 안 될, 문장계의 볼드모트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것’을 더 제대로 쓰기위해서 대체 가능한 ‘것’을 없애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것’은 완벽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인다면,

퇴고할 때, 특히 글 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 문단을 지워보 라고 권한다. 나 자신의 글을 퇴고할 때도 그렇게 한다. 첫 문 단을 지운 뒤에 두 번째 문단을 다소 수정하는 정도로 도입부가 충분히 단단한 인상으로 변하곤 한다.

이 경우 역시, 뜨뜻미지근한 마지막 문장이라면 그냥 지워보기를 권한다.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마무리가 더 긴장감 있는 경우가 많으며, 마무리된 느낌‘은 대체로 진부한 문장일 때가 많다. 영상 인터뷰에서 마지

1. 나는 하고자 하는 말을 썼는가 2. 원하는 정보 혹은 감정이 잘 전달되는가 3. 도입부가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나 4. 주술호응이 잘 맞나5. 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5. 인용은 정확한가 6. 도입부가 길지 않은가 (한 단락을 지워본다) 7. 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몇 문장을 지워본다) 8. 제목은 본문을 읽고 싶게 만드는가 9. 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10.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다. 소리를 내서 읽어도 좋다.

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 의사, 가짜뉴스 같은 지상파 뉴스, 환경파괴 정책을 자문하는 교수, 주례사비평을 하는 평론가. 이전에 문자화된 지식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던 이 들은 소수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권위와 문자는 분리되는중이다. 읽고 쓰기, 혹은 쓰고 읽기는 이전 어느 때보다 개인과개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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