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2009년에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출간됐을 무렵, 책 블로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는 세월이 흘렀고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진다는 것처럼 만나야 할 책은 이렇게 만나지는 건가 싶게 1월의 끝자락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게 되었다. 퇴근 후 이틀 밤 동안 푹 빠져 읽었던 만큼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짙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말 못할 상처 하나는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p.163) 라는 주인공의 깨달음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나의 고통만 큰 게 아니었구나. 너도, 당신도, 우리 모두 남모르게 아파하고 있구나.

 

또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그때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그 아픔 가운데 놓이지도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인생은 모든 순간의 선택으로 점철된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본다면 잘 한 선택이 어쩌면 비극의 상황을 비켜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불우한 가정의 희생양이라고 할까. 어릴 때 아버지의 부정을 알게 된 어머니는 여섯 살 된 주인공을 청량리역에 버리고 몇 차례의 자살시도 끝에 생을 달리하게 된다.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면서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는 할머니의 강요에 교사인 배 선생과 재혼을 하게 되고, 배 선생은 무희라는 딸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날이 갈수록 배 선생의 구박은 심해지고 가정에서 주인공의 자리는 작아지고 심하게 말까지 더듬게 된다. 결국은 무희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당해 도망을 치게 되는데 숨을 곳이 한 곳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저녁을 밖에서 때우기 위해 늘 찾아갔던 <위저드 베이커리>. 그곳에서 그는 마법사인 점장과 낮에는 사람이 되는 파랑새의 도움을 받아 숨어 지내게 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위로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론 빵이란 내게 있어 진절머리 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초강력 아이템이긴 하다. 그러나 이곳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라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조금은 위험한 향신료일지 몰라도,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p.112)

 

청량리 역에서 버려졌을 때 엄마가 주고 간 보름달 빵과 배 선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저녁 끼니로 매일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사먹던 빵.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던 빵이 결국은 마법사 점장의 빵으로 점점 잊혀지고 치유되었다고 믿는다.  

 

책을 읽다보면 마법사가 만드는 빵을 나도 한번 주문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에게 그 마법의 빵을 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아니될 생각이라며 포기하고 마는 것은 그것이 내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과, 점장의 말대로 그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빵 주문이 많은 이유는 작가가 우리 인간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시간을 되감는 가격이 그렇게 비싼 이유는, 사람이 쉽게 심심풀이 땅콩처럼 시간을 되감을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p.181)

 

결국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어서 헤어지게 되는 날, 마법사 점장은 주인공에게 시간을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되돌릴 수 있는 머랭 쿠키 타임 리와인더를 선물로 준다. 집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을 경우와 먹지 않았을 경우의 이야기 뒤이어 펼쳐지는데 나는 먹지 않았을 경우를 더 지지한다. 그 상처와 고통을 견디며 자신의 의지로 삶을 지탱해가는 것이 더욱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내게는 오래도록 책장에 꽂아두고 책등만 어루만져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들이 있다. 그 책장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주저없이 꽂으면서 지금이라도 너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했다. 생각할수록 매력적이고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책 전반적으로 밑줄을 긋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위저드 베이커리>를 추천하며 1월의 책일기를 마무리한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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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1등으로 받은 기프트 카드 일부를 동료들과 삼계탕 회식으로 썼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함께 마주보며 웃을 수 있으니 이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것들이 잊혀지고 오늘이 만족스럽다. 

부른 배를 안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알라딘에 들어왔다가 기쁜 소식을 발견했다. 시요일 제휴 기념으로 시요일을 1개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견한 것이다. 안그래도 한번 이용해볼까 고민했던 앱이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었다. 좋아하는 시인을 먼저 검색했는데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한달 충분히 감상해 보고 1년 구독을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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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에는 모든 SNS를 접고 내 생활과 책읽는 것에 집중하자 마음 먹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혼자 있고 싶지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늘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연결될 사람들이라면 SNS가 아니어도 어떻게든 연결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12월에 모든 계정을 삭제했다. 1월에는 큰 프로젝트를 마친 후라 2주 가까이를 아팠고, 그 덕분에 에세이 위주로, 그리고 쉽게 읽히는 책들로 선별해서 읽었다.

그 덕분에 1월에는 <예담>의 글그림 에세이들과 <난다>의 책일기가 주를 이루었다.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는 책읽기에 집중하려는 내게 큰 발화제가 되었고 업무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즈음에 읽은 예담의 글그림 에세이들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은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한 스푼의 시간> 못지않게 가슴을 울리는 매력이 있었고 1월의 독서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올해 작은 소망이 있다면 욕심내지 않고, 때에 맞게 만난 책들과 함께 행복한 산책을 하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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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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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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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척하면 됩니다
김유리.김슬기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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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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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정미경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오늘 도착했다. 가만히 책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에서 묻어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음미해 보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이미지의 표지와 제목이다. 나는 또, 한 편 한 편 읽으며 이 세상에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겠지. 이 세상에 없음을 아쉬워하겠지.

 

"미워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들을 빼면 삶에서 뭐가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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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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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반 쯤 남겨 두었던 이다혜 기자의 여행 에세이가 눈에 띄어 오늘 완독을 했다. 어쩌면 이렇게 필력이 좋으신지 읽는 내내 감탄을 했다. 팟케스트를 들을 때마다 그녀의 입담에 놀라곤 했는데 입담과 필력은 함께 가는 것일까. 참 여러모로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분이다.

지금껏 읽었던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는 사진과 함께 여행 안에서 만나는 작가의 감성을 깊이 들여다는 시간이었다면 이다혜 기자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는 여행에 대한 유쾌한 독백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경청한 느낌이다. 그리고 후반부 무렵에 드러나는 그녀의 내장요리에 대한 글은 정말 맛깔스럽다. 내장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물론 경험에 의한 산지식이겠지만)을 읽고 있노라면 내장요리를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책에 적힌 식당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마터면 메모할 뻔 했다는 건 안비밀.) 조만간 이다혜 기자의 요리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건 과연 나 뿐일까.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보는 경험이 눈을 뜨게 해주고, 그것이야말로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떠났을 때만 '나'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름의 행복을 찾은 이들이겠지만, 나는 떠났을 때만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결국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나라는 인간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여행이다. 이곳에서의 삶을 위한 떠나기. (p.9)

여행이라는 것은, 우울치료제로 여행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더없이 넓은 동굴이고 또한 가장 작은 동굴이다. 그런 여행에서는 아무와도 친구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과도 더 친해지지 않는다. 그냥 나를 잘 모르겠고 내가 싫은 상태로 어딘가로 갔다가 그대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굴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게 전부다. (p.107)

 

나에게 여행은 그랬다. 소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목적은 거창하지만 알고보면 내 우울을 대면하는 시간이었고 낯선 곳에서 나의 외로움을 더욱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언젠가 혼자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니며 만족스러운 듯 콧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마지막 날 밤에 내리는 비 속에서 예고도 없이 터진 눈물(점점 오열이 되어갔다지) 앞에서 나는 얼마나 초라했던가.  

그렇게 여행다운 여행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나를 이끌고 그는 일본으로 떠났다. "여행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젤 중요한 것 같아." 그렇게 사랑스러운 말로 나를 감동시키며 떠난 오사카와 교토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참의미를 맛보게 해주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눈에 띈 제일 첫 집에 들어간 스시집은 우리가 지금껏 만난 가게 중에 젤 맛난 스시집이었고(지금도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시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서 마지막 날 들어간 스시집은 지금껏 우리가 만난 가게 중 젤 맛없는 스시집이었다. 그 집은 지금도 두고두고 얘기한다. 마지막 모험은 안했어야 했어... 라고. 함께 오사카와 교토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꼈던 기분좋은 긴장감과 낯선 거리를 산책하며 나눴던 대화들, 미소들은 여전히 행복했던 기억으로 내게 머물고 있다. 그 이후로 많은 곳을 다녔지만 우리는 여전히 오사카 여행이 최고였다고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여행지가 누구에게나 한 곳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혼자만의 여행을 갈 기회도 없고 간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그저 여행, 그 하나의 목적으로만 떠나는 또하나의 일상이 되는 것일테다. 이다혜 기자님의 글을 통해서 그녀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력이 얼마나 길고 다양할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기회가 되고, 틈만 나면 언제든 떠났다는 그녀가 여행에 대해서 펜을 들었으니 얼마나 날개 달린 듯 적혔을까 싶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앞으로 떠나는 여행에서의 나의 마음은 어떨까. 한 번쯤은 이다혜 기자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어쩌면 여행길에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가 함께 동행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만난 북까페나 게스트 하우스에 가만히 꽂아 두고 와도 좋을 일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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