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정이현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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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는 아득함과 서글픔을, 이별에서는 서늘함을, 죽음에서는 온 몸으로 느껴지는 두려움과 공포를 만난다. 얇고 짧지만 묵직하고, 여운이 길고도 긴 소설 세 편이었다. 한 번, 두 번... 맛보면 맛볼수록 더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소설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 반갑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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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산티아고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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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힘들지만 놀라운 길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며 초대이다.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비워버린다. 그리고 다시 당신을 세운다. 기초부터 단단하게. 이 길은 당신으로부터 모든 힘을 가져가고 그 힘을 세 배로 돌려준다. 당신은 이 길을 홀로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은 그 비밀을 보여주지 않는다. (360쪽)


아주 오래전에 서영은 작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인상 깊게 읽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동경하게 되면서 언젠가 꼭 걷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로망이겠지만 실제로 그 길 위에 서지 않는 이상 영영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꿈의 길로 남고 마는 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일 것이다. 이번에 하페 케르켈링의 순례기를 읽으면서 마음에 한 점 흔적으로만 남은 그 꿈에 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는데 꿈은 얼마나 자주 불을 지펴주느냐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그래서 때마다 적절한 부채질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건강에 적신호가 계속 울리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일을 하다가 스스로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결국 담낭이 터졌고 심근경색까지 의심되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실려 간다. 이후에 사고의 전환을 위한 시간으로 순례의 길을 택해 프랑스 생장피드로프에서 출발해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까지 장장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 어쩌면 순례의 길은 내가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어 그 길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MC인 저자답게 유머가 넘치는 그의 입담에 읽다가 자주 소리내 웃었고, 고통의 순간에서도 유머로 승화하는 그에게 깊이 매료되기도 했는데 순례길이 길어질수록 그렇게 유머가 풍부하던 저자마저도 짜증과 분노와 부정적인 생각이 그를 덮쳤다. 다녀와서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것이 아니라 매일 일기로 남긴 것이다 보니 마치 동행하는 것처럼, 그의 감정 변화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너무도 인간적이었고, 나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내가 순례길을 떠나게 된다면 저자보다 못하면 못 했지, 더 나을 순 없겠구나 싶었다.


흔히 갖는 환상 중에 결혼이 있는데 현실은 얼마나 다른지 모두가 인정하는 어떤 법칙처럼 얘기하곤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환상을 가지고 떠났다가는 바로 항복하고 말리라는 것. 실제로 몇천 명이 출발했다가 끝까지 도착하는 이는 20%도 채 안 된다는 것에서 산티아고 길은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를 만나고 싶어서, 또는 신을 만나고 싶다는 목적으로 많이 떠나는 순례길 중의 하나인데 저자의 얘기를 읽다 보면 실제로 많은 사람이 친구들과 떠났다가 결국 서로 합의해서 홀로 걷는 것을 택한다고 한다. 마치 인생길 같았다. 함께 걷는 이가 있다 해도 결국 혼자 걷는 길, 혼자 걸어야만 하는 길. 그렇게 홀로 침묵 속에 걸으며 자신과 만나고 어느 순간에 이르면, 길 위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울음이 터지면서 비로소 신과 조우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정말 거짓말처럼, 불현듯.


저자가 걷는 순례길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한 명 한 명의 묘사가 참 재밌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함께 걷다가 평생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거울처럼 자신의 못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는 사람도 만나고, 정신이상자, 사기꾼, 그리고 순례길마저도 여자들에겐 성범죄에 있어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이들도 있었다. 평생의 친구가 된 이들도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았던 건 아니었다. 오해와 불신 속에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고, 그의 한결 같은 진실됨이 그런 만남을 이루지 않았나 싶었다.


“순례자는 순례를 하는 동안에만 존재할 수 있다.” (346쪽)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느새 35일 간의 대장정이 끝이 나지만 저자는 순례길이 끝나는 그 길 끝에서 진정한 순례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인생길의 작은 축소판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꼈던 그 깨달음과 인생의 깊이를 세상 속 자신만의 순례길에서 더 깊이 느끼면서. 순례길을 걷기 이전과 이후의 삶은 확연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당장은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순 없지만, 내가 걷는 이 길 위에서 하루하루, 순례길을 걷는 마음으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주한 일상에서도 나를 자주 들여다보고 신을 만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여 자주 절대고독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 내가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면서 그 길 끝에 서고 싶다.


반복적인 일상에 무료한 이들이나 재밌는 여행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은 이에게 적극 추천한다. 웃고 울고를 반복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한 그 길 끝에서 저자와 함께 우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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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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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에 직접 체험한 것만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으로는 첫 만남이었고, 첫 문장부터 강렬했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있는 내밀한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에 집중한 글이었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없고, 숨기는 것이 없고, 둘러 말하는 것 없이 직설적이고,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솔직하다.


아니 에르노의, 소설보다는 그녀의 글쓰기에 관한 방식을 들여다본 기분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솔직하게 쓰면서 그 글 안에서 다시금 자신과 대면하고 그런 자신을 보듬고 사랑하는 방법이 글쓰기로 정착이 된 듯 느껴졌다.


“그 사람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 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65-66쪽)


연하의 유부남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그녀는 얼마만큼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지 어쩌면 그녀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글쓰기를 시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열정>을 출간하고 십 년 뒤에 유부남과의 사랑과 기다림을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 형식의 <탐닉>을 출간했다고 하니 더욱 과감하게 세상의 시선과 관념에 맞선 듯하다. 자신의 욕망을 남몰래 기록하는 여자들을 위해,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더 과한 잣대를 대는 세상을 향해.


104쪽의 소설은 금방 읽혔다. 처음엔 충격이었고, 책을 덮을 즈음엔 왠지 모를 연민의 감정이었다. 글 쓰는 작업 없이 살 수 없는 인생이 있음을 아니 에르노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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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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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을 만한 책 한 권 추천해 달라고 오랜 교회 제자에게 연락이 왔었다. 아이 상황과 성향을 고려해서 다섯 권을 추천해 줬는데 맘에 든다며 다 읽어보겠다고 하더라. 소방관이 되면서 기도로 더 자주 만나는 아이. 현장에서 자부심과 큰 보람을 느낀다는 아이의 진심에 나도,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

오늘, 아이가 "죽는 순간까지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싶다."로 끝나는 독후감을 보내왔다. 첫 번째로 추천한 책이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였다. 눈이 빠져라 서류를 보고 있던 중에 독후감을 읽으니 눈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뭉클하고, 고맙고 많이 보고 싶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고 추천해주신 선생님에게 독후감을 보내 드립니다.

폴은 미국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 대단했던 어머니 덕분에 폴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의사 아버지를 보면서도 본인은 결코 의사가 되지 않으리라 확신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미국의 이름 있는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던 폴은 '생리적, 영적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의과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의사의 길을 걷던 폴은 레지던트 최고참 시기에 본인의 몸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검사한 결과 본인이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치료를 시작하고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다시 의사로 복귀하게 되고 그 사이 사랑하는 아내 루시 사이에서 딸 케이디도 태어난다. 틈틈히 [숨결이 바람될 때] 책을 써가며 치료도 병행한다.그러나 폴의 병세가 악화되고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며 병 치료에 전념하게 된다. 가능한 치료 방법들을 다 동원하여 치료했지만 더이상 손쓰기 어려워지게 되고 폴은 공격적인 치료방법으로 삶을 힘들게 이어가는 방법을 거부하고 편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원하여 아내 루시와의 대화를 통해 더이상의 치료를 중단하고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을 기다리며 약한 호흡을 이어가다 얼마 뒤 숨을 거두게 된다. 폴은 본인이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날 소리내어 울고 힘들어하지만 곧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기 보다는 정면으로 바라보며 몸이 허락하는 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 일을 이어간다. 자신의 꿈,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 깊었다. 의사이자 환자였던 폴은 죽음과 대면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폴은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친한 친구에게 보낸 메일에서 "폐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그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라고 하며 본인의 책을 통해 본인의 뜻을 전하고 싶어했다. 죽음 앞둔 사람의 모습에서 우울함과 절망이 아니라 용감함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 용감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고 내가 죽음을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에게 전하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 누구는 분명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고 그 누구도 아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우리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지않다. 폴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상을 살아갈 루시와 딸 케이디를 위해 투병하는 내내 그들의 재정적인 면에서나 루시의 경력 면에서 곤란을 겪지 않고 그녀가 엄마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했다. 누구에게 가장 먼저 마음을 전해야 한다면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배우자일 것이다. 폴과 루시도 다가올 죽음에 대해 각자의 감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며 뒤의 일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사실을 알리고 하루라도 빨리 내가 없는 삶을 사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 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배우자를 짝 지어 줬을 때는 이 세상에 살며 깨달아야 하는 것들을 알기 위함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세상이 아니라 천국의 비밀(기독교에서 영원한 삶을 의미)을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 더이상 볼 수 없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겠지만 그 또한 신이 배우자를 짝 지어 준 궁극적인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저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는 순간까지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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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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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지만 내가 읽어보지 않은 작가는 그저 이름일 뿐이다. 내게는 중국의 작가 위화가 그랬다. 그의 대표작, <허삼관매혈기>가 한창 읽힐 때도 웬일인지 인연이 닿지 않았고,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이번 계기가 아니었다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번에 <원청>을 읽고 작가의 세계관이 아주 깊게 각인되었고 비로소 의미 있는 작가로 내 인생에 들어왔으니 책도 다 만남의 때가 있는 것 같다.

“난세의 전기傳奇적 이야기를 다룬 <원청>은 중국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린샹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몇몇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각 개인의 삶과 함께 역사적인 혼란 속에서 그들이 삶을 지켜내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순정과 지조, 남자들 간의 의리와 믿음을 보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이 머물기도 했는데 <원청>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보다 “인생”이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선택으로 점철된 삶의 합이라 할 때 린샹푸가 선택한 삶에서 펼쳐지는 그의 인생은 참 아프고 애달프고 존경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린샹푸가 존재하지도 않는 “원청”을 찾아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이 끝나고도 린샹푸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을 자연스레 그려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당신이 또 말도 없이 떠나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예요.”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젖먹이 갓난아기를 안고 존재하지 않는 곳 “원청”을 찾아 나선 그가 낯선 곳에서 연고도 없이 그곳의 중심인물로 자리 잡기까지의 삶의 태도를 보는 것 또한 내게는 인상적이었는데 평소에, 책에서든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삶이 어떠하든지 자기 삶에 진중하고 진솔하고 진심을 다하는 태도는 반짝반짝 빛을 발할 수밖에 없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데 린샹퓨는 그런 면에서 참 호감이 가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전체적으로는 한 인생의 허망함에 마음이 저밀 정도로 아프고 눈물도 나는 작품이었지만 살면서 느낀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은 자신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에서 보지 못한 열매는 결국 자녀를 통해서든 어디에서든 흘러 흘러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 희망 때문에 위화의 <원청>을 마지막에 품에 꼬옥 안고 다독이며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후에 린샹푸의 삶을 통해 맺게 되는 열매가 어디에선가 풍성하게 열릴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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