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옛날에 진짜 괜찮은 집 애를 만난 적이 있어.
집안 좋고 부모 형제 사이좋고
그때 알았지.
너무 맑고 순수하고 긍정적이기만 하니까
무지... 지루하더라고
사람이 인생의 쓴맛 단맛을 알아야
성숙해지고 연애도 재밌지.
단맛만 아는 애... 진짜 매력 없어.



#책 읽다가 ㅎ

이 글귀에 왜 웃음이 나냐면 며칠 전
끄적거리던 이야기의 하나가
인생을 하나의 맛으로 평가를 해서
쓴맛을 전혀 모르던 소녀의 비참한 스토리
(물론 내가 쓴거지만)
갑자기 떠올라서였다 . ㅎ
이야기라는 것이 사실 별게 없다.
누군가의 머리에 맴돌던
어디선가 보았거나 들었던
소소함의 일부가 소설의 옷을 입는 것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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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산에 다녀온 뒤로 바쁜 일이 딱히 없어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책을 최근에 다시 읽어대기 시작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며 무의미하게 탕진해버린 것에 대한 반성이 되곤 한다.

 

특히 죽음을 앞둔 젊은 의사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던 하루라는 사실을 되감질하게 되었다.

 

서른 여섯, 영민하고 똑똑하고 의사로서 천재적인 연구성과를 인정받고

창창한 미래를 보장받았던 폴 칼라니티에게 청천벽력같은 폐암진단은

자신의 짧은 생에 이상의 의미를 주었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의사로서 늘 대하던, 환자들에게 덤덤하게 말하던 고통이 자신에게 닥치게 되면서

활자로만 이해했던 암전이의 과정을 자신의 고통을 통해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흐르곤 했다.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가 쓴 작품으로 과학기술의 지나친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시대를 그린 고전 <멋진 신세계>와 제목이 같다.

공학박사로 <거리두기> 관계에 관한 책의 저자인데 이 책은 그의 전공을 살린 공학에 관한 책이다. 빅데이터에 시작하여 핀테크 솔루션, 무인자동차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같은 트렌드를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드론,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로못, 빅데이터, 3D프린팅, 핀테크 , 무인자동차.... 이 모든 것이 멋진 신세계의 시대를 주름잡는 키워드이니 책을 통해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불교의 '파계'가 연상되어졌던 책인데, 이 책의 파계는 전혀 다른 뜻이다.

백정이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던 시대에 선생님이 된 우시마쓰는 아버지가 말씀하신

'어디서도 신분을 밝히지 말라'는 아버지의 계율을 깨뜨리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엄한 훈계를 파계하게 되는 과정은 우리가 사회에서 맞닦드리는 차별과 편견과 싸우는 치열한 자기 사상의 검열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우시마쓰는 부자지만 백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김없은 사람들의 항의와 돌팔매질을 당하게 되는 사회를 고발하면서 백정임에도 신분을 밝히고 활동하는 문학가 렌타로를 통해 자유로운 사상을 주입받는다.

 

'아아, 인류의 편견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키시너우에서 살해당하는 유대인도 없었을 것이며, 서양에서 떠들어대는 황화설도 없을 것이다. 억지가 통하고 도리가 막히는 세상에서 백정 자식이 쫓겨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P19

 

 

 

민음사에 서평신청을 한 책인데, 서두를 시작하는 부분에서부터 상당히 흡입력 있다.

저자 조이 이토의 이력을 보면

 

 

《타임》 선정 ‘사이버 엘리트’
세계 경제 포럼 선정 ‘미래 글로벌 리더’
《비즈니스위크》 선정 ‘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포브스》에서 사회적 자본을 측정한다면, 1위에 오를 사람”


세계적인 미디어융합 연구소 MIT 미디어랩의 소장. 사회 활동가, 기업가,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창발적 민주주의, 프라이버시, 인터넷 자유 운동의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일본에 인터넷을 보급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설득력있는 어감을 지녔다. 글 스타일이 강의듣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서평을 써야 할 책이라 소개는 이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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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일침중에서 #점수청정

두보의 [곡강]시 제 4구는 ‘인생에 칠십은 옛날에도 드물었네‘란 구절로 유명하다. 칠십 세를 고희라 하는 것이 이 구절에서 나왔다. 그는 퇴근 때마다 칠십도 못 살 인생을 슬퍼하며 봄옷을 저당 잡혀 거나해서야 귀가하곤 했다. 시의 5,6구는 이렇다.

꽃 사이로 나비는 깊이깊이 보이고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물 점 찍는 잠자리 팔랑팔랑 나누나.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아름다운 봄날의 풍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거나해진 퇴근길에서 눈길을 주는 곳은 만발한 꽃밭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나비들, 잔잔한 수면 위로 꽁지를 살작 꼬부려 점 하나를 톡 찍고 날아가는 잠자리들이다. 여기저기 둘쑤석가리며 잠시도 가만 못 있고 부산스레 돌아다니는 그들은 부러워서 그 꽁무니를 따라 꽃밭 사이와 수면 위를 기웃기웃하곤 했다.

시가 밥을 먹여주나 떡을 주나. 예술이 배를 부르게 하는가. 하지만 인간은 개나 돼지가 아니니 밥 먹고 배불러 행복할 수는 없다.인생이 푸짐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지금보다 쓸데없는 말, 한가로운 일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 ‘쓸데‘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른데, 다들 영양가 있고 쓸데 있는 말만 하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없어도 될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실용과 쓸모의 잣대만을 가지고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폐기해왔다. 고희는커녕 백세도 드물지 않은 세상이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수는 오히려 끔찍한 재앙에 가깝다. 올 한 해는 좀 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봄날의 풍광을 더 천천히 기웃거리며 살아 버리라 다짐을 둔다.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고 말 테니까.

#일상

운동을 6년째 하다보니 더위나 추위를
남들보다 잘 견딘다.
치아도 튼튼하여
충치나 시린 이로 고생해 본 적이 없었다.
허나 작년 겨울, 새벽에 운동을 끝내고 나면
버릇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 처럼 마시곤 했다.
목도 타곤 했지만 집 근처에
천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숖이 생기면서
습관처럼 그러했던 것이다.
가격 부담이 전혀 없어 더욱 습관이 굳어져 갔는데
여름 들어서야 치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기를 씹는 것이 힘들어졌고
아이스커피를 마실때 이가 시린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이 고통스러웠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는
이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전처럼
마실 수 없게 되었고
좋아하는 육류는 아주 천천히 씹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삶이 축복일 수도 있겠지만
고장난 몸으로 오래 산다는 것은
어쩌면 재앙에 가까운 지도 모르겠다.
한 번 아팠던 기억이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일침 책을 펴니
[점수청정]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쓸모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는 하는데
정말 가치있는 시간쓰기는
나를 위하고 내 건강을 위할 때
쓰는 시간들이다.
생의 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생을 위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간도
많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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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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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어느 부족은 쓸모없는 나무를 제거해야 할 때면 온 부족민들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넌 필요 없는 나무야!” “넌 아무 가치가 없어!” 도끼나 톱으로 자르는 대신 그렇게 계속해서 큰소리로 “쓰러져라! 쓰려져라!” 하고 외치면 얼마 안 가 나무가 시들어 죽는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지르는 소리는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죽게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면, 그것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뜻이다.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첩첩남남喋喋喃喃’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양이나 남녀가 마음이 맞아 정답게 속삭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가슴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소리치지 않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이다.

-알라딘 eBook (류시화) 중에서

#인문 #끄적끄적

아침 출근길에 차가 바르게 주차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뭔가 불안한 감이 느껴져서 다시 주차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섰다.
오후즈음에 전화가 왔다.

‘0000차주 되시죠?‘
-아 네~맞습니다~
‘파란색 트럭이 차를 긁고 갔는데 연락 안 왔던가요?‘
-네 사고를 심하게 쳤나요?
‘일단은 오셔셔 상태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찜찜하던 그 감이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가서 보니 한 눈에 파란색으로 그어진 기스가 보이고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판금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차를 누가 긁고 간 줄 알수가 없어 난감하던 중 어떤 분이 막 뛰어오셨다. 실수로 차를 긁은 사람이라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어 사진은 찍어놓으셨죠? 하니 사진 찍어놨다고 하시길래 우선은 돌아가시고 보험처리 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현금으로 보상하시길 원하세요?원하시는 걸로 하죠. 하고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정비소에서 견적 좀 뽑아보라고 부탁을 했다.
어림짐작으로는 20만원 나올 것 같더니 정비소에서 뽑은 견적이 50만원이나 된다.
차를 긁은 사람에게 전화해서 50만원을 이야기하니 펄쩍뛰는데 판금을 하는 비용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했더니 20만원으로 쇼부를 보자한다.
깍아도 어쩜 도떼기 시장 가격흥정하듯이 ...
반토막 이상을 날리는지... 아침에 머리를 스치던 불길한 예감을 떠올리면 나의 잘못도 없지 않아 있기에 그러시라고 하고 말았다.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사람의 가장 타고난 부분이 직감 또는 직관과 같은 영감이라고 한다. 인간을 물질과 동일선상으로 취급하는 현대는 이런 영적인 감각들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무디게 한다. 아마 인디언 부족이 말로 나무를 죽일 수 있다는 건 타고난 초감각적인 것들을 잃고 살아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각들이 깨어있는 사람들을 드물게 만나는데 대부분 자기절제와 명상으로 배우는 삶을 살고 계신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학습해야 할 부분은 가장 인간적인 것의 회복, 타고난 感감이 아닐까.

우리의 말에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__^오늘의 밑줄 쫙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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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신심 #일침중에서 #조선시대풍경

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에 <파초>란 글이 있다. 여름날 서재에 누워 파초 잎에 후득이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때 ‘가슴에 비가 뿌리되 옷은 젖지 않는 그 서늘함‘을 아껴 파초를 가꾸노라고 썼다. 없는 살림에도 소 선지에 생선 씻은 물, 깻묵 같은 것을 거름으로 주어 성북동에서 제일 큰 파초로 길러 낸 일을 자랑스러워했다.앞집에서 비싼 값에 사갈 테니 그 돈으로 새로 지은 서재에 챙이나 해 다는 것이 어떻겠느냐 해도, 챙을 달면 파초에 비 젖는 소리를 못 듣는다며 들은 체도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파초 기르는 것이 꽤 유행했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파초 사랑도 유난했다. 파초는 남국의 식물이다. 겨울을 얼지 않고 나려면 월동 마련이 여간 성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폭염 아래서 파초는 푸르고 싱그러운 그늘로 초록 하늘을 만들어 눈을 시원하게 씻어 준다. 그래서 파초의 별명이 녹천이다. 이서구의 당호는 ‘녹천관‘인데, 집 마당의 파초를 자랑으로 여겨 지은 이름이다.


파초 잎에 시를 쓰며 여름을 나는 일은 선비의 운사로 쳤다. 여린 파초 잎을 따서 그 위에 당마라 왕유의 [망천절구]시를 쓴다. 곁에서 먹을 갈고 있던 아이가 갖고 싶어 한다. 냉큼 건네주면서 대신 호랑나비를 잡아오게 한다. 머리와 더듬이, 눈과 날개의 빛깔을 찬찬히 관찰하다가 꽃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향해 날려 보낸다. 이덕무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런 운치 말고도 옛 선비들이 파초를 아껴 가꾼 것은 끊임없이 새 잎을 올라오는 자강불식의 정신을 높이 산 까닭이다. 송나라 학자 장재라는 파초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파초의 심이 다해 새 가지를 펼치니
새로 말린 새 심이 어느새 뒤따른다
새 심으로 새 덕 기름 배우길 원하노니
문득 새 잎 따라서 새 지식이 생겨나리

芭蕉心盡展新枝
新券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


잎이 퍼져 옆으로 누우면 가운데 심지에서 어느새 새닢이 밀고 나온다.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늘 이렇듯 중단 없는 노력과 정진을 통해 키가 쑥쑥 커 나가는 법이다.

*****
새벽에 일어나 <일침>책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다른 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한 구절씩 꺼내 읽고 적던 시간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새삼 깨닫곤 합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파초에 시를 필사하여
편지를 보내던 마음을
파초신심 네 글자로 되새겨 봅니다.
오늘도 낭비하는 시간없이
오롯이 하루에 충실할 수 있기를 빌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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