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어느 부족은 쓸모없는 나무를 제거해야 할 때면 온 부족민들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넌 필요 없는 나무야!” “넌 아무 가치가 없어!” 도끼나 톱으로 자르는 대신 그렇게 계속해서 큰소리로 “쓰러져라! 쓰려져라!” 하고 외치면 얼마 안 가 나무가 시들어 죽는다는 것이다.화가 나서 지르는 소리는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죽게 한다.상대방이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면, 그것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뜻이다.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첩첩남남喋喋喃喃’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양이나 남녀가 마음이 맞아 정답게 속삭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가슴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소리치지 않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이다.-알라딘 eBook (류시화) 중에서#인문 #끄적끄적아침 출근길에 차가 바르게 주차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뭔가 불안한 감이 느껴져서 다시 주차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섰다.오후즈음에 전화가 왔다. ‘0000차주 되시죠?‘-아 네~맞습니다~‘파란색 트럭이 차를 긁고 갔는데 연락 안 왔던가요?‘-네 사고를 심하게 쳤나요?‘일단은 오셔셔 상태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찜찜하던 그 감이 현실이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가서 보니 한 눈에 파란색으로 그어진 기스가 보이고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판금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차를 누가 긁고 간 줄 알수가 없어 난감하던 중 어떤 분이 막 뛰어오셨다. 실수로 차를 긁은 사람이라면서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어 사진은 찍어놓으셨죠? 하니 사진 찍어놨다고 하시길래 우선은 돌아가시고 보험처리 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현금으로 보상하시길 원하세요?원하시는 걸로 하죠. 하고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정비소에서 견적 좀 뽑아보라고 부탁을 했다.어림짐작으로는 20만원 나올 것 같더니 정비소에서 뽑은 견적이 50만원이나 된다.차를 긁은 사람에게 전화해서 50만원을 이야기하니 펄쩍뛰는데 판금을 하는 비용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했더니 20만원으로 쇼부를 보자한다.깍아도 어쩜 도떼기 시장 가격흥정하듯이 ... 반토막 이상을 날리는지... 아침에 머리를 스치던 불길한 예감을 떠올리면 나의 잘못도 없지 않아 있기에 그러시라고 하고 말았다.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사람의 가장 타고난 부분이 직감 또는 직관과 같은 영감이라고 한다. 인간을 물질과 동일선상으로 취급하는 현대는 이런 영적인 감각들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무디게 한다. 아마 인디언 부족이 말로 나무를 죽일 수 있다는 건 타고난 초감각적인 것들을 잃고 살아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각들이 깨어있는 사람들을 드물게 만나는데 대부분 자기절제와 명상으로 배우는 삶을 살고 계신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학습해야 할 부분은 가장 인간적인 것의 회복, 타고난 感감이 아닐까. 우리의 말에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__^오늘의 밑줄 쫙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