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장腸 여행 -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질 엔더스 삽화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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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배꼽시계보다 더 정확한 시계가 있다. 새벽 5시만 되면 장에서 울리는 신호로 눈을 뜨는데 몇 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울리는 알림시계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변비나 기타 다른 피부 트러블로 고생해 본적은 없. 장활동이 활발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20대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도 무척 건강체질이었는데 근래 건선이 찾아와 고생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발병했을 때 한약으로 완치되었다고 믿었던 건선은 방치하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가려움을 동반한 피부발진으로 고통을 주곤 한다. 남편은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건선때문에 고생 하고 있는데 이 책으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매력적인 장腸여행》은 1990년생 신예학자인 기울리아 앤더스가 장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여러가지 기초상식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기울리아 앤더스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났고 모유를 먹어 보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한다. 그 덕으로 유당 불내증을 앓았고 열 일곱 살이 되어서 오른 쪽 다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은 상처로 고생하였다. 다리에 난 상처는 이후 온 몸으로 퍼졌고 의사들에게 신경성 피부염 이라는 진단을 들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남자친구가 항생제 치료를 받고 난후 피부병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의 병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 역시도 항생제 치료를 받은 후에 생긴 것이었고 피부병이 아닌 장 트러블이었음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장이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을 에너지를 만들며, 20여종의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하는 신체에서 가장 독보적인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장'분야가 의학계에서 천대받는 장기가 되어 장에 대해 배우려는 의사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으며, 이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해 유쾌하고 즐겁게 장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장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다. 좌변기가 전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가운데 게실염 같은 대장질환이나 치질 혹은 변비는 거의 좌변기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좌변기의 배변자세가 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쪼그려 앉아서 배변 보는 수세식을 사용하는 나라의 12억명은 게실염에 걸리지 않는데다가  치질 환자 역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저자는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면 '배꼽인사 기술'을 실험해 보라고 조언해 준다. ^^

 

 

 

  100조 마리, 2킬로그램 분량 미생물들이 우리와 영양소 및 에너지와 호르몬을 주고받는 곳. 면역세포의 80퍼센트를 관할하고 교육시키며 체내 건강감시국 역할을 하는 기관.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비롯해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하며, 뇌 다음으로 신경체계가 발달한 곳. 그곳이 바로 장이다.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의 99퍼센트가 모여 있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소화불량, 변비 같은 장 질환만 따르는 게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서질환을 비롯해 과체중이나 알레르기, 유당 불내증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만성질환까지 따르게 된다는 것이 최신연구 동향이다. 결국 장은 몸과 마음 건강의 바로미터가 되는 핵심기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장을 홀대하고 있다. 장이 소화불량, 변비, 심한 가스, 피부 트러블 등으로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생물(박테리아)의 세계

 

장에만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산다. 박테리아는 세포 하나로 구성된 작은 생물로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무해하고 더 나아가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장 박테리아의 변화는 비만, 영양실조, 신경질환, 우울증, 만성 장질환과 관련이 있다. 몸안의 미생물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대장에서만 사는 박테리아가 있고 비타민 B를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많이 가진 사람은 신경이 더 튼튼해진다.  과식하는 박테리아를 가진 사람은 남들보다 빨리 뚱뚱해진다. 장에만 수천 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사는데 박테리아 하나에 기본적으로 유전자가 몇천개 씩은 있다. 100조에 달하는 박테리아는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다. 모자를 쓴 살모넬라 균은 설사나 염증,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고 헬리코박터균은 장염, 자가면역, 만성염증과 같은 질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안 사실은 건선 역시도 편도에 숨어 있는 박테리아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건선 환자 2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은 편도를 제거하고 나머지 절반은 제거하지 않았을때 편도를 제거한 15명중 13명의 건선 피부병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건선 뿐만 아니라 편도선염, 인후통, 충치 역시도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다. 반면 좋은 박테리아도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생명이전'이라는 뜻으로 대장에 도달해 좋은 박테리아의 건강한 먹이가 됨으로써 좋은 박테리아가 나쁜 박테리아보다 더 잘 성장하게 하는 일종의 영양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의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면, 나쁜 박테리아는 우리를 단련시키고 좋은 박테리아는 우리의 건강을 돌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라는 부제와도 같이 책에는 장에 관련한 모든 정보가 저자의 위트 있고 재기 넘치는 표현으로 인하여 시종일관 즐거운 장여행을 할 수 있다. 통통튀는 장에 대한 사랑과 동생 질 엔더스의 재치있는 삽화도 한 몫하여 더할나위 없이 매력 돋는 장여행이었다. 책을 다 읽고 건선을 앓는 남편의 편도제거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 이전에 프리바이오틱스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게 되었다. 장은 어쩌면 뇌보다 더 위대한 장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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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인생질문 20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4
줄리언 바지니.안토니아 마카로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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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삶을 원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살고 싶었다. 몇 년 전 까지 나는 잘 살았다. 아니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행복이라 믿게 해주는 삶의 요소들, 가령 긍정적 마인드와 쾌활함의 원천이 되는 친절함이 나로 하여금 잘 살고 있다는 자만에 빠지게 했던 것 같다. 젊은 날, 유난히 성공을 갈구 했던 나는 천편일률적으로 외치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자기계발서를 읽던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도처에 넘쳐나던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 성공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 문구가 길거리 현수막처럼 나부끼던 시절이었다. 문득 이 책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제목이 마치 지난날의 '나'를 향한 물음인 것만 같아 오랜 동안 행복만을 목표로 질주해 오던 지난 날들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맹목적이었던 행복의 추구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나에게 행복의 추구는 곧 성공이었고, 성공은 곧 최고의 삶이었다.

 

지난 봄, 갑자기 아팠다. 불면증과 멜랑꼬리의 과잉이 불청객처럼 찾아와 나를 괴롭히면서 온 몸에서 이상신호가 울려댔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고 있었기에 처음으로 느꼈던 몸의 이상신호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아픔이 오래가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삶의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목표'를 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성격이었고 습관처럼, 강박처럼 그것이 곧 행복이라 믿어왔다. 아프고 나서야 나는 '잘 ' 살고 싶었던 삶의 표적이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의 의미와 가치는 외면한 채 좋은 차와 좋은 집, 좋은 옷과 같은 물질적인 '잘' 삶만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여 생각하다보니 침울해 지고 자신감이 점점 상실해 갔다는 것을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잘 산다는 것을 하나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지만,  삶에서 나 스스로가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만들지 않았기에 아팠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물음은 더욱 확고해져 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조하는 삶'이 최고의 삶이라 하였듯이 저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으로 삶을 관조하게끔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철학과 사색이 부족한 시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양분은 '관조'함으로 얻게 되는 실천적 지혜이다. 철학자 바지니와 심리학자 마카로는 삶을 관조하는 방법으로 스무가지의 질문들을 통해 철학적 사색과 심리학적 분석으로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최고의 삶'을 정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삶'을 관조할 수 있도록 조망해 주는 것이다.

 

 한 번 쯤은 우리의 삶에서 질문 해 보았음직한 질문들인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인가에서부터 행복이 인생이 목표가 될 수 있을까?’ 와 같이 가장 기초적인 가치 개념부터 재정립 해 나간다.  최고의 삶에 부합되는 행복이라는 정의를 심리학자 마카로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행복해질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하며 철학자 바지니는 행복하지 않아도 삶에 만족하며 멋지게 살수 있음을 조언해 주고 있다. 서로 상충되지만 가치와 의미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의 시각을 통해 '최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깊은 책이다. 오히려 삶에서 최고의 목표였던 행복을 저자들은 자신이 가치있게 여기는 일과 자기 삶에 의미를 주는 일 다음의 부차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행복을 만들어 내는 데에만 급급하여 행복의 이유를 찾기 보다는 삶에 가치를 두고 의미를 찾으려 하는 순간들이야말로 우리를 '최고의 삶'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책을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해 나가며, 내면으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오늘 자 한겨레 신문 특별기고문에서 도정일 교수는 인간이 삶에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지구 바깥에서 인간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지상에 살면서 살기 위해서 자기 손으로 만들어 놓고 채워 넣지 않으면 안되는 생존의 부채같은 것이라 했다. 저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관조하는 삶의 방법을 철학과 심리학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며 공허와 허무라는 여백의 삶에 생존을 위해서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까지 삶에서 빠져 있었던 질문 스무가지를 통하여  내 삶을 점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관조하는 삶'은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결코 얻어질 수 없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정말로 '잘' 살고 싶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

내가 멋진 삶을 살았다고 사람들에게 전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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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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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real, Real is love,Love is feeling, feeling love.Love is wanting to be loved

 

아침에 산에 가니 서리가 계단에 내려 있는 것이 보였다햇살에 반짝거리는 서리가 보석처럼 빛나고 이뻐보였던 적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존 레논의 ‘love' 탓인 것 같다. 사랑은 진실, 진실은 사랑, 감성 돋우는 존 레논의 음악은 세상과 연결해주는 궁극의 미학이다. 등 뒤로 낙엽이 지고 산에 넘쳐나는 상념과 추억의 강물들을 따라 걸으면 세상이 온통 내 것만 같다.  온 산에 울려퍼지는 추억의 오케스트라 한 귀퉁이에는 빛바랜 색으로 잠들어 있는 낡은 비틀즈 앨범이 차지하고 있었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존 레논걸어다니는 문화코드라 불리 울 정도로 일상의 모든 행동이 화제가 되었던 존레논은 자신의 모든 생의 자취를 편지로 남겼다. 존 레논은 기쁠때나 슬플때나 어느 곳을 가나 자신의 모든 감정을 글로 남겼다고 한다.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놀라웠는데 지형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한 개인의 유명세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경우는 드문 일일뿐더러 생전의 모든 기록을 편지로 남겼다는 것은 문학적 감성이 뛰어난 뮤지션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상당한 시일이 흘렀음에도 존 레논의 편지가 여전히 예술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신선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오며, 존 레논의 편지를 여섯 조각으로 잘라 용돈을 충당했다는 전 매니저의 이야기는 존 레논이 팝 클래식의 레전드라는 사실을 절감케 한다.

 

 

비틀즈 전기를 집필한 인연으로 오노 요코와 친분을 쌓았던 저자 헌터 데이비스는 1967년에 존 레논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던 오노 요코에게 존레논의 인간적인 면모와 생의 궤적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전하였지만 거절당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2010년 오노 요코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존의 사적인 편지들을 공개하자는 저자의 제안은 그제서야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후, 오노 요코와 헌터 데이비스는 전 세계의 팬들의 도움과 경매 전문 회사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존 레논 레터스》라는 세계 최초 존 레논의 전기형식의 편지가 공개 되었다. 저자는 수집된 편지들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고 시기별로 나눈 후, 각 장별로 소개글을 실었다. 사진과 원문을 실어 시간의 흔적과 편지지의 얼룩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존 레논의 필치와 더불어 시인 김경주의 감성적 필치로 존 레논의 삶은 소생력을 지니며 생생히 되살아난다. 

   

존 레논의 불우했던 유년시절을 시작으로 하여 풋풋한 새내기 시절에 만난 신시아의 연애편지, 비틀즈로 왕성한 그룹활동을 하면서도 편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존 레논, 폴과의 불화로 노여움을 그대로 표현하며 비틀즈와의 갈등을 피력하기도 하며 오노 요코와의 반전. 평화 운동을 하면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를 함께 나누었던 편지들은 뮤지션 존 레논이 아닌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의 존 레논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감성 돋는 존 레논의 감미로운 팝클래식과  인간미 넘치는 존 레논의 편지와 함께라면 다가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것 같다.

 

'저희가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존 레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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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시대 -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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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의 하나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보면 관능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그림에 있는 표정 하나하나에서 이렇게 섹슈얼한 감성을 지배당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림을 본 순간 , 인식하기 이전에 느껴지는 이런 마음의 감흥들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가 말하듯 우리는 잠재 된 무의식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일까?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세계적 석학 에릭 캔델은 이렇게 그림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마음을 지배하는 상관관계를 《통찰의 시대》에서 밝히고 있다. 그림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흘러들어와 뇌와 마음을 지배하는 것을 신경미학이라 하는데 쉽게 말해 미술작품에 대한 우리의 지각, 감정, 감정이입 반응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분야를 일컫는다. 21세기 과학의 핵심 도전 과제는 인간의 마음을 생물학적 용어로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마음과 과학을 연결하기 시작한 시기를  세기 말 빈으로 보는 이유는 모더니즘 사상과 문화의 중심지 였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정신과정이 뇌에서 유래한다는 이론이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이라 한다 . 이 시기의 세 화가 -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 의 예술가적 탐미와 더불어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인 무의식과 연결관계를 밝히고 있다. 예술적 통찰, 영감, 작품을 본 관람자의 반응 등의 배경이 되는 무의식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며 뇌과학은 창의성 자체의 본질을 밝히는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미술과 과학에 다리를 놓으며 인지심리학적 관점을 대입하기 시작한 프로이트와 에른스트 크리스로 인하여 우리의 가 끊임없는 추론과 추측을 바탕으로 외부 세계를 재구성하는 창작 기계라는 인식의 변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인간의 시각 반응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조명하며 지금까지 규명된 뇌의 구조와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우리가 눈으로 받아들인 시각 이미지가 어떻게 뇌에서 인식되는지를 살펴봄으로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어떠한 메커니즘을 낳게 되는지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에르스트 크리스와 곰브리치가 옹호했던, 뇌가 끊임없이 추론과 추측을 사용하여 외부 세계를 재구성하는 창작 기계라는 견해는 당대를 지배하고 있던 마음에 관한 철학을 극적으로 벗어난 것이었으며 에르스트와 곰브리치는  자신들의 인지심리학이 개인의 행동-관람자의 몫-과 그 행동을 매개하는 뇌 속의 생물학적 과정 사이에서 해설을 하는 핵심 위치에 놓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경험적인 토대 위에 서 있는 이 심리학이 이윽고 미술과 지각, 감정, 감정이입의 생물학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예견하였으며, 수십 년이 흐르면서 현대 인지심리학 발달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저자는 《통찰의 시대》를 통하여 클림트, 코코슈카, 실레를 신경과학자 크리스와 곰브리치를 연관 지어서 화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실험적인 배경무대를 통해 통찰의 학문을 보여주고 있다.  화가와 관람자가 예술적 창의성, 애매성, 미술 관람자의 지각 반응과 감정 반응에 관해 '빈1900'의 표현주의 예술과 현재 출현하고 있는 지각, 감정이입, 미학, 창의성의 생물학을 이용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해서 있는지를 설명해주며 '신경미학(마음의 생물학)'  이 지성의 힘으로서, 자연과학과 인문학 및 사회과학 사이의 새로운 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놓은 새로운 지식의 원천으로서 잠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설파한다. 인문학과 예술, 과학이라는 세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지는 에릭 캔델의 통찰의 시대는 새로운 생물학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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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경제 -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마크 뷰캐넌 지음, 이효석.정형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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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역사는 대체로 양의 되먹임에서 발생한 놀라움의 역사다. -p27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시장의 안정과 자기규제 기능은 상실되었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네이처의 편집장을 지낸 복잡계 과학자인 마크 뷰캐넌은 《내일의 경제》에서 기존 시장의 평형과 안정이라는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복잡계이론을 통해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른바 복잡계 경제학'관점을 선보인다. 기상학에서 말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거대한 폭풍우를 몰고 오는 이론을 전문용어 양의 되먹임의 현상으로 복잡계 경제학을 분석해 주는 책이다.  

 

양의 되먹임은 과학에서 오래 지속된 개념으로, 주어진 시스템에서 생긴 작은 변동을 점점 더 커지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양의 되먹임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언급된다. 녹고 있는 빙하는 얼음을 바닷물로 만들어서, 대기 속으로 반사하는 햇빛을 줄인다. 그 과정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양의 되먹임은 심리학과 생물학, 전자 공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과 더불어 다른 많은 학문에서도 생긴다. 우리 중 상당수는 양의 되먹임의 개념을 인정하지만 그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추정하면 두려워진다.

 

복잡계 경제학의 개념은 쉽게 말해 블랙 스완의 저자 탈레브가 말하는 안티프래질특성과 같다 탈레브는 어느날 우연히 검은 백조를 발견하면서 세상의 모든 백조는 하얗다라는 믿음이 깨었던 것과 같은 개념으로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시 하나가 생성되는 히드라처럼 세상의 모든 형질에 안티프래질 이론을 정립하였다. 히드라처럼 희생은 때론 생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손실을 먼저 줄이지 않고서는 부를 증진시킬 수 없는 것처럼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를 복잡계이론으로 설명해 주는 개념이다.  과거 고전주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리스크를 통제 할 수 있다고 보지만 2008년 금융위기이후 복잡계라는 다이나믹한 경제학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등장하게 된 이론이다.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 마크 뷰캐넌은  양의 되먹임이라는 불안정성이야말로 별의 초신성부터 지구생태계와 지각 운동에 따른 기후까지, 또 인터넷을 통한 전자의 흐름부터 도시의 성장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복잡계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현대의 복잡한 현상을 자연과학의 복잡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의 일인자인 정하웅 교수가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복잡계 이론을 대비하여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을 예측하였던 것처럼 일반적으로 예측하지 못하였던 변수들은 '양의 되먹임'으로 충분히 가능함을 증명해 보인다. 주식과 같은 금융시장들과 빅 데이터, 마케팅,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분야와  물리학, 생물학까지 '양의 되먹임'으로 복잡한 사회가 예측 가능하게 되었음을 10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장 평형이라는 환상
2장 신기한 기계
3장 주목할 만한 예외
4장 자연스러운 리듬
5장 인간 행동의 모형
6장 신뢰의 생태학
7장 효율성의 위험
8장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트레이딩
9장 우상의 쇠퇴
10장 예측
양의 되먹임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세상을 풍부하고 놀랍고
, 변화무쌍하고, 활기 넘치고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의 배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씨가 싹이 터서 나무로 자라게 하며, 성냥이 타오르게 하고, 세포 1개을 분열시켜 생명력을 지닌 생각하는 인간으로 증식하게 하낟, 그것은 정치 혁명과 새로운 종교를 일으키며, 완벽하게 평화로운 파란 하늘에 경고도 없이 캔자스의 그 회오리를 만드는 폭풍처럼 무서울 정도로 난폭한 폭풍이 생기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경제학이 사회적 현상이나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 마크 뷰캐넌이 말하는 경제학은 사회를 이해하는 '시각'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경제학적 마인드를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느낌이라 경제학자들의 사고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책으로 복잡계 경제학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되어 기쁘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하다. 때로는 역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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