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장腸 여행 -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질 엔더스 삽화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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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배꼽시계보다 더 정확한 시계가 있다. 새벽 5시만 되면 장에서 울리는 신호로 눈을 뜨는데 몇 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울리는 알림시계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변비나 기타 다른 피부 트러블로 고생해 본적은 없. 장활동이 활발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20대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도 무척 건강체질이었는데 근래 건선이 찾아와 고생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발병했을 때 한약으로 완치되었다고 믿었던 건선은 방치하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가려움을 동반한 피부발진으로 고통을 주곤 한다. 남편은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건선때문에 고생 하고 있는데 이 책으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매력적인 장腸여행》은 1990년생 신예학자인 기울리아 앤더스가 장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여러가지 기초상식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기울리아 앤더스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났고 모유를 먹어 보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한다. 그 덕으로 유당 불내증을 앓았고 열 일곱 살이 되어서 오른 쪽 다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은 상처로 고생하였다. 다리에 난 상처는 이후 온 몸으로 퍼졌고 의사들에게 신경성 피부염 이라는 진단을 들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남자친구가 항생제 치료를 받고 난후 피부병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의 병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 역시도 항생제 치료를 받은 후에 생긴 것이었고 피부병이 아닌 장 트러블이었음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장이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을 에너지를 만들며, 20여종의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하는 신체에서 가장 독보적인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장'분야가 의학계에서 천대받는 장기가 되어 장에 대해 배우려는 의사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다. 따라서 저자는 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으며, 이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해 유쾌하고 즐겁게 장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장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다. 좌변기가 전세계에 보급되어 있는 가운데 게실염 같은 대장질환이나 치질 혹은 변비는 거의 좌변기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좌변기의 배변자세가 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히려  쪼그려 앉아서 배변 보는 수세식을 사용하는 나라의 12억명은 게실염에 걸리지 않는데다가  치질 환자 역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저자는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면 '배꼽인사 기술'을 실험해 보라고 조언해 준다. ^^

 

 

 

  100조 마리, 2킬로그램 분량 미생물들이 우리와 영양소 및 에너지와 호르몬을 주고받는 곳. 면역세포의 80퍼센트를 관할하고 교육시키며 체내 건강감시국 역할을 하는 기관.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을 비롯해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하며, 뇌 다음으로 신경체계가 발달한 곳. 그곳이 바로 장이다.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의 99퍼센트가 모여 있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소화불량, 변비 같은 장 질환만 따르는 게 아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서질환을 비롯해 과체중이나 알레르기, 유당 불내증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만성질환까지 따르게 된다는 것이 최신연구 동향이다. 결국 장은 몸과 마음 건강의 바로미터가 되는 핵심기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장을 홀대하고 있다. 장이 소화불량, 변비, 심한 가스, 피부 트러블 등으로 어떻게든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생물(박테리아)의 세계

 

장에만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산다. 박테리아는 세포 하나로 구성된 작은 생물로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무해하고 더 나아가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장 박테리아의 변화는 비만, 영양실조, 신경질환, 우울증, 만성 장질환과 관련이 있다. 몸안의 미생물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대장에서만 사는 박테리아가 있고 비타민 B를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많이 가진 사람은 신경이 더 튼튼해진다.  과식하는 박테리아를 가진 사람은 남들보다 빨리 뚱뚱해진다. 장에만 수천 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사는데 박테리아 하나에 기본적으로 유전자가 몇천개 씩은 있다. 100조에 달하는 박테리아는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다. 모자를 쓴 살모넬라 균은 설사나 염증,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고 헬리코박터균은 장염, 자가면역, 만성염증과 같은 질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안 사실은 건선 역시도 편도에 숨어 있는 박테리아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건선 환자 2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절반은 편도를 제거하고 나머지 절반은 제거하지 않았을때 편도를 제거한 15명중 13명의 건선 피부병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건선 뿐만 아니라 편도선염, 인후통, 충치 역시도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다. 반면 좋은 박테리아도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생명이전'이라는 뜻으로 대장에 도달해 좋은 박테리아의 건강한 먹이가 됨으로써 좋은 박테리아가 나쁜 박테리아보다 더 잘 성장하게 하는 일종의 영양제 역할을 한다. 저자는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의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면, 나쁜 박테리아는 우리를 단련시키고 좋은 박테리아는 우리의 건강을 돌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라는 부제와도 같이 책에는 장에 관련한 모든 정보가 저자의 위트 있고 재기 넘치는 표현으로 인하여 시종일관 즐거운 장여행을 할 수 있다. 통통튀는 장에 대한 사랑과 동생 질 엔더스의 재치있는 삽화도 한 몫하여 더할나위 없이 매력 돋는 장여행이었다. 책을 다 읽고 건선을 앓는 남편의 편도제거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 이전에 프리바이오틱스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보게 되었다. 장은 어쩌면 뇌보다 더 위대한 장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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