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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보다 연애 - 더 많이 사랑하라
황진규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12월
평점 :
“사랑은 재발명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 -랭보
연애와 사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연애는 관계를 의미하고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마음의 행위와 관계를 통칭한다. 연애는 사랑하는 둘의 관계를 의미하고 사랑은 관계를 이루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삶에서 연애가 필요한 이유는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를 통해 살아가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관계에 지치고 혐오를 느끼면서도 관계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보듯 무인도에 표류한 톰 행크스는 무인도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축구공을 주워 사람의 얼굴을 그린 후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말을 걸며 무인도 생활을 버텨냈다. 그처럼 우리의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는다는 의미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 관계를 맺는 것에 사랑이 더하면 사랑하는 연戀 자에 사랑 애愛자가 되어 사랑을 행하는 의미의 연애가 된다.
차동엽 신부는 『잊혀진 질문』을 통해 ‘사랑에게서 나와서 , 사랑으로 살다가, 끝내 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이라 하였다. 어쩌면 일상의 모든 문제와 고민과 부침은 본질적으로 ‘사랑’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면의 사건사고들은 이 ‘사랑’의 결핍으로 파생된 문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모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나 배신으로 인한 상처로 넘쳐나는 일탈들이 사랑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사랑의 문제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연애’ 라는 돋보기로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철학보다 연애』이다.
꼭 연애를 하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인간은 애정결핍환자에서 출발한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인간을 위대한 존재로 자각하게 되면서 누구나 다 완전한 이성과 위대함을 지닌 존재로 가치증명을 이끌어 내었지만, 사실 인간처럼 열등하고 불완전한 존재는 없다. 그렇기에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물을 주지 않으면 인간의 삶은 메마르고 황폐해져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결국, 인간은 사랑에게 나와서 사랑으로 살다가 사랑의 품에 안기는 인생이 가장 큰 행복의 귀결이라는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삶의 목적도, 연애의 목적도 같다. 행복. 행복은 사랑받을 때 온다. -p23
임창정 주연의 영화 [창수]를 보면 이 사랑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감옥살이를 대신해 주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창수에게 나타난 한 여자. 그 여자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창수.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창수의 인생은 바뀌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여자에 불과하지만 창수에게는 단 한명의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녀가 억울하게 죽은 것을 알게 되자 단 한 번의 사랑이 생에 처음의 목적이 되어 창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이 생애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키에르케고르가 ‘진정한 사랑이란 곧 자기부정의 사랑’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생이 아닌 타인의 생을 위해 살고자 했을 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그 사람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결국 자기를 부정하고 그 사람을 위해 사랑을 살게 될 때 인생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창수처럼 자기부정을 하면서까지 남을 사랑한 적은 없다. 불타는 연애의 감정도 잘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충만한 애정이 인생에 불어오는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는 방패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내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한다거나 너무 외로워 사랑의 주사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괜히 벚꽃 날리는 봄 나무 아래서 커플의 다정함에 ‘몽땅 망해라’라는 노래나 부르며 심술부리지 말고 사랑을 재발명함으로써 진짜 사랑을 하자.
#책속에서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그렇게 말했나보다. “슬픔이나 기쁨, 증오나 사랑에서 생기는 욕망은, 그 감정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크다.” 인생 뭐 있나? 매일 매일 더 큰 기쁨으로 하루 채워 가면 좋은 것 아닌가? 그게 바로 행복 아닌가? -p105
“노동자가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연애를 이야기 하는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솔로들이 고백에서 잃은 것은 쪽팔림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 만국의 솔로들이여 고백하라!”-p113
불행이란 건 삶의 고됨과 굴곡진 사연 때문에 발행하는 게 아니다. 그 고됨과 사연에 직면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도망치려 할 때 발생한다. 그래서 구슬픈 사연과 고된 삶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힘들다고 다 불행한 게 아니다. 튼튼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의 삶도 힘들고 고되다. 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그저 힘들고 고된 일을 묵묵히 심지어 때로는 유쾌하게 견디며 헤쳐 나간다. 불행의 근본 원인은 힘든 삶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이다. -p121
진짜 연애는 여자 혹은 남자라는 이성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과도 대체불가능한 유일하고 단독적인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연애다. 이제 우리에게 물어볼 차례다. “나는 연애를 한 적이 있을까?” “나는 단독적인 타자를 발견한 적이 있을까?”-p155
익숙함은 권태와 평안함을 동반한다. 익숙함이 주는 권태로움의 정체는 뭘까? 새로운 감각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직감이 주는 불편함일 게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더 이상 자신을 넘어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일 게다. 익숙함이란 동전의 앞면이 권태로움이라면 뒷면은 편안함이다. 권태롭기에 편안하고, 편안하기에 권태롭다. 삶은 이리도 잔인하다.-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