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접목 椄木

봄꽃이 지며 낙담이
가슴에 금 긋는다.

지는 꽃 슬퍼하다
자라날 푸른 잎들의 비담금이
더욱 목마를 듯하여
푸른 잎사귀들을
끌어다 처마아래 받쳐놓는다.

왔던 것은 별리의 슬픔을.
간 것은 생장의 깨달음을.
오고 가고 주고 받고,
꽃이 지고 연초록이 세상을 켜면
가슴에 난 상처도
희망에 접목椄木되어 새살이 날터이니
꽃이 진다 슬퍼말자.

꽃 지니
꽃 보던 그 눈길
다 어디로 갔는가
한 송이 꽃이
천 송이로 되 피고
한 줄기 향기
봄밤을 가득 메우더니
빈 가지만 남아
전등 빛에 앙상하다
차라리
절해고도(絶海孤島) 절벽에
홀로 피었다 지면
누구는 꿈에 보았다 하리

-우영창「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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