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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사(邪) 란 이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존재야. 어느 누구도 이 세계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최소한 선이 반짝이는 세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기 위한 존재 - p12
<악과 가면의 룰> 은 후미노리의 네번째 작품으로 스케일이 한층 더 커진 인간 내면의 세계와 전쟁과 역사, 그리고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일본이 다른 나라와 다른 것은 종교에 대한 관대함이다.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또는 영화에서 영적인 존재에 대한 언급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일본이 신이라는 존재와 사후의 세계에 대해 남다른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이 책의 주인공은 그런 사(邪)의 존재로 태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그리고 그 남자가 살아가는 단 한가지 이유인 단 하나의 가치, 사오리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 하다.
똑같이 사의 존재로 태어난 다섯형제들의 얼굴을 본 적도 없이 구키그룹의 막내로 자란 후미히로에게 아버지는 열 한살이 되자 사의 존재를 말해준다.그리고 열 네살이 되면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것과 다른 형제들이 어떻게 사(邪)의 역할을 하는지 말해주었던 아버지가 한 소녀를 양녀로 데려왔다. 그 소녀의 이름은 가오리, 가오리는 그에게 웃어주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커간다. 그러나 열 네살이 되자 아버지가 가오리를 추행하는 것을 보게 된 후미히로는 아버지를 죽이기로 한다. 아버지를 죽이기로 한 날 아버지는 너는 나를 죽이는 것으로 나를 너의 내면에 맞아들이게 되지. 타인의 목숨을 해친다는 건 바로 그런 거야. 그리고 그것이, 살인의,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점이지.타인을 맞아들이는 것. 생물학적인 뒤틀림과 맞바꾸어서. 나는 네 안에서 살아있어 . 영원히. 더이상 너에게 행복은 없어.
그날 이후로 자신의 얼굴이 아버지와 똑같은 얼굴로 바뀌어져 가고 가오리 역시 후미히로에게서 아버지의 추했던 얼굴을 느끼게 되자 둘 사이에는 변화가 오게 된다. 후미히로는 가오리를 위해서 가오리를 떠나보내고 자신 안에 깃들인 사의 존재를 계속 부정한다.오로지 가오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로서 존재할 뿐이었던 후미히로, 두번의 자살미수와 또 한번의 자살을 시도하고 있을 때 가오리가 남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후미히로는 이후 자신의 삶의 이유를 가오리로 바꾸어 버린다. 존재하는 최고의 가치로서의 존재가 된 가오리, 그리고 자신의 얼굴과 모든 것을 바꾸어 신타니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그러나 또 다른 사의 존재인 둘째 형 구키 미키히코의 계속되는 추격과 바꾼 얼굴의 주인공 신타니가 8년전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때 사건을 담당하던 형사의 집요함에 이어 또다른 사의 집단으로 볼 수 있는 테러집단인 JL의 이토와의 만남 , 계속되는 살인사건과 신타니의 끝없는 가오리를 향한 사랑은 처절하기까지 하지만... 가오리를 사랑하지만 가까이 갈 수 없는 후미히로의 고뇌와 함께 가오리가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는 이유로 가오리를 손상시키는 것이 목적인 둘째 형 구키 미키히코.구키 미키히코로부터 가오리를 구하기 위해서 후미히로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독특한 발상으로 보여지지만 이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런 불가사의함에 의하여 사란 존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세상에 알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사의 존재이다. 걸프전과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것은 나라를 떠나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에 바탕을 두며 모든 전쟁에는 반드시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인(因)이라는 것의 작용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에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즉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그런 수많은 불가사의한 인의 선들이 줄기줄기 뻗어서 반복되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악과 가면의 룰>이 보여주는 것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고에 대한 고찰과 추리하는 재미와 서스펜스 가득한 의미심장한 소설이었다. 사의 존재가 정말 존재할까? 마지막에 주인공이 더이상 자살하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것을 볼 때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래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타 148P 두번째 줄 산원 ☞ 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