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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유범상 지음, 강미숙 그림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9년 1월
평점 :
최저임금제가 도입되고 최고의 인상폭을 기록하며 경제위기의 기폭제로 인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사회복지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매우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의 처우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설 전날에도 50대 가장이 혼자 작업을 하다 컨테이너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만 보아도 자본주의 아래 노동자의 착취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부르지아지로 쫓겨난 농민들은 먹고 살 길이 없어 도둑이나 강도가 되었고 자본주의라는 포악한 사자 아래에서는 프로크로스테스의 이상한 침대처럼 자본가의 요구에 따라 공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해야 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보고서가 작성되면서 국가 차원의 복지가 시작되었다. 기존의 가난을 개인의 무지와 게으름이라 여겼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이가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정책과 구조 탓이라는 지평의 발전으로 사회복지는 기존의 지엽적 사고를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세계 대전을 치른 후 복지국가는 축소하게 된다. 1973년과 1978년의 오일 쇼크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자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였고 이 시위는 오히려 자본가들에게 복지가 시민들을 노예근성으로 몰고 있다 비판한다.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은 개인의 가난은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며 복지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작금의 복지는 이렇게 수많은 변천사를 겪으며 걸어왔다. 한국은 복지국가에서 가장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실은 이러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치 복지를 확대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군다. 사회복지의 발달은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 정치인들의 농간과 자본가들의 장난에 쉽게 휘둘리며 스스로의 인권을 가벼이 여긴다. 최저임금제를 바라보는 세간의 판단이 불편한 이유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권리나 다름없거늘 최저임금제 인상이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몰리게 된다면 정치인과 자본가들에게 우리는 또 우리의 권리를 내어주는 셈이 된다.
유범상 교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다. 작년에 『사회복지 정의론』 이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정의를 찾기 위해 떠나는 무지개 소녀가 수년 간 세계의 마을을 떠나며 찾았던 정의의 민낯은 너무도 허망하리만치 현재라는 시간에 있었다. 유범상 교수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충실한 것이 곧 정의이며 이 현실을 바르게 인지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 하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발생하였고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아주 쉽고도 간단하게 설명하려 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 ‘우화’였다. 사회복지 발달사로 배울 수 있는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이 책에서 다섯 개의 마을로 그려진다.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 전환하는 과정의 올랜타운, 산업화 초기의 마을을 보여주는 베드타운과 피노키오랜드, 자본주의의 정치를 축소해 놓은 듯 한 마우스 랜드, 가장 이상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매진 빌리지까지 서로 독립된 마을들은 이후 지구촌으로 일원화되어 가는 글로벌 마을로 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길고 긴 사회복지 역사를 이렇게 우화로 표현하여 이어가는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으며 현재의 복지국가가 당면한 현실의 벽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복지는 정치와 이념의 매커니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카테고리다. 우리는 이 카테고리 안에 공동체로서의 문제의식을 담아야만 하는 노동자인 동시에 시민이다. 정치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분배를 둘러싸고 벌이는 권력이다. 이념은 자신의 정치적 가치나 세계관을 반영하며 행동을 하게 하는 실질적인 권력이다. 이런 매커니즘을 빅픽처로 그려주고 있는 정치우화 『이매진 빌리지에서 생긴 일』 은 유익할 뿐 아니라 재미있는 책이다.
우화 속 사건과 실제 역사적 사건
범주 | 장 | 우화 | 실제 역사적 사건과내용 |
현실 | 1 | 양의 비애 | 인클로저 운동 |
2 | 이상한 침대 | 노동자들의 상태 |
3 | 어리석은 설렘 | 프랑스 대혁명 |
4 | 슬픈 행복 | 불평등의 정당화 |
5 | 두더지의 단결 | 차티즘, 러다이트 운동, 공장법 |
6 | 신사의 간교함 | 자본주의의 자선 |
타협 | 7 | 띠쥐부부의 담대한 제안 | 페이비언 연대 |
8 | 비버의 설계도면 | 전후 합의 |
9 | 하이에나의 탓탓론 | 신자유주의 |
10 | 불내여와 카멜레온의 제3의길 | 제3의길+big society |
상상 | 11 | 거대한 후퇴 | 트럼프의 등장 등 민주주의의 후퇴 |
12 | 세계동물의 권리선언 | 권리선언 |
13 | 근본을 뒤집는 질문 | 권리의 기능조건 |
14 | 만국의 동물이여 단결하라 | 권력과 권리 |